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줄기세포치료제, 약과 시술은 뭐가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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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국내 허가된 줄기세포치료제 어떤 것 있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요즘 병원 어디를 가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줄기세포 치료’입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는 줄기세포로 지방이식을 한다고 하고, 정형외과에서는 줄기세포로 관절염 치료를 합니다. 손상된 대장이나 심장세포도 줄기세포 치료제를 주입하면 회복된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줄기세포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2005년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표절 사건 이후로 줄기세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효과가 별로 없을 것’,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줄기세포치료제를 도외시만 할 것이 아닙니다. 손상된 장기를 이식하지 않고 재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학계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재생의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번 주 약 이야기에서는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줄기세포치료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줄기세포치료제와 줄기세포치료술을 헷갈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둘은 다르기 때문에 용어를 정확히 알아 놓는 것이 좋습니다.
 
◆ 줄기세포치료제, 현재 4품목 허가…까다로운 임상 거쳐야 승인
우선 줄기세포치료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약’입니다. 약사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을 받습니다. 개발과정은 ‘동물 실험→임상시험 1상→임상시험 2상→임상시험 3상’으로 나뉩니다. 임상 3상 결과, 안전성과 유효성이 모두 인정되는 경우에만 신약으로 승인받습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승인·허가된 줄기세포치료제 품목은 모두 4가지입니다. 하티셀그램-AMI(파미셀), 카티스템(메디포스트), 큐피스템(안트로젠), 뉴로나타-알주(코아스템)입니다.
 

각각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우선 가장 먼저 승인(2011년 7월)된 ‘하티셀그램-AMI(파미셀)’ 같은 경우 급성심근경색에 적응증을 받은 줄기세포치료제입니다. 국내 최초이기도 하지만 세계 최초이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심장 근육 기능이 떨어지고 혈액 공급 줄어 심근세포가 죽는 심근괴사증이 생기면 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심장이식 밖에 없었습니다.
 
하티셀 그램-AMI는 이런 손상된 심근조직을 일부 재생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환자 본인의 골수에서 채취한 중간엽줄기세포가 주성분입니다. 중간엽줄기세포는 지방·연골·심근세포 등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인데, 하티셀그램-AMI는 새로운 심근세포로 분화해 세포를 재생시키고 심근세포 생존을 연장하는 등의 복합 작용을 통해 손상된 심장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코아스템의 뉴로나타-알주는 2014년 8월 루게릭병 치료제로 승인 받았습니다. 환자의 골수와 뇌척수액을 채취(자가골수유래 중간엽줄기세포)해 제조합니다. 이 치료제를 루제릭 환자의 척추 뼈에 주입하면 근육 위축과 경화증 등의 진행 속도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과 안트로젠의 큐피스템은 2012년 1월에 승인된 줄기세포치료제들입니다. 카티스템은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중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약입니다. 카티스템은 제대혈(탯줄 혈액) 유래 줄기세포로 만들어집니다. 이를 관절 연골 부위에 바르면 연골이 일부 재생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로 무릎 관절 치료에 사용됩니다. 손상된 무릎 관절 부위 피부를 절개한 뒤 카티스템 치료제를 바르고 절개한 부분을 봉합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됩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히딩크 감독이 2014년 이 치료를 받으면서 유명세를 탄 바 있습니다.
 
안트로젠의 큐피스템은 크론병 치료에 사용되는 치료제입니다. 큐피스템은 지방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듭니다. 크론병은 항문에서 소화관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데, 염증이 심해지면 장 중간 중간에 구멍이 뚫리는 ‘크론성 누공’이 생길 수 있습니다. 큐피스템은 염증생성과 관련된 모든 경로를 차단하고, 면역을 조절해 크론성 누공을 막는 효과가 있어 치료제로 승인 받았습니다. 임상 시험 결과에서는 치료 집단의 82%에서 누공이 100% 막혔습니다.
 

◆ 줄기세포치료술은 약과 달라…병원서 분리한 세포 주입
줄기세포치료술은 뭐가 다를까요. 줄기세포치료제가 식약처에서 관리·허가· 감독하는 ‘약’이라면, 줄기세포치료술은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는 ‘의료기술’입니다. 병원에서 배나 엉덩이 등에서 지방을 따로 떼어내 거기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주입한다고 하면 ‘줄기세포치료술’입니다. 공장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증식시키는 등의 작업을 거치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간단한 기기를 통해 줄기세포 자체만 분리하고 자체 품질 검사를 거친 뒤 주입하기 때문에 시술의 유효성이나 효과 등이 약품보다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해당 시술에 대해 시술 결과가 보고된 여러 의학 문헌 고찰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신의료기술로 인정합니다. 임상과정을 따로 거치지 않습니다. 신의료기술로 인정되기 전에는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지만 다른 진료와 함께 진료비를 슬그머니 청구하는 병원도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단, 미용 목적 수술 등을 위한 줄기세포이식술은 신의료기술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의료기관에서 시술이 가능하고,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가슴성형을 할 때나 얼굴 지방이식을 할 때 환자 지방에서 떼어내 분리한 줄기세포를 넣는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줄기세포치료제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용 목적의 줄기세포치료술과 혼동되는 점이 많아서입니다. 미용 목적의 줄기세포치료술은 현재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의사의 책임 하에 ‘임의 시술’을 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가 없습니다. 우수한 줄기세포 분리 기기를 사용한 의료기관에서 받은 미용 시술은 세포 생착률이 높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낮은 품질의 저가 기기를 사용한 의료기관에서 받은 시술은 효과가 거의 없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제대로 된 기계로 줄기세포를 분리해 주입하는 곳은 10여 곳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시 줄기세포치료제 얘기로 돌아와 볼까요. 줄기세포치료제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멉니다. 가장 문제가 ‘고가(高價)’라는 점입니다. 1회 주사에 1000만원이 넘는 치료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량 생산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줄기세포 유래가 되는 조직을 수급하는 비용이 많이 들고, 이를 배양하는 과정도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배양과정 중 잘못 분화한 치료제를 주입하면 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를 위한 시설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조직을 떼어서 배양해 다시 주입하는 치료제의 경우 개인 맞춤 약을 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비용도 상당합니다.
 
이렇게 고가여도 효과만 좋으면 괜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싼 약 값에 비해 그만큼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경제적 여력이 충분한 사람이 약간의 치료 효과를 기대하고 시술 받는 정도는 모르지만, 완전한 개선이나 완치를 기대하고 치료를 받는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1세대 줄기세포치료제에서 2세대 치료제 개발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치료 효과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효과 좋은 줄기세포치료제를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도움말=오일환 가톨릭대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 식약처 의약품국 융복합팀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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