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과 이유 모를 피로감, 이게 다 '척추 염증'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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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대한류마티스학회 '강직성척추염' 기자간담회, 진단까지 약 3년 걸려

강모(46)씨는 20대 중반 허리가 뻣뻣해지면서 아파 집 근처 정형외과를 찾았다. 허리 디스크가 의심된다며 진통제와 물리치료를 처방받았지만 증상은 낫지 않았다. 총 3곳의 정형외과를 전전하는 사이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뒤늦게 알게 된 그의 진짜 병명은 '강직성척추염'이었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31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강직성척추염 환자 1012명을 대상으로 한 ‘강직성척추염 진단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후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대한류마티스학회]

강씨처럼 강직성 척추염을 정확히 진단 받지 못하고 진료과를 전전하는 ‘진단 난민’ 기간이 평균 3년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뒤늦게 치료할수록 증상을 되돌리기 어렵고 동반 질환 위험이 커지는 만큼 병에 대한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대한류마티스학회는 매년 11월 첫 번째 금요일을 ‘강직성척추염의 날’로 지정하기로 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국 26개 대학병원에서 진료 받고 있는 10대~70대 강직성척추염 환자 1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직성척추염 진단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강직성척추염은 진행성 염증 질환으로 진단, 치료가 늦어질 경우 척추가 굳고 변형될 위험이 커진다. 한 번 굳어진 척추, 관절은 회복하기 어려워 조기에 약물로 통증을 조절하면서 운동 등을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강직성척추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뒤 강직성척추염을 진단받기까지 평균 39.78개월(약 3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대한류마티스학회]

문제는 강직성척추염을 관절염, 허리디스크 등 단순 근골격계 질병으로 오인해 뒤늦게 진단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이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뒤 강직성척추염을 진단받기까지 평균 39.78개월(약 3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이 있을 때 강직성척추염을 주로 맡는 류마티스내과를 가장 먼저 찾은 환자는 5명 중 1명(18.2%) 정도에 그쳤다. 가장 많은 환자가 정형외과(61.5%)를 먼저 찾았고 다음 류마티스내과, 신경외과(7.2%), 통증의학과(4.5%), 재활의학과(3.1%) 순이었다. 

이 날 '강직성척추염 현황 및 진단 지연 실태'를 주제로 발표한 대한류마티스학회 척추관절염연구회 김혜원 총무는 "강직성척추염에 흔한 통증과 강직은 많은 경우 견딜만한 수준으로만 나타나 초기에 류마티스내과를 찾는 경우가 드물다"고 진단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박성환(서울성모병원 내과 교수) 이사장

진단이 늦어질수록 건강 위험은 커진다. 염증 반응이 악화하면서 ▶눈이 충혈되고 통증이 있거나 눈물이 나며,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등 증상이 나타나는 포도막염 ▶ 소변에서 피가 나오는 콩팥 증상 ▶복통, 설사 등의 증상과 함께 소장과 대장의 점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장 증상 ▶갈비뼈의 강직으로 폐가 확장되지 못해 숨이 차거나 기침이 나는 폐 증상 ▶심장 이상으로 인한 가슴 통증이나 숨이 찬 심장 증상 등 전신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이번 조사에서도 환자들은 ‘척추의 통증 및 뻣뻣함’ 외에 전신 피로(59.8%), 근육통(39.3%), 관절통(37.0%), 무력감/우울증(25.1%), 포도막염(25.2%) 등의 증상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동반 증상은 40대 이상, 진단 시기가 5년이 지난 경우,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직성척추염 외에 보유한 질환으로는 고혈압(20.7%), 고지혈증(14.0%), 불면증(8.8%), 당뇨병(6.4%), 우울증(4.9%) 등이 꼽혔다. 

대한류마티스학회 김현숙(순천향대서울병원 내과 교수) 홍보 간사는 '강직성척추염 동반 질환 관리의 중요성' 발표를 통해  "강직성척추염은 오래 지속하는 만성질환으로 척추 외에 심장, 콩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염증성 이상 증상을 관리하고, 더불어 장기간 치료에서 동반될 수 있는 내과적 문제도 총체적으로 파악, 치료해야 한다"며 "건강 상태에 따라 약물을 조절하는 등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를 연구하는 류마티스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직성척추염은 약물 및 생물학적 제제(주사요법)와 같은 내과적 치료와 관리로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강직성척추염의 척추 염증과 통증 개선을 비롯한 다양한 방면에서의 개선 효과가 확인돼 많은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강직성척추염 환자 중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비율은 30.6%로 진단 시기가 5년이 넘은 환자(36.1%)가 5년 미만(23.3%)보다 사용 비율이 높았다.

약물 치료는 통증을 가라앉히긴 하지만 척추, 관절이 뻣뻣해지는 것 자체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대한류마티스학회 박경수(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내과 교수) 홍보위원은 "약제들의 통증 완화 작용은 뚜렷하나 척추 강직 진행을 막을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운동, 금연 등 비약물적 치료를 필수적으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절반 가량은 하루 20분 미만 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경수 홍보위원은 "향후 전문적인 운동 치료에 대한 교육에 더욱 힘쓸 것"이라 말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박성환(서울성모병원 내과 교수) 이사장은 "통증과 피로는 강직성척추염의 활성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라며 "척추 강직과 변형이 오기 전 환자들이 치료 '골든 타임'을 지켜 환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고 골드링캠페인 등 다양한 인식 개선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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