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관절통·땀·우울증으로 힘든가요? 한방으로 알아 본 산후풍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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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센터 황덕상 교수

한방 여성질환 명의 황덕상 교수가 말하는 ‘산후풍’

“산후풍은 평생 가나요?”

“산후풍에 무조건 땀을 빼야 하나요?”

산후풍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이 의외로 많다. 우리는 흔히 출산 후 관절통만 산후풍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산후풍이란 출산 후 생기는 모든 후유증을 일컫는 광범위한 용어다. 대표적인 증상은 출산 후 관절통, 감각 장애(시린감, 무딘감, 저린감), 땀 과다, 우울증 등이다. 출산 후 대량 출혈과 함께 기력이 극도로 쇠약한 상태에서 찬 기운에 접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무리한 일을 하면 어김없이 찾아오곤 한다.

산후풍의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이다. 여러 관절에 다발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산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아프다”고 말한다. 통증의 양상은 주관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산모마다 통증 묘사가 다르다. ‘시리다’ ‘화끈거린다’ ‘저리다’ ‘꾹꾹 쑤시다’ ‘통증 때문에 힘이 안 들어간다’ ‘뻣뻣하다’ 등으로 표현한다. 즉, 한 가지로 확실히 표현할 수 있는 통증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부위 관절만 많이 붓거나 통증이 심하면서 운동성이 제한된다면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다른 질환이 아닌지 확인하고 감별해야 한다.

자율신경 기능 실조도 산후풍의 주요 증상이다. 땀이 비 오듯 흐르거나 체온 조절이 잘 안 되며 시리고 더운 증상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산후풍 증상은 단지 자율신경 기능 실조로만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양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중요한 점은 산후풍에 대한 오해로 긴장과 두려움을 갖게 되면 증상이 더 악화하고 호전이 더디다는 것이다.
 
허약한 기혈과 어혈로 인한 순환장애가 원인
한의학에선 허약한 기혈과 어혈(瘀血)로 인한 순환장애를 산후풍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본다. 위에서 설명한 여러 원인과 한의학적 원인은 겹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기 때문에 감별해야 할 질환에 맞춰서 치료해야 한다. 그래서 산후풍의 치료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난 심각한 산후풍은 체질을 고려해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후조리를 위해 한약을 먹는 것은 어느 때가 적당할까. 사람마다 다르다는 게 정답이다. 일반적으로 출산 직후 식사하기 시작하면서 어혈을 풀어주는 한약을 먹은 다음, 보혈을 해주는 한약 처방을 쓴다. 그 후 관절을 강화하고 통증을 줄이기 위해 근골을 강화해주는 처방을 진행한다. 하지만 산모마다 진통 시간, 힘쓴 정도, 출혈량, 회복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적절한 한약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혈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을지, 기운을 넣어주는 것이 좋을지, 어혈을 잘 빠지게 해주는 것이 좋을지 선택하는 것이 산모를 만날 때마다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

임신만큼 중요한 게 산후조리다. 하지만 일률적으로 공통된 산후조리법을 추천하고 적용하기 어렵다. 임신 중 질환이 없었더라도 출산 과정에서 출혈이 많았던 경우, 제왕절개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 분만 시간이 너무 길거나 혹은 3~4시간 만에 금방 출산한 경우 등 다양해서다. 첫째 출산인 경우와 여러 아이를 출산한 경우도 분만 후 산모 상태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제일 중요한 원칙 몇 가지를 기억한다면 각자의 상황에 맞춰 건강하고 성공적인 산후조리를 할 수 있다.

첫째, 산후조리는 ‘때’가 중요하다. 산모의 몸은 10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임신이라는 특수한 상태에 맞춰 변했다. 출산과 동시에 임신 전 상태로 복귀되지 않는 이유다. 산모에게 가장 흔히 듣는 말이 ‘아기는 뱃속에서 나왔는데 왜 몸은 그대로인가요’라는 질문이다. 임신 전 몸으로 돌아오는 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출산 후 3주, 3개월, 6개월이 중요하다. 3주는 주의가 필요한 기간이다. 3개월이 지나면 자궁을 비롯한 전체적인 몸 상태가 임신 전으로 돌아간다. 6개월까지는 관절의 통증과 약화한 근력을 회복시키고 늘었던 체중을 돌아오게 해야 한다. 이 세 기간을 잘 기억하자. 
 
저강도 운동 매일 5~10분씩 하면 도움
둘째, 산후라고 해서 너무 과잉보호하지 않는 게 좋다. 출산 후 산모는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신체상 변화를 겪게 된다. 체중이 늘었고 부은 몸은 무겁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많이 나고 기운이 없다. 관절 마디마디에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가장 두려운 것은 몸에 찬바람이 들어온 것처럼 시리고, 심하면 저린 증상까지 있는 경우다. 그러면 내복을 두세겹 껴입고 한여름에도 난방하며 문을 꼭 닫아 몸을 보호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증상을 악화할 뿐 증상 개선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후 회복을 위해서는 계절에 맞는 옷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한여름에 덥다고 에어컨 바로 밑에서 찬 바람을 쐬라는 말이 아니다. 직접적인 찬 바람은 피하면서 덥지 않을 정도로 온도를 맞춘 환경이 중요하단 뜻이다. 산모의 몸이라도 사계절 기후에 맞춰서 적절한 보호를 해 주는 것이 빠른 회복을 위한 길이다.

셋째, 운동은 몸에 통증이 심해지지 않는 수준에서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출산 후엔 기운을 많이 쓰고 피도 많이 흘려서 체력 저하가 심해진다. 이런 상태에서 무슨 운동을 할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몸의 근육과 인대는 임신 기간 서서히 느슨해진다. 느슨한 상태에서 빨리 회복해 근력을 만드는 것이 산후 통증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물론 근력 상태에 따라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운동의 강도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할 수 있고, 해도 통증이 심하지 않은 동작을 매일 5~10분 정도만이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제대로 잘 먹는 것이다. 산후엔 몸에 좋다는 음식을 이것저것 많이 챙겨 먹게 된다. 옛날과 비교하면 요즘은 단백질·지방·탄수화물을 풍부하게 섭취하고 채소도 다양하게 먹는다. 그러니 산후라고 해서 특별히 영양 보충을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기름진 음식보다 소화가 잘되고 배변 활동이 잘되는 음식을 선택해 먹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산후에 체중 조절이 필요한 경우엔 음식 선택만 합리적으로 해도 체중을 관리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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