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20%는 영양실조로 사망…다양한 환자용 식품 개발, 수가 인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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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송미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

환자용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환자용 식품이란 음식을 섭취하기 힘들거나 영양보충이 필요한 경우 식사를 전적으로 대신하거나 일부 보충의 목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을 가리킨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늘고, 그로 인해 음식 섭취와 영양분 보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증가하면서 환자용 식품을 관심 있게 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이송미 영양팀장(한국임상영양학회 前 회장)을 만나 환자용 식품에 대해 들었다.
 

환자용 식품은 어떤 종류가 있나

"국내에 출시된 환자용 식품은 크게 입으로 섭취 가능한 경구 섭취용과 관을 통해 공급하는 경관급식용으로 나뉜다. 시장 규모는 크지 않다. 환자용 식품에 대한 이해가 낮고,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품목이 더 많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들이 출시돼 있는지

"환자용 균형영양식, 당뇨병환자식, 신장질환자식, 장질환자식, 암환자식, 폐질환자식, 치매환자식 등이 있다. 환자균형영양식은 식사 자체를 잘 못하시는 분들은 위한 것이다. 아프면 입맛이 없어지고 타액도 줄고 목 넘김도 힘든 경우가 많다. 그에 따라 식사량도 확연히 줄기 때문에 영양 공급이 어려워진다. 이때 먹을 수 있는 게 균형영양식이다. 제품 한 병 또는 한 캔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대부분 담겨 있기 때문에 영양부족 걱정을 덜 수 있다. " 
 

당뇨병 환자 식품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나

"아무래도 탄수화물이 문제가 되다 보니 탄수화물 비율을 낮춘 환자 식품이라고 보면 된다. 대신 열량을 맞추기 위해 지방 함량은 상대적으로 많다. 그밖에 단백질, 칼슘, 엽산, 철, 아연 등의 영양성분이 골고루 들어가 있다."
 

장, 신장 질환식도 해당 질환에 대한 영양분이 들어있나

"장 질환은 소화 흡수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위한 것이다. 단백질이 가수분해된 형태이기 때문에 흡수가 용이하다. 신장 질환자도 단백질 분해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단백질이 제한되고 전해질과 지용성비타민 함량이 낮은 제품이 따로 나와있다."
 

환자용 식품의 문제점은 뭔가

"첫째는 제품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낮은 수가 체계로는 시장이 커질 수가 없다. 비교적 수요가 높은 당뇨병 제제를 제외한 특정 질환 제품의 종류가 매우 적어 다양한 환자용 식품 사용이 불가능하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환자용 균형영양식이 제품의 약 60%를 차지했다. 질환별 제제로는 당뇨병, 신장병, 장질환자용이 나머지 대부분을 차지한다. 신장질환자용 식품은 약 4%(4가지), 장질환용식품 2%(2가지)로 골대사질환용, 신경계질환용 등 다양한 질환의 제품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환자 개인별 영양적 요구량을 고려해 표준 제제에 탄수화물, 단백질, MCT오일 등의 모듈라 제제를 혼합해 개별 조제를 하고 있지만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낮은 수가도 문제라고 들었다

"그렇다. 현재의 낮은 수가체계와 적은 시장 규모는 이를 생산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제품 개발 시 충분한 연구 및 개발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품의 질이 낮아지면 다국적기업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수가가 낮다 보니 원료가 다소 고가인 BCAA(Branched Chain Amino Acid), Fish oil 등이 함유된 간질환제제, 면역증강제제의 국내 제품 개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환자용 식품에 대해 급여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현재 입원환자 식대보험 제도에서 경관유동식의 환자 부담률은 50%로 다소 낮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퇴원 후 외래에서의 지원은 불가능하다.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환자는 퇴원 후 구매가 어렵게 돼 영양불량이 우려된다. 치료를 잘 받아서 나가도 영양실조로 병세가 악화되거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암 환자의 20%는 영양실조로 죽는다는 통계를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 단, 일부 영양 공급 제품(영진제약 하모닐란, 중외제약 엔카바)의 경우 약이라는 이유로 외래 처방이 가능(환자 부담률 10%)하다. 하지만 약품이라는 한계가 있다. 국내 보험 급여 대부분이 이들 제품에 쓰이고 있어 아쉬운 면이 있다."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의미인가

"선진국에서는 환자용 식품을 관리하는 법안이 별도로 마련돼 국가 차원에서 보다 전문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이윤이 나지 않는 희귀 질환 제품 생산에 국가 지원책이 마련돼 질병 별 다양한 제품의 개발이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환자용 식품 역시 일반 식품을 다루는 ‘식품 공전’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에 약품 인정 제품과 비교 시 의료보험 지원에 많은 한계가 따른다. 또한 제품 개발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비교적 쉬운 개발 과정의 장점도 있지만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 있다. 고품질의 환자용 식품이 개발되고, 많이 사용되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이 따로 만들어져야 하고 그에 따른 지원이 분명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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