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진통제에 효과 없는 만성 편두통, 예방약 먹으며 관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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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올바른 편두통약 복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54만 명 이상이 편두통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편두통이 오래 지속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만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줍니다. 만성화하면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진통제 성분이 두통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하죠. 이번 약 이야기에선 '올바른 편두통약 복용법'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인구의 70~80%가 일 년에 한 번 이상 두통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대부분 자기공명영상촬영(MRI)처럼 정밀 검사를 해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일차성 두통'입니다. 편두통, 긴장성 두통 등이 대표적이죠. 편두통은 두통이 발작적이며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두통이 한 번 올 때마다 그 정도가 극심해 ‘발작’이란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이름 탓에 한쪽 머리가 아프면 편두통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입니다. 물론 두통이 한쪽으로 올 수 있지만 대개 양쪽이 다 아픕니다.
 
이때 편두통과 헷갈리기 쉬운 게 '긴장성 두통'입니다. 긴장성 두통 역시 한쪽 혹은 양쪽 머리에 올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과로, 피로, 감정적인 문제에 의해 유발될 수 있습니다. 단단한 밴드가 머리를 둘러씨고 조이는 듯 아프죠. 머리나 목 뒤, 어깨가 뻐근하고 당기면서 머리까지 무거운 느낌이 듭니다. 주로 늦은 오후나 저녁에 잘 생기고 자주 재발하는 게 특징입니다. 다행히 일반 진통제에 비교적 잘 반응합니다.
 

반면에 편두통은 심장이 뛰듯 욱신거리는 박동성 통증이 나타납니다. 두통과 함께 속이 메슥거리는 멀미나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게 특징입니다. 두통이 있을 땐 빛과 소리에 민감해지는 증상도 동반하죠. 편두통 환자의 25%는 두통이 오기 전 조짐이 있는데요, 눈에서 번쩍거리는 불빛이 보이거나 한쪽 손이 저린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신경학적 조짐이 한 시간가량 지속하다 두통이 옵니다. 편두통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뇌혈관이 어떤 이유에서 확장돼 신경성 염증 반응이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한 편두통 환자는 민감한 뇌·신경·혈관을 갖고 있어서 통증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죠.
 

한 달에 15일 이상 두통 있으면 ‘만성’
편두통은 대부분 약으로 치료합니다. 급성 치료와 예방 치료로 구분하죠. 편두통이 일주일에 2~3번 미만 발생하는 사람은 급성 치료가 도움됩니다. 편두통이 왔을 때 진통제를 먹어서 최대한 빨리 두통과 동반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죠. 일반 진통제에 효과가 없다면 편두통에 특이적으로 효과를 내는 약을 쓸 수 있습니다. 
 
세로토닌은 뇌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하는 신경 전달 물질입니다. 편두통에 특이적으로 효과가 있는 약은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해 뇌혈관을 수축시키고 통증 전달 과정을 저해해 편두통의 증상을 완화합니다. 트립탄제, 에르고타민제가 여기에 속하죠. 급성 편두통 치료 약을 장기적으로 자주 투여하면 오히려 약물 복용으로 인한 두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주일에 2~3일 이내로 투여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달에 15일 이상 두통이 있고 동반 증상이 심하면 만성 편두통으로 봅니다. 일반 진통제나 급성 치료 약만으론 편두통이 잘 조절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럴 땐 편두통 예방 약을 복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두통이 없는 평상시에 예방약을 먹어 통증을 미리 조절하는 원리입니다.
 
편두통 예방약은 과민한 뇌와 뇌혈관의 흥분 정도를 낮춰 발작 빈도나 강도, 기간을 줄여줍니다. 베타 차단제, 항경련제, 칼슘 채널 차단제 등이 편두통 예방약으로 쓰입니다. 베타 차단제는 뇌 신경이 자극하는 것을 억제하고 세토로닌 수용체에 작용합니다. 항경련제는 뇌를 흥분시키는 신경 전달 물질의 전달과 신경 자극이 전달되는 과정을 차단해 뇌 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한편 칼슘 채널 차단제가 편두통을 예방하는 원리는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증상 가볍고 초기일수록 치료 효과 커
편두통 예방약은 급성 치료 약과 다르게 매일 복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낮은 용량으로 투여를 시작해 예방 효과를 보이는 용량까지 서서히 증가시킵니다. 복용을 중단할 때도 서서히 용량을 줄여나가죠. 한 가지 예방약으로 예방 효과가 없거나 충분하지 않을 땐 다른 약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충분하지 않다면 두 가지 이상의 예방약을 병용하기도 합니다.
 

어느 약이든 부작용은 있기 마련입니다. 편두통약도 마찬가지인데요, 급성 치료 약 중 트립탄제는 감각 이상, 피로감, 어지러움, 홍조, 졸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종종 발생하지만 대부분 가벼운 정도이며 짧은 기간 지속됩니다. 에르고타민제는 구역·구토를, 아스피린을 포함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위장장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예방약의 경우 베타 차단제는 피로, 우울증, 구역, 어지러움, 기립성 저혈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칼슘 채널 차단제는 어지러움과 저혈압, 항경련제는 구역, 졸음, 어지러움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편두통은 환자마다 증상의 종류나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증상이 가벼울 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훨씬 효과가 좋습니다. 편두통이 있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진통제를 먹기보다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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