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고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육아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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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소아청소년센터 이진용 교수

한방 소아질환 명의 이진용 교수가 말하는 ‘소아 성장’

아이들의 성장을 좌우하는 요인은 뭘까. 소아 성장에는 가족력, 영양, 운동, 수면, 질병 등이 영향을 미친다. 이 중 가장 직접적인 것은 가족력이다. 가족력은 엄마·아빠 키인데 여기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① 엄마 아빠의 키가 모두 큰 경우
② 엄마가 크고 아빠가 작은 경우
③ 아빠가 크고 엄마가 작은 경우
④ 엄마, 아빠의 키가 모두 작은 경우
 
키 성장에 도움되는 영양소 ‘단백질’
①은 아이가 성장하는 데 아주 유리하다. 저절로 큰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①의 가족력을 갖고 있는데 아이가 의외로 키가 안 큰다면 친가·외가의 할머니·할아버지 키와 연관이 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②와 ③은 부모의 키를 고려해 아이의 키를 예측하는 MPH를 참고한다. 그러나 필자의 임상 경험으로 볼 때 ②와 ③은 부모의 키 중 어느 한 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현상을 자주 경험한다. ④는 가장 고민되는 유형이다. 영양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키 성장을 최대한 도와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④와 같은 유형이어서 키와 성장이 부진한 아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아이가 잠들기 어려워하거나 수면의 질이 양호하지 못하다 ▶성격이 완벽하거나 강박관념이 있다 ▶우유와 같은 단백질 섭취를 싫어하거나 못한다 ▶식욕이 부진해 늘 먹을 때마다 전쟁을 벌이고 먹는 것으로 부모를 기쁘게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보다 과자나 과일로 배를 채운다 ▶성장 곡선에서 키와 체중의 위치를 체크해 보면 키는 작은 그룹, 체중은 높은 그룹에 있다. 위로 크기보다 옆으로 큰다 ▶사춘기의 제2 급성장기에도 큰 성장 변화 없이 미미하게 지나간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아이가 먹으면 키가 크는 것이 아니라 키가 클 때 아이가 잘 먹는다는 사실이다. 즉 키가 클 때는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아이 스스로 먹을 것을 찾는다. 그래서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거나 먹는 것을 강요해선 안 된다. 특히 이유식을 하면서 우유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우유나 유제품의 양을 더 늘려 단백질 공급을 꾸준히 해줘야 한다. 뼈 성장을 돕기 위해선 단백질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녀 키를 나라별로 보면 낙농 국가 사람은 대체로 키가 크고 과일이 많은 열대지방 국가 사람은 키가 작은 편이다. 또 아시아 사람보다 서양사람의 키가 대체로 크다. 그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문화적 차이도 있겠지만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보다 단백질 위주의 영양 공급이 크게 좌우한다고 본다.
 
똑똑하고 건강하게 크는 지름길 ‘수면’
아이가 영리하고 사회성이 좋으며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소망이다. 그런데 아이가 양육 과정에서 소통이 안 되며 학교·학원 등 공동생활에 적응을 못 하고 외톨이라면 그 고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아이 양육을 위한 조언을 할 때 꼭 강조하는 사항이 있다.

첫째, 아이를 덥게 키우지 마라. 즉 서늘하게 키워라
둘째, 아이를 배부르게 키우지 말고 오히려 배고픈 듯 키워라
셋째,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장점을 골라 칭찬하라
넷째, 먹기 싫어하는 음식이나 식욕이 부진한 아이에게 ‘더 먹어라’ ‘빨리 먹어라’ ‘한 숟갈만 더 먹자’ 라는 말을 하지 말아라
다섯째, 재능이 없는 분야는 시키지 마라

건강을 위해 챙겨주는 식품이 오히려 양육에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요즘은 건강식품으로 홍삼을 많이 먹는다. ‘아이들 홍삼’이라는 제품도 유행한다. 인삼을 쪄서 화기(火氣)를 줄여 보양 기능은 유지하되 더운 기운을 줄인 것이 홍삼이다. 아이가 잘 때 이불을 거의 덮지 않고 차 버리고 자는데 이런 아이에게 홍삼을 남용하면 수면의 질이 나빠져 면역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양기가 넘치는 아이에게 더운 약을 더해주니 더위를 참지 못해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아이가 똑똑하고 건강하게 크는 지름길은 편안한 수면이다. 음식을 먹었는데 소화가 안 되면 배가 아파 깊은 잠을 못 잔다. 심지어 잠을 자다 깨서 울기도 한다. 밤에 과일 같은 날 음식을 먹으면 수면의 질이 더 나빠진다. 수면의 질을 좋게 하려면 서늘하게, 배가 고픈 듯 키우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는 IQ보다 EQ(정서 지능)가 높을수록 사회성이 발달해 적응을 잘하고 배려 깊은 아이로 성장한다. 정서 지능을 키우는 방법 중 최고는 진정성 있는 칭찬이다. 진정성 있는 칭찬이 바로 자녀 사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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