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얕보지 마세요, 출산 고통보다 통증 심해

인쇄

한 달 평균 12일 이상 편두통 경험…예방 치료하면 통증 횟수·강도 줄어

국내 편두통 환자들은 한 달 평균 12일 이상 두통을 경험하며 일상 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받지만, 제대로 된 진단을 받기까지는 평균 10.1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한두통학회는 신경과를 방문해 치료받는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편두통 환자의 삶의 질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을지대 을지병원(신경과 김병건 교수)을 연구거점으로 강북삼성병원, 고대구로병원, 동탄성심병원, 분당제생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백병원, 서울의료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일산백병원 등 총 11개 종합병원의 신경과에서 진료 중인 환자 207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설문 결과 편두통은 증상을 처음 인지한 다음부터 병원에서 진단받기까지 평균 10.1년이 걸렸다. 실제 편두통 환자 40%(83명)은 병원에서 편두통으로 확진받기까지 11년 이상 소요됐다고 응답했다. 진단까지 21년 이상 걸렸다고 응답한 환자도 14%(29명)나 됐다. 대부분 편두통을 겪으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쉬는 등 소극적으로 치료·관리했다. 처음 편두통 증상을 겪자마자 병원을 찾는 환자는 13%(27명)에 불과했다. 

적극적인 편두통 진단·치료가 늦어지면서 점점 악화되는 양상으로 진행한다. 이번 설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편두통 환자의 삶의 질은 매우 낮아져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편두통 환자는 한 달에 평균 12일 이상 편두통을 경험했다. 한 달에 4일 이상 두통으로 학습·작업 능률이 50%이하로 감소했다고 호소하거나 편두통이 심해 결석·결근을 한 적도 한달에 하루 꼴로 있었다고 답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편두통을 단순한 머리의 통증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실제 편두통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훨씬 강도가 높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편두통 발생 시 가장 통증이 심했을 때의 통증 정도(NRS Score)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환자의 통증 정도는 평균 8.78점으로 출산의 고통(7점)보다 더 심했다. 평소에도 70% 이상의 환자가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는 5점 이상의 통증이 있다고 답했다.


편두통의 영향으로 인한 활동 제약은 학업이나 경제 활동이 활발한 10·40세대에 두드러진다. 편두통으로 인한 장애 정도를 확인하는 평가(MIDAS)에서 10~40대 환자 10명 중 7명은 질환으로 일상 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었다. 편두통으로 인한 젊은 환자의 삶의 질 저하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조수진(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대한두통학회 회장은 “편두통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선정한 질병 부담 2위 질환”이라며 “편두통을 방치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 있어 적절한 진단·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편두통은 심리적 문제도 야기한다. 실제 응답 환자의 과반 이상(62%)은 편두통으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신경질적이 되거나 화를 자주 낸 것(66%)으로 나타났다. 우울증(68%), 불면증(26%), 불안증상(25%), 공황장애(6%)를 경험한 환자도 있었다. 안진영(서울의료원 신경과) 대한두통학회 부회장은 “갑작스럽게 통증이 심해지는 편두통으로 일상생활도 소극적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편두통으로 인한 장애가 크거나 편두통의 빈도가 잦은 경우에는 두통 발생의 횟수를 줄이고 통증 강도를 낮추는 예방치료가 권고된다. 주민경(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대한두통학회 부회장은 “예방치료는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감소해주는 장점이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편두통 예방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효과 측면에서 두통 일수 감소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66%나 됐다. 진통제를 먹는 횟수가 줄고 삶의 질이 좋아졌다는 응답도 각각 68%, 63%로 높았다. 

한편, 대한두통학회는 지난 9월 아일랜드에서 열린 국제두통학회(International Headache Society) 이사회에서 2023년 국제두통학술회의(International Headache Congress)의 서울 개최를 공식적으로 확정 지었다고 밝혔다. 국제두통학술회의는 전세계 80여 국가의 2,000명 이상의 두통 전문가가 모여 최신 두통 치료 지견을 공유하는 자리로, 대한두통학회는 2023년 국제두통학술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국내 두통연구와 진료 수준을 널리 알리고, 두통 치료에 관심이 있는 많은 의료진들이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