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약 먹었는데 어지럽고 졸린가요? 쉽게 넘길 부작용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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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사고 유발 위험성이 있는 약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약의 효과와 부작용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때론 불가피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약 이야기 시리즈에서는 그동안 약과 관련된 여러 부작용에 대해 다뤄왔는데요, 이번에는 약 부작용 자체로 그치지 않고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바로 낙상 사고입니다.
 

낙상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꽤 심각한 사고입니다. 낙상이 교통사고에 이어 노인의 사고로 인한 사망 원인 2위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질병으로 인한 사망까지 따져도 암에 이어 5위에 해당할 정도로 발생률이 높습니다.
 
졸림-어지럼 등 부작용, 낙상의 주요 원인
낙상이 사망까지 이르게 되는 이유는 낙상으로 엉덩이뼈나 고관절 뼈가 골절되면 수술을 받아야 하고, 입원 시 움직임 없이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기 때문에 근육량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한달에 근육량의 절반가량이 준다고 알려져 있지요. 자연히 면연력이 약해지고 혈관 노화가 가속화하는 데다 패혈증도 더 빨리 진행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65세 이상 노인 중 낙상사고를 당한 3명중 1명은 1년내 사망하고 80세 이상의 경우 2명 중 1명이 2개월 안에 사망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근데 낙상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약물입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낙상 유발 위험 요인의 하나로 '네 가지 이상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을 꼽습니다. 근데 유념해야 할 것은 한 가지 약물만으로도 낙상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입니다.
 

약물복용이 낙상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기립성 저혈압, 졸림, 어지럼의 부작용 때문입니다.
대체적으로 항히스타민제, 항불안제, 수면제가 '졸림' 증상을 유발하고, 혈압약, 이뇨제, 전립선 비대증 약이 '기립성 저혈압' 가능성이, 항우울제, 항불안제, 간질약, 중등도 이상의 진통제, 치매 치료제가 '어지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중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약물은 항히스타민제인데요. 콧물감기약으로 많이 처방되는 약입니다. 우리가 감기약 먹으면 졸린다고 알고 있는 바로 그 성분입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인 히스타민의 작용을 상쇄하는 약인데, 내복의 형태로 사용할 경우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졸음입니다.
 
혈압약과 이뇨제는 모두 혈압을 떨어뜨리는 작용이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합니다. 혈압약 중 혈관확장제는 혈관을 확장시켜서 혈압을 떨어뜨리게 되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뇌로 가는 혈류의 압력이 약해지면서 기립성 저혈압이 생기게 됩니다. 전립선 비대증 약(알파1교감신경차단제)도 혈관을 확장하는 같은 원리입니다. 시야가 좁아지고 정신이 혼미해지게 됩니다. 이뇨제의 경우 소변량을 늘려 혈액량(수분)을 줄임으로써 혈압을 낮춥니다. 이뇨제가 고혈압약으로 쓰이는 이유죠.
 
신경계에 작용하는 성분의 경우 기본적으로 낙상 위험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갈란타민,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같은 치매 치료제(알츠하이머)의 경우 어지럼과 함께 운동 신경을 둔화시켜 낙상을 유발합니다. 항우울제도 같은 이유로 낙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진통제 중에서는 마약성 진통제가 해당합니다. 트라마돌이라는 성분이 대표적인데요, 이들 진통제의 경우 그 자체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복용하는 약물의 가짓수가 많아지면 당연히 낙상 위험이 커집니다. 상호작용하면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죠. 보고에 따르면 서로 다른 성분의 9가지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4가지의 약을 복용하는 사람보다 낙상 위험이 3.3배 크다고 합니다. 특히 위에 제시된 약 중에서 복용하는 약이 많아지면 위험은 더욱 커지겠죠.
 
특히 노인에 있어 약물 복용이 중요하고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낙상 자체로 인한 피해가 더 큰 것뿐만이 아닙니다. 노인의 경우 만성질환 등 여러 질환을 앓고 있어서 복용하는 약의 가짓수가 많은 데다, 약물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지요.
 

약 처방 초기 주의하고 가급적 취침 전 복용
약물로 인한 낙상 위험을 줄이려면 몇 가지를 지키면 도움이 됩니다. 첫째, 처음에 약을 처방 받았거나 교체했을 때 특히 주의합니다. 낙상을 유발하는 부작용은 약을 처음 복용하는 초기에 가장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둘째, 조금이라도 어지럽거나 정신이 혼미해지면 그대로 주저 앉습니다. 낙상 피해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기립성 저혈압의 경우 증상 완화를 위해 의사들은 환자가 일어설때 한번에 일어서지 않고 단계적으로 최대한 천천히 일어나는 것을 권합니다. 혈류가 충분히 뇌로 갈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죠.
 
셋째, 처방약을 교체, 중단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약 자체를 먹지 않을 순 없겠죠. 담당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교체 가능한 다른 계열의 약이 있는지 상담합니다. 실제로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1세대가 졸림 부작용이 커 2세대 약물로 바꾸거나 고혈압 약의 경우 혈관확장제로 어지럼증이 많았으면 이뇨제로 바꾸는 식으로 처방을 교체합니다. 넷째, 음주를 자제합니다. 알코올이 약물과 상호작용하기보다는 술을 마시면 판단력, 신체 기능이 떨어져 음주만으로도 낙상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하루 중 반드시 특정 시간대에 복용해야 하는 약이 아니라면 취침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 복용 후 바로 잠자리에 드는 만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약은 질환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목적으로 사용하지만 때론 부작용을 유발하고, 그 부작용이 낙상 같은 2차 피해를 초래하곤 합니다. 부작용은 증상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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