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성 폐 섬유화증, 섬유화 전 단계서 염증 반응 차단하는 게 최선

인쇄

[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한방병원 폐장호흡내과 이범준 교수

한방 호흡기질환 명의 이범준 교수가 말하는 ‘특발성폐섬유화증’

폐는 공기가 들어가는 ‘폐포(肺胞, alveolar)’와 이를 지지해주는 ‘간질’(間質, interstitium)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호흡을 하면 산소를 머금은 공기가 폐로 들어온다. 이때 폐포는 풍선처럼 확장해 산소를 머금고 들어온 공기를 품으며, 공기 속 산소는 간질이라는 공간을 통과해 혈관으로 보내진다. 즉, 폐의 간질이란 폐포 벽부터 주위 모세혈관 벽까지의 공간을 말하며 이러한 간질을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일어난다. 간질이란 조직에는 혈관, 림프샘, 결합조직 등 폐를 지지하는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간질성 폐 질환이란 이 공간에 이상 반응이 생긴 것을 말한다.


한편, 대부분의 장기는 조직이 손상을 받으면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서 염증과 치유의 과정을 거친다. 손상이 작은 경우 정상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고 회복되지만 손상을 계속 다시 받으면 이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손상 받은 조직이 섬유화라는 과정을 밟게 된다. 쉽게 말하면 상처가 나은 다음 흉터가 생겨 딱딱해지는 것이 섬유화라고 할 수 있다.
 
수년에 걸쳐 서서히 마른기침, 호흡곤란 진행

특발성 폐 섬유화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은 폐의 간질 조직에서 섬유화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특발성이란 말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의미다. 폐가 원인 모를 손상을 받아 폐포벽에 만성 염증 세포가 침범하면 간질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치유 과정에서 반복적인 손상으로 폐의 간질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면 폐포가 풍선처럼 확장되지 못해 공기를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생긴다. 이러한 폐를 강직 폐(stiff lung)라고 하며 공기가 들어오는데 제한이 생기는 제한성 폐 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이 질환이 무서운 이유는 폐가 이유도 모르는 손상을 계속 받아서 병이 진행해 치명적인 상태까지 가게 된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섬유화가 심하지 않아 폐포의 확장을 크게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호흡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폐 섬유화증이 진행될수록 폐포 주위의 간질이 점점 딱딱해져 폐포가 공기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줄면 점차 호흡이 어려워진다. 수년에 걸쳐 마른기침과 운동 시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병이 진행함에 따라 호흡곤란이 심해진다. 결국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져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문제는 현재 IPF에 대한 치료 방법이 확립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유럽 통합 보고에서는 임상적 또는 생리학적으로 폐 기능 장애가 있거나 경과 관찰 중 폐 기능 저하가 확인되면 즉시 치료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비약물 치료로는 폐 이식, 장기산소치료, 호흡재활치료 등이 있으나 제한적이며 효과가 확립돼 있지 않다. 한편, 약물치료로는 2011년 발간된 미국·유럽 통합 보고에 따르면 치료가 필요한 일부 환자에서 아세틸시스테인(N-acetylcysteine) 단독치료나 스테로이드·아자시오프린(azathioprine)과의 병합요법, 항응고제, 피르페니돈(pirfenidone)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2015년 최신 치료 가이드라인에선 현재까지의 치료 약물에 대한 유효성을 재평가했으며 닌테다닙, 실데나필 등 새로운 약재의 임상시험에 따른 재평가가 권고되고 있으나 확립된 것은 아직 없다.
 

한방 처방 임상시험 활발…증상 개선 및 폐 기능 호전 확인

한의학에서 특발성 폐 섬유화는 주된 증상인 호흡곤란과 마른기침을 기본으로 울수와 건수 그리고 천증, 폐위, 폐로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범주의 질병은 ‘폐오조(肺惡燥)’라고 해서 폐의 진액이 부족하면 폐가 건조해지면서 폐장이 쉽게 손상 받는다. 따라서 폐 섬유화증은 선천적으로 진액이 쉽게 부족해지는 사람이 외사에 의해 폐에 손상을 반복적으로 받으면서 폐가 위약하게 돼 폐음이 손상되면서 나타난다.

현재 국내외에서 동충하초, 뇌공등, 황기, 강황, 숙지황, 금은화, 패모, 단삼 및 보중익기탕, 보기윤폐탕 등에 대한 전임상시험이 실시됐으며 동물시험에서 양호한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또한 임상시험으로는 기홍탕, 보신익폐탕 등 한방 처방의 투여에 의한 증상 개선 및 폐 기능 호전이 보고됐고 특히 한약과 양약 병용투여에 의한 5년 사망률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현재 중국을 비롯한 각 나라에서 한의학 및 천연물을 이용한 IPF 실험 및 임상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본 저자도 폐 섬유화의 한의학적인 치료에 대한 국가 연구과제를 시행 중이다. 현재 여러 가지 한약을 통해 폐 손상으로 인한 염증과 이로 인한 섬유화 반응을 줄여 폐 섬유화를 감소시키는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특발성 폐 섬유화증은 이미 섬유화된 조직을 되살리기는 불가능해 완치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폐 섬유화증 환자는 같은 염증이 생겨도 섬유화로 진행하기 쉽기 때문에 섬유화를 일으키는 이전 단계에서 염증 반응을 줄여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이를 위해 정기(正氣)를 회복시켜 반복적인 폐 손상을 받지 않도록 도모하고 이미 생긴 염증은 섬유화하지 않도록 폐를 포함한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상태를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