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구균 백신 예방효과 똑같지 않아…치명적인 19A 혈청형 포함 여부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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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일 아헨 대학병원 폐렴구균 국립연구센터 마크 반 데 린덴 센터장

폐렴구균은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고령층을 노린다. 평소에는 잠잠하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폐렴구균이 뇌·폐·귀 등으로 침투해 수막염·패혈증·급성중이염·폐렴 등 폐렴구균질환(IPD)을 일으킨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공중보건학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질병 부담이 상당하다. 폐렴구균이 일으키는 질환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소아 및 성인 감염질환 분야 권위자인 독일 아헨대학병원 마크 반 데 린덴(Dr. Mark Van Der Linden) 박사를 만나 폐렴구균 백신 접종의 필요성과 백신 선택 기준에 대해 들었다. 
 

Q. 영유아 폐렴구균 감염 예방이 왜 중요한가.
“폐렴구균은 사람의 목·코 등에 항상 존재하는 균이다.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에게는 균이 없다. 하지만 월령이 지나면서 6개월 정도 되면 유의미한 수준의 상재균을 보유한다. 면역력이 완전하지 않아 직접 병에 걸리거나 주변 부모, 조부모에게 균을 퍼뜨릴 수도 있다. 중증도 역시 제각각이다.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중이염도 있지만 합병증 위험이 높은 질환도 있다. 게다가  발병 빈도가 높아 질병 부담이 크다. 다행히 폐렴구균 질환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치료보다는 백신접종을 위한 예방이 필요한 이유다. 백신접종의 효과는 확실하다. 프리베나13·신플로릭스 같은 단백접합백신으로 접종하면 직접적으로 영유아의 폐렴구균 관련 질병 발생을 줄여준다. 또 이들의 폐렴구균 보균율을 낮춰 간접적으로 지역사회 내 폐렴구균 확산을 줄일 수 있다.”

Q. 영유아의 폐렴구균 백신 접종만으로도 폐렴구균 질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건가.
“그렇다. 영유아나 고령층이나 유행하는 폐렴구균 혈청형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혈청형에 따라 나타나는 질환 양상만 다를 뿐이다.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접종으로 기대하는 효과은 두 가지다. 첫째는 직접적으로 영유아의 폐렴구균 질환을 막으면서 둘째는 폐렴구균이 퍼지는 것을 억제한다. 

백신 접종으로 폐렴구균이 덜 퍼지면서 치명적인 폐렴구균에 덜 노출된다. 간접적으로 고령층도 폐렴구균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폐렴구균은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뇌·폐·혈액 속으로 침투한다. 젊었을 땐 괜찮아도 나이가 들면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구균에 쉽게 감염된다. 당뇨병·고혈압·천식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더 그렇다. 하지만 보다 확실한 예방을 위해서는 취약층인 고령층도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가장 좋다.”

Q.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폐렴구균 백신 접종과 관련한 최신 권고문을 발표했는데.
“올해 2월 발표됐다. 폐렴구균 백신을 선택할 때 연령·지역(국가)적 특성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특히 현재 거주하는 지역에서 유행하는 폐렴구균 혈청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처럼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지역은 항생제 내성을 획득한 내성균을 조심해야 한다. 19A 혈청형이 대표적이다. 예전엔 드물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엔 이 혈청형이 유발하는 폐렴구균 질환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지역은 19A 혈청형에 대한 효과를 입증한 백신(프리베나13) 접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Q. 현재 한국에서 접종 가능한 영유아 폐렴구균 예방 백신은 두 종류다. 각 백신마다 예방효과에 차이가 있나.
“그렇다고 본다. 스웨덴·독일도 한국처럼 두 종류(프리베나13·신플로릭스)의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채택하고 있다.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비용이 모두 지원된다. 대부분은 두 백신 중 하나만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선택한다. 

주목할 점은 19A 혈청형 예방 여부에 따른 군집면역 효과 차이다. 스웨덴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스웨덴은 개인이 아니라 지역에서 어떤 백신을 접종할 지를 선택한다. 두 백신 중 지자체에서 어떤 백신을 공급할지를 결정하면 그 지역은 해당 백신만 접종하는 식이다. 스웨덴 지역의 절반은 10가인 신플로릭스를, 나머지는 13가인 프리베나13 접종을 선택했다. 그런데 각 지역에서 선택한 백신에 따라 19A 혈청형에 따른 폐렴구균 질환 발병률과 군집면역 효과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이런 예방효과의 차이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폐렴구균 질환이 미치는 질병부담은 전체적으로 유사하다. 하지만 19A만 한정한다면 차이가 확실하다. 예컨대 신플로릭스를 국가필수예방백신으로 접종하는 핀란드는 19A 혈청형으로 인한 폐렴구균 질병부담이 늘고 있다. 반면 19A 혈청형을 포함한 프리베나13을 선택한 영국 등 국가에서는 19A 혈청형으로 인한 질병부담이 점점 줄었다. 

벨기에 사례도 관심있게 봐야 한다. 벨기에는 프리베나13을 접종하다가 신플로릭스에서 다시 프리베나13으로 바꿨다. 19A 혈청형 예방효과 때문이다. 프리베나13을 접종할 때는 19A 혈청형 관련 폐렴구균 질환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는데 신플로릭스 변경 2년만에 관련 폐렴구균 질환이 2건에서 40건으로 크게 늘었다. 결국 프리베나13으로 다시 영유아 폐렴구균 접종백신을 변경했다.” 

Q. 성인이 접종하는 폐렴구균 백신은 종류가 다르다고 들었다. 백신을 접종하면 폐렴구균 질환이 예방되는 것 아닌가.
“23가 다당질 백신이다. 안타깝게도 23가 다당질 백신은 영유아에게 접종하는 단백접합 백신보다 예방효과가 낮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영국에서 란셋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성인을 대상으로 한 23가 다당질 백신의 예방효과는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접종률이 70%로 높은데도 23가 다당질 백신에 포함돼 있는 혈청형으로 인한 질병이 여전히 높았다. 게다가 접종 1년 후 예방효과는 40~45%, 5년 후에는 22%다. 백신 접종 5년 동안 평균 예방효과는 27%에 불과하다. 참고로 프리베나13을 접종하는 영유아의 예방효과는 80~90% 수준이다. 

기존 23가 다당질 백신과 비교해 단백접합 백신은 항체 형성도가 우수하다. 의료계에서도 성인도 영유아와 마찬가지로 예방효과가 확실한 백신으로 접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용 등 경제적 문제로 영유아와 달리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시행하는 나라는 드물다. 대부분 65세 성인을 대상으로 23가 다당질 백신을 폐렴구균 예방백신으로 채택한다. 개인적으로는 폐렴구균 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치명적이기 때문에 예방효과가 확실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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