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속에 있는 좋은 세균으로 호흡기 바이러스 폐 감염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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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피포도상구균이 인플루엔자 감염 저항력 높여줘

코 속에 존재하는 세균으로 폐 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화기 뿐만 아니라 호흡기에도 인체 면역력을 높여주는 공생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최초로 밝혀낸 것이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직 교수 연구팀은 2016~2017년 건강한 성인 37명의 코 속에 분포하는 공생미생물을 조사하고 그 역할을 확인한 결과 3000마리 이상의 공생 미생물이 코 점막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공생 미생물 중 가장 많은 것은 평균 36% 분포하고 있는 표피포도상구균이다. 

공생미생물은 다른 생물의 체내에 서식사면서 서로 간 필요한 생존조건을 교환하는 박테리아다. 공생미생물이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곳은 장이다. 우리 몸에서 만들어내지 못하는 소화 효소와 비타민을 만들어낸다. 또 병원성 미생물에 의한 감염을 억제하는 등 면역 시스템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장내 어떤 종류의 공생미생물이 있느냐에 따라 비만, 당뇨, 염증성 장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이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연구팀은 공생 미생물이 인체 면역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코 점막에서 채취한 표피포도상구균을 배양해 생쥐의 코 점막에 이식한 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시켰다. 그 결과 90% 이상 바이러스가 줄어 인플루엔자 감염 저항성이 높아졌다. 반면 표피포도상구균을 이식하지 않은 생쥐는 치명적인 폐 감염이 유발됐다. 

표피포도상구균을 이식한 생쥐는 병원체에 감염됐을 때 분비되는 항바이러스 물질인 인터페론 람다 생산이 촉진됐다. 인터페론 람다는 바이러스를 직접 사멸시킬 수 있는 인터페론 유더성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킨다. 똑같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됐어도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한 이유다. 

연구팀은 향후 호흡기 점막 공생 미생물이 인체 면역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에 착안해 바이러스 폐 감염 저항성을 높일 수 있는 점막 백신 기술을 개발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표피포도상구균은 실험실 배양이 매우 쉬워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에 인체 적용이 가능한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살아있는 좋은 균인 유산균 같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것이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김현직 교수는 “소화기 뿐 아니라 호흡기에서도 공생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라며 “인체 면역시스템-공생미생물-바이러스 간의 삼중 상호작용 시스템을 이해한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공생미생물 분야 최고 권위 국제 의학학술지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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