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완치율 최하위 ‘췌장암’ 일찍 발견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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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식욕 감퇴, 복부 팽만, 소화불량, 허리 통증 등 나타날 수 있어

췌장암은 한국인에게 자주 발생하는 10대 암 중 5년 생존율이 꼴찌다. 완치율도 가장 낮은 암이다. 췌장암은 증상을 자각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조기 진단이 힘든 데다 암의 성장이 매우 빠르고 전이가 쉽게 이뤄진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로 악화해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다.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전체의 15~20%밖에 되지 않는다.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전제혁 교수는 “췌장암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으나 흡연자의 경우 췌장암의 발생 위험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2~5배 높다”며 “장기간의 당뇨 병력이나 만성 췌장염, 고지방 식이도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췌장암의 초기 증상은 소화와 관련된 것이 많다. 식욕 감퇴와 복부 팽만 증상이 일어나며 체중이 줄어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소화불량을 겪는다. 또 등과 허리에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통증을 동반하며 무기력감을 호소한다. 췌장암에 의해 췌장염이 발생할 수도 있는 데 이 경우 구부리고 앉으면 통증이 없어지고 반듯이 누우면 통증이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췌장의 머리 부분에 암이 발생하면 그 안을 지나가는 담관을 막아 황달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췌장에 생기는 악성종양은 크게 외분비 조직에서 기원한 외분비 종양과 내분비조직에서 기원한 내분비 종양으로 구분한다. 흔히 말하는 췌장암은 외분비 조직 중 췌장관에서 발생한 췌관선암을 말하며 췌장암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췌장, 위나 대장에 파묻혀 있어 관찰 어려워
췌장암을 진단하려면 먼저 복부 초음파를 시행한다. 그러나 췌장이 위나 대장 등 다른 장기에 파묻혀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잘 관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장에 가스가 차 있거나 배가 많이 나온 환자는 췌장 자체를 식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췌장 검사가 복부 초음파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시행을 고려한다. 이 외에도 복부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방사선 검사가 이용되며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고 췌장에만 국한돼 있으면 췌장의 일부분이나 전체, 또는 주변 조직을 함께 절제한다. 췌장의 머리 부위에 생겼을 땐 ‘휘플 씨 수술(Whipple’s operation)’을 시행하는 데, 이는 췌장의 머리, 소장의 일부, 위의 하부, 담낭과 담관을 절제하고 남은 췌장과 담관을 위의 상부에 붙이는 과정을 거친다.
 
유문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은 휘플 씨 수술과 유사하나 위를 보존하는 수술이다. 합병증 발생률이 높고 수술 자체가 어려워 시행률이 높지 않았으나 최근 의료기술의 향상으로 국소적인 절제가 가능한 췌장암 치료를 위해 시행되고 있다.

전 교수는 “만약 암이 전이돼 수술이 어려울 땐 증상을 완화하고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항암치료를 실시한다”며 “암이 전이되진 않았지만 수술이 어려운 경우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는 데, 이때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병행하면 생존 기간 연장에 도움이 된다” 고 조언한다.
 
금연, 건강한 식생활, 적절한 운동 필요
흡연은 췌장암 발병률을 높이는 주요 위험인자다. 췌장암을 예방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금연이다. 건강한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췌장암 환자는 소화불량으로 인한 식욕 저하를 겪기 쉽고 치료 도중에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오심, 구토로 음식물을 섭취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이럴 땐 육류나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보단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고열량의 음식을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밥에 현미나 찹쌀 등의 잡곡을 섞어 먹는 것이 좋으며 채소와 과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브로콜리 속에 들어 있는 셀레늄은 항암작용이 탁월하고 시금치와 사과, 양파에 함유된 플라보놀 성분은 췌장암 발병 위험을 줄여준다. 토마토에 함유된 리코펜 성분 또한 강한 항산화 작용을 한다. 물을 하루에 1.5~2L 정도로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 교수는 “주기적으로 초음파나 복부CT 등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췌장암 예방법”이라며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 만성 췌장염이 있는 경우 꾸준히 검사 또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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