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일 때 처음 쓰면 좋은 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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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지드계 이뇨제가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보다 더 우수

고혈압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일차 치료제로 티아지드계 이뇨제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고혈압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일차 치료제는 무엇인가?’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실제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미국 UCLA 생물통계학과 마크 슈챠드 교수 연구팀은 미국·한국·독일 등 전세계 9개 국가의 공통 데이터 모델 데이터베이스에 구축된 약 500만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각각 사용된 고혈압 약제의 효과와 부작용 등 55가지를 비교했다. 이 연구의 프로토콜은 분석 시행 전에 미리 결정됐고, 모든 연구분석 코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GitHub를 통해 공개됐다. 

그 결과 티아지드계 이뇨제가 심근경색·심부전에 의한 입원과 뇌졸중 발생 위험을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에 비해 16~17%가량 더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현재 대한고혈압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칼슘 통로 차단제(CCB), 티아지드계이뇨제(THZ), 베타 차단제(BB) 가 일차치료제로 권고된다. 


기존에 고혈압 약제를 서로 비교한 임상시험은 40여 개에 불과하다. 가장 규모가 컸던 ALLHAT 시험의 경우 1994년부터 1998년 사이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등 다수의 임상시험이 2000년 이전에 이뤄졌다. 이에 그동안 고혈압 환자들이 처음 진단을 받고 어떤 약제를 선택할 지에 대한 근거가 매우 부족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고혈압을 치료하는 약을 선택할 때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다국가간 진행된 가장 큰 규모의 연구라는 점에서 앞으로 고혈압 치료에 큰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고혈압은 가장 흔한 만성 질환 중 하나다. 우리나라 성인 인구 중 1100만명 이상이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혈압은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뇌혈관질환의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연구팀이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오딧세이 (OHDSI, Observational Health Data Sciences and Informatics) 네트워크 연구자들이 힘을 합쳤기 때문이다. 오딧세이는 전 세계 20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하는 비영리 국제 연구 컨소시엄으로, 병원마다 각각 달리 보유하고 있는 전자의무기록 자료를 공통데이터모델로 익명화 및 표준화하여 그 분석결과만 공유함으로써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전 세계 여러 기관 간의 공동연구를 가능케 하는 세계 유일한 다기관 연구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유승찬 연구원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를 게재한 란셋은 사설을 통해 현존하는 고혈압 약제에 대한 연구중 가장 규모가 크고 포괄적인 연구로, 결과의 일반성을 확득했다고 평가했다. 또 디지털 기술을 통해 연구 전 과정을 공개하고, 재현 가능한 연구를 지향하면서 공통데이터모델 기반 빅데이터 분석의 힘을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실사용 근거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의 분산형 바이오헬스빅데이터 사업과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LEGEND-HTN 연구 결과는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의학저널인 란셋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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