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휴가 앞두고 '생리 늦추는 약' 먹을까 고민 중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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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생리 주기를 지연하는 약 복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본격적인 여름 휴가가 시작됐습니다. 도심을 벗어나 국내?해외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여름 휴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물놀이인데요, 휴가철마다 수영장?해수욕장?워터파크가 여행객들로 북적거립니다. 하지만 일부 여성은 고민스럽습니다. ‘휴가가 생리 기간과 겹쳐서 물놀이와 여행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 때문인데요, 이때 찾는 것이 ‘생리 늦추는 약’입니다. 이 약은 제대로 알고 먹지 않으면 원하는 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휴가를 망칠 수 있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 주제는 ‘생리 주기를 지연하는 약 복용법’입니다.
 

생리는 가임기 여성의 자궁내막이 배아의 착상을 위해 증식했다가 임신이 되지 않으면 저절로 떨어져 나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생리 주기는 21~35일(평균 28일)이므로 보통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하게 되며 한 번 할 때마다 3~7일 지속합니다. 가임기 여성이 생리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휴가나 여행, 중요한 시험 일정이 생리 기간과 겹치게 되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때 부득이하게 생리를 미루기 위한 약을 복용하게 되죠.
 

자궁내막 두텁게 유지해 생리 지연
사실 생리를 늦추는 용도로 허가된 약은 없습니다.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과 프로게스틴(황체호르몬)이 혼합된 사전 피임약을 생리 늦추는 약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약국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이 약은 원래 용도인 피임은 물론 생리 주기 불순 개선, 생리통 완화, 여드름 치료 등의 목적으로 복용할 수 있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은 자궁내막을 두텁게 유지해 생리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냅니다. 피임이 목적이라면 생리 첫날부터 먹기 시작해 하루 한 알씩 21일(종류에 따라 혹은 28일)간 복용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생리 지연이 목적이라면 생리 예정일 7~10일 전부터 미루고 싶은 날짜까지 하루 한 알씩 복용하면 됩니다. 복용을 중단하면 자궁내막을 유지하는 호르몬의 농도가 감소하면서 생리가 나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이번 여름 휴가를 7월 27~31일에 가는데 생리 예정일이 7월 28일이라면 최소한 7월 21일부터는 약을 먹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후 8월 1일부터 약 복용을 중단하면 생리는 8월 2~3일쯤 나오게 됩니다. 생리 지연 효과를 얻으려면 호르몬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므로 약은 매일 같은 시간대에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2?3세대 약
생리 늦추는 약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대부분 에스트로겐 성분인 에티닐에스트라디올은 같고 프로게스틴 성분의 종류에 따라 2~4세대로 나뉩니다. 레보노르게스트렐은 2세대, 데소게스트렐?게스토덴 3세대, 드로스피레논은 4세대 약입니다. 4세대 약은 전문의약품으로 생리 늦추는 약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2?3세대 약의 효과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부작용에 차이가 있는데요, 2세대 약은 레보노르게스트렐이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과 구조가 유사해 여드름, 체중 증가, 식욕 증가, 다모증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3세대 약은 2세대보다 안드로겐 작용은 줄였지만 혈관에 혈액 덩어리가 생기는 혈전증 발생 위험이 있고 두통, 유방통,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생리 늦추는 약의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은 메스꺼움입니다. 이런 증상은 취침 전에 복용하거나 메스꺼움의 원인이 되는 에티닐에스트라디올의 함량이 낮은 제품으로 변경하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그러나 생리 늦추는 약을 먹어선 안 되는 사람도 있는데요, 혈관염?혈전 색전증?뇌혈관질환?관상동맥질환 등 혈액 질환이 있는 사람은 에스트로겐이 혈액 응고 인자를 활성화해 혈전을 형성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유방암?자궁내막암처럼 에스트로겐 의존성 종양 진단을 받았거나 의심 환자는 종양의 크기가 커질 수 있으므로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35세 이상의 하루 한 갑 이상 흡연자 역시 혈전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 복용을 권하지 않습니다.
생리 지연을 목적으로 약을 처음 먹는 사람은 기저 질환이나 부작용 등을 고려해야 하니 반드시 의사나 약사에게 상담을 받은 후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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