[약 이야기]유효기간 지난 약,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된다고?

인쇄

#106 폐의약품 처리 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예전 약 이야기 코너에서 약의 유효기한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약 종류별, 취급 형태별 유효기한을 가늠할 수 있는 방법과 함께 유효기한이 지난 약들은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었죠. 유효기한이 지난 약들은 더 이상 약효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근데, 그럼 이제  유효기한이 지난 약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약 이야기 이번 순서에서는 유효기한 지난 약을 잘 버리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실 유효기한이 지난 약만 버리는 건 아닙니다. 유효기한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더 이상 필요 없거나 유효기한이 지날 때까지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버리는 경우도 있죠. 이럴 때 여러분들은 약을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대부분 약을 보관하던 곳에 묵혀두고 있진 않으신가요? 물론 이미 답을 아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근데 이와 관련해 최근 혼돈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폐의약품은 최종적으로 ‘소각’이 원칙
약은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결국엔 버려야 하는 일이 생기죠. 근데 주위에서 보면 약을 그냥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리거나 싱크대를 통해 하수도(물약 같은 경우)로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코 옳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럼 여기서 '어? 분명히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려도 된다고 했는데?'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겁니다.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옳은 방법은 아닙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찬찬히 설명하겠습니다.
 

환경부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폐의약품을 약국에서 수거해 이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회수·처리체계를 구축해 2008년 4월부터 서울부터 시범사업(폐의약품 수거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부터는 수도권, 6개 광역시, 도청 소재지 등을 대상으로 확대했고 이제는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 11월에 개정된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에는 가정에서 발생한 폐의약품을 약국, 보건소 또는 보건진료소로 배출하도록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웬만큼 아실 겁니다. 무심코 버린 폐의약품은 의약물질에서 배출된 항생물질 등이 분해되지 않은 채로 하천 및 토양으로 흘러들어가 생태계를 교란하고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항생제와 같은 물질이 강으로 유입되면 물고기 기형의 원인이 되고, 항생제 성분이 물에 녹으면 슈퍼박테리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는 박테리아를 양산할 수 있다니 영화 '괴물'의 스토리가 허무맹랑하지만은 않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유효기한이 지난 폐의약품은 약국보건소에 비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넣으시면 됩니다.
 

일부 지자체 "종량제에 버려도 된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16조에는 지자체로 하여금 폐농약과 폐의약품, 수은이 함유된 폐기물 등 생활계 유해폐기물에 대한 처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고 시행규칙 14조에선 수거된 폐의약품을 소각 처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폐의약품의 최종 처리 방법은 소각이 원칙인 겁니다. 소각로에서 850도로 소각되지요.
 
근데 혼란을 줄만한 일이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폐의약품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하기 시작한 겁니다. 수원시, 오산시가 대표적입니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폐의약품을 포함한 생활폐기물을 전량 소각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기존에 약국과 보건소에 보낸 약도 결국 소각 처리되고, 종량제 봉투에 넣어도 어차피 소각되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거죠.
 
근데 생활폐기물을 전량 소각하는 지자체라고 모두 종량제 봉투에 버려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량 소각하는 곳이라도 폐의약품은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는 곳이 많습니다. 근데 종량제 봉투에 버리도록 정한 지자체라도 기존의 보건소와 약국이 여전히 수거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약품만 따로 모아 보관, 운반, 처리하는 것과 다른 생활쓰레기와 함께 제각각 담겨 처리되는 것과는 안전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에선 폐의약품도 별도의 수거함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든 안전하게 폐의약품을 버리는 방법은 약국과 보건소(폐의약품 수거함)를 통해 버리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간혹 약국에 약을 전혀 구입하지 않고 폐의약품만 갖다주는 게 눈치보인다고 하는 분이 계십니다. 근데 전혀 눈치 볼 일은 아닙니다. 약국에서도 친절하게 응대해 주실 겁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