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여성 괴롭히는 안면홍조·주사, 체내 자율신경 조절해 근본 치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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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피부센터 김규석 교수

한방 피부질환 명의 김규석 교수가 말하는 ‘안면 홍조 솔루션’

주사(Rosacea)를 앓고 있는 A씨(39, 주부)는 조금만 덥고 긴장해도 얼굴이 붉어지며 열이 올라 술에 취해 있다는 오해를 받곤 한다. 특히 더운 여름에 외출할 때는 손 선풍기를 손에 들고 수시로 얼음찜질을 하지 않으면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주사란 얼굴, 두피 등이 붉게 변하는 ‘안면홍조(顔面紅潮, Hot Flush)’가 반복돼 혈관이 늘어나 지속적으로 확장된 상태를 말한다. 얼굴의 중앙 부위 특히 코 주변부와 같이 돌출한 부위와 뺨, 턱, 이마 등에 주로 발생하는 지속적인 홍반, 구진, 농포, 반복적인 홍조 및 혈관 확장을 나타내는 만성 피부 질환이다.
 
폐경 여성 3명 중 2명이 경험

주사의 전 단계인 안면홍조는 뜨겁고 매운 음식, 알코올, 열 자극, 햇빛, 감정적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안면홍조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데 폐경 여성의 3명 중 2명이 경험하는 흔한 증상 중 하나다.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과 함께 땀이 나는 증상이 동반된다. 폐경으로 인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서 체온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겨 체온이 조금만 올라도 혈관이 확장되며 모세혈관이 잘 수축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일부에서는 고혈압, 고지혈증, 진통제, 위장약, 골다공증, 파킨슨병 등의 치료제로 인해 안면홍조가 발생하기도 한다.

해당 약물들은 직접 혈관을 확장시키거나 혈관을 확장시키는 히스타민을 증가시키거나 혈관 수축 확장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안면홍조를 일으킬 수 있다. 이 경우 폐경 여성과는 달리 대개 땀이 나는 증상이 동반되지 않고 안면홍조가 수분에서 수 시간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스테로이드 성분의 피부 연고를 장기간 도포할 경우 혈관이 늘어나고 피부가 얇아져 안면홍조를 발생시킬 수 있다.

주사의 경우,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반복적으로 혈관을 확장, 수축시키는 외부 자극에 자주 노출되거나 햇빛에 자주 노출되는 경우 발생할 확률이 높다. 그 외 국소부위 감염, 모낭충, 화장품, 음주, 카페인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주사는 간혹 지루성피부염과 여드름으로 잘못 알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여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피부 변형이 오면 치료가 점차 까다로워지므로 초기 증상이 있을 때 내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면홍조는 일시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

이런 안면홍조와 주사는 특징적인 증상을 알아두면 좋다. 우선 안면홍조는 일시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 외에도 가려움증, 피부 건조증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안면홍조가 나타나면 얼굴이나 목, 상체에 열이 나면서 피부가 붉어지는데 2-4분 정도 지속된다. 또,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이 나타나거나, 입 마름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안면홍조가 밤에 나타날 경우 몸이 덥고 땀이 나 잠을 자주 깨면서 수면장애와 만성 피로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주사는 주로 코 주변과 얼굴 중앙, 뺨, 턱 등에 주로 발생하는데 모세혈관 확장으로 인한 홍반, 열감을 주로 호소하며 여드름과 비슷한 염증성 구진(좁쌀처럼 오돌토돌한 피부발진)과 농포(고름물집)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주사는 단계별로 진행된다.

발병 초기에는 홍조만이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자극에 대해 따갑거나 화끈거림을 호소하는 안면홍조 단계에서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피부혈관이 확장돼 붉은 홍반-모세혈관 확장형, 여드름양 구진, 농포 등이 나타난다.
 
약 쓰면 일시적으로 좋아지지만 중단하면 재발 많아

서양의학에서는 안면홍조와 주사 치료에 있어 증상이 드러나는 안면부 혈관 확장 및 구진 농포 등의 염증, 모낭충 등에 치료 초점을 맞춘다. 증상을 가라앉히기 위해 연고와 항생제, 혈관 레이저 치료 등을 실시한다. 이 같은 치료는 국소부위의 염증과 혈관 확장에 도움이 되지만 전신의 혈액 순환과 자율신경에 의한 조절을 고려하지 않은 한계점이 있다. 약을 쓸 때는 국소부위의 증상이 개선되지만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재발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체내 열의 편중을 관찰, 안면홍조와 더불어 사지 체온을 체크한다. 안면홍조와 열감을 호소하면서 하반신 및 손발이 찬 상열하한형, 안면홍조와 열감, 구갈을 호소하면서 가슴도 답답하고 손발도 뜨거운 음허열증형, 스트레스와 짜증 등으로 자율신경 실조가 동반되고 혈액 순환 장애를 동반해 수면질이 떨어지고 소화기 증상을 동반하는 간기울체형 등으로 구분해 전신 혈류 순환 정상화를 목표로 치료하고 있다.

특히 안면홍조 증상은 우선 폐경, 약물, 질환, 음식, 음주 등 관련 원인을 자세히 문진하고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악화 요인을 배제한 이후 안면부의 홍반, 열감, 구진, 농포 등 증상관리와 더불어 체내 열의 편중을 관찰해 상열하한형, 음허열증형, 간기울체형 등 유형별로 안면부에 몰린 혈액을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면부에 주로 나타난다고 해서 단순히 안면부의 피부 문제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안면부 뿐만 아니라 사지말단 등 전신의 열의 편중을 살펴서 혈액 순환을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
 
체내 열 조절해 근본 치료해야

안면홍조·주사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크게 증상을 관리하는 표치(標治)와 체내 열의 편재를 조절해 근본을 치료하는 본치(本治)로 나누어 치료를 하고 있다.


증상 관리를 위한 표치(標治)의 방법으로 홍반과 상열감을 치료하는 삼황사심탕, 황련해독탕, 청혈사물탕 등과 구진, 농포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 청상방풍탕, 은화연교탕 등의 처방을 응용할 수 있다. 또한 체내 열의 편재유형에 따라 청심연자탕, 도적강기탕, 자음강화탕, 보음탕, 육미지황탕가미, 보심건비탕, 가미소요산 등의 처방을 응용할 수 있으며 혈액 노폐물과 미세 혈액 순환을 개선하기 위해 계지복령환, 통규활혈탕 등을 응용할 수 있다.

또한 교감신경 과긴장 등 자율신경 조절의 불균형이 있을 경우 침 치료를 통해 자율신경을 정상화시켜 혈관의 수축 확장이 적절히 조절되도록 도와줄 수 있다. 대표적인 혈자리로는 합곡, 태충, 혈해, 임읍, 후계, 통곡, 족삼리 등의 혈자리를 응용할 수 있다.

생활습관 교정도 중요하다. 급격한 실내외 온도차는 피부 모세혈관을 확장시킬 수 있으므로 적정한 실내 온도와 습도 유지를 해주어야 한다. 뜨겁거나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외출 시 자외선이나 주방에서의 조리용 열기구 등에 오래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장시간 사우나나 뜨거운 탕욕은 이완된 혈관을 악화 시킬 수 있으므로 피한다. 감정 자극이나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동이나 휴식, 충분한 수면을 통해 몸의 스트레스 긴장 상태를 이완시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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