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 골든타임은 3개월, 간단한 접촉 사고더라도 초기 집중 치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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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승훈 교수

한방 척추·관절질환 명의 이승훈 교수가 말하는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

교통사고는 가벼운 접촉 사고더라도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처음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이곳저곳이 아픈 경우도 적지 않다. 환자들은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한다. A씨의 사례를 들어 그의 증상을 하나씩 살펴보며 교통사고 손상에 대처하는 방법을 질의응답으로 알아보자.  

직장인 A씨(40)는 출근길에 신호대기로 정차하던 중 뒤에서 오던 다른 차량과 충돌했다. 뒤범퍼가 약간 찌그러졌을 뿐 몸도 특별히 문제없는 것 같아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왼쪽 목과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근처 의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았다. 괜찮아질 거란 생각도 잠시, 이상하게 앞머리가 아프면서 어지러웠다. 사고 4일째가 되니 허리는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반대쪽 등으로 통증이 옮겨갔다. 왼쪽 어깨와 팔꿈치도 갑자기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생기기 쉽다는 주위 동료들의 말에 갑자기 불안해졌다.

 질의 : 사고 당일에는 살짝 부딪쳤는데 왜 점점 통증이 생기나.
응답 : “ 가벼운 접촉 사고를 당하면 대다수의 운전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점점 목과 허리가 아프고 어지러워진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보통 외부에서 충격을 받을 때는 반사적으로 몸의 가장 바깥에 위치한 큰 근육이 수축해 안쪽의 구조물을 방어한다. 그러나 운전자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충격을 받으면 바깥의 큰 근육이 반사적으로 수축해 방어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충격이 안쪽의 작은 근육과 인대 등에 집중된다. 작은 충격에도 안쪽 척추 주위의 작은 근육과 인대가 손상되고 심하면 미세 출혈이 생긴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병리적 상황을 '어혈'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특히 뒤에서 차가 부딪치는 후방 충돌 시에는 0.2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목이 과신전(몸이 움직이는 범위가 정상 이상인 경우) 된다.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억지스러운 목의 동작으로 인해 목뼈 주위의 인대와 근육이 손상을 입는다.”
 질의 : 통증이 왜 전신으로 퍼지는 기분이 드나.
응답 : “외부에서 충격을 받으면 우리 몸은 실제로 부딪친 곳뿐 아니라 다른 부위도 긴장한다. 실제 충격이 가해진 쪽의 목·허리 등의 근육이나 인대만 손상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이나 주변의 골반·등의 근육이나 인대도 긴장할 수 있다. 이때 우리의 뇌는 모든 부위의 통증을 정확하게 정량화해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는 가장 불편한 부위의 증상부터 먼저 느낀다. 이후 가장 불편했던 부위의 통증이 조금 줄어들면 다른 부위의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통증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처음부터 존재했던 통증을 나중에 인지하는 것이다.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면 손목·팔꿈치·어깨 등이 아플 수 있다. 순간적으로 체중을 버틴 무릎이나 고관절에 통증을 호소할 수도 있다.”
 질의 : 머리를 심하게 부딪친 것도 아닌데 왜 어지럽나.
응답 : “ 위치감각정보를 뇌로 보내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목 주위, 특히 뒤통수 바로 아래에 위치한 근육(후두 하 부위)은 위치·균형에 대한 고유감각정보를 뇌로 전달한다. 뇌는 이 정보를 눈과 귀에서 오는 정보와 결합해 자세를 조절한다. 그런데 자동차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후두 하 부위에 위치한 고유감각정보 전달에 문제가 생긴다. 즉 자세를 잡아주는 안테나 역할을 해주는 신경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도 어지럽거나 불안정한 느낌을 받는다. 일부 환자는 서 있을 때 높은 번지점프대 위에 오른 것 같이 붕 떠 있는 기분이 들거나 걸을 때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질의 :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응답 : “ 교통사고 손상이 발생했을 경우 골든타임 3개월 이내에 빨리 증상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 만성화돼 후유증이 생기는 걸 예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급성통증이 3개월이 지나면 만성 통증으로 변하고 통증이 손상부위와 전신에서 민감해지는 감작(sensitization)이 생긴다. 이때는 통증이 쉽게 느껴지기 때문에 손상된 부위가 더 아파진다. 또 다치지 않은 부위도 통증을 더 잘 느끼게 돼 꾀병이라고 오해받는 경우도 생긴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교통사고 이후 3개월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3개월 이후에는 증상 호전이 더디거나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나중에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통증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빨리 집중 치료를 시작해 치료를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질의 : 한방에서는 교통사고 손상을 어떻게 치료하나.
응답 :
“ 겉에 있는 근육과 인대만 삐끗하거나 다친 경우는 단순히 찜질이나 물리치료만으로도 호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좀 더 안쪽에 있는 근육과 인대가 손상되면 척추뼈나 관절 주위 연부조직까지 다룰 수 있는 침•약침 치료가 필요하다. 교통사고 손상 초기에 사용하는 한약은 미세 출혈로 인한 어혈을 제거하고 경직된 근육을 이완하는데 탁월하다.  부드러운 수기 자극으로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는 추나 치료까지 더해지면 더욱 효과가 좋다.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후유증이 생기지 않도록 초기 골든타임 3개월을 놓치지 말고, 최대한 빠른 시기부터 집중적인 한방치료를 받으면 도움된다.”
 질의 : 병원 내 교통사고 클리닉에서는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나.
응답 : “ 양한방 협진 시스템에 따라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기본 영상 검사를 진행한 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약·추나요법·침·약침요법·뜸·부항·한방파스·물리요법 등을 진행한다. 모든 한방 치료에 대해 자동차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골절이 아니더라도 담당 의사의 판단하에 심한 염좌나 디스크 탈출 시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병원 내 여러 양방·한방 전문과가 있어 단순 통증 이외의 교통사고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증상에 대해 협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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