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의료 현장] 손등 혈관과 QR코드으로 본인 인증, 아이 뒤바뀔 걱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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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병원 '가디언 시스템'

출생의 비밀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부모가 뒤바뀌어 어렵게 성장한 주인공이 성인이 된 다음 진짜 부모를 찾아 180도 달라진 삶을 산다. 꼭 드라마에서만 벌어지는 일일까?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 시술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지금, 자신의 정자와 난자가 실제로 활용되는지 우려하는 난임 부부가 적지 않다.

마리아병원은 안전한 난임 시술을 위해 손등 혈관의 패턴을 인식해 본인 인증을 하는 '가디언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 박정렬 기자]

마리아병원은 세계 3대 난임센터 중 한 곳으로 우리나라 시험관아기 시술의 35~40%를 책임진다. 난임 부부가 많이 찾는 만큼 이들의 고민과 걱정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혹시나’ 하는 난임 부부의 막연한 두려움도 그중 하나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13년, 마리아병원은 난임시술 검증  시스템인 ‘IVF-guardian(In vitro fertilization-guardian, 이하 ‘가디언 시스템’)’을 아시아 최초로 자체 개발해 서울 신설동 본원을 포함한 전국 10개 마리아병원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달, 가디언 시스템을 체험해보기 위해 서울 신설동 마리아병원 본원을 찾았다. 접수를 마치고 지하 1층 ‘제2시험관 아이센터’로 내려가니 접수대에 처음 보는 장비가 설치돼 있다. 손등 혈관의 패턴을 인식해 본인 인증을 하는 ‘가디언 시스템’이다. 마리아병원 허용수 연구실장은 “지문 인식은 관공서나 기관에서도 사용하는 생체 정보인 만큼 유출될 경우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마리아병원은 손등 혈관을 인식하는 본인 인증 과정을 도입해 이런 문제에서 좀더 자유롭다”라고 설명했다.
 

마리아병원은 안전한 난임 시술을 위해 손등 혈관의 패턴을 인식해 본인 인증을 하는 '가디언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 박정렬 기자]

담당 직원의 안내를 받아 왼손을 넣은 다음 손등으로 가볍게 버튼을 누르니 10초쯤 지나 등록이 끝났다는 메시지가 떴다. 담당 직원이 한 번 더 본인인지 확인한 다음 정액을 담은 용기에 검증 후 자동 생성된 기자의 QR코드를 붙였다.

이후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병원 측의 동의를 구해 ‘생식세포처리실’로 이동했다.생식세포처리실은 정자를 선별하는 곳이다. 정자의 경우 총 3단계를 거쳐 건강한 정자를 선별하는데, 이때 쓰는 튜브에도 각각 기자의 정보가 담긴 QR코드가 부착됐다. 앞서 정액을 담은 용기의 QR코드가 있어야만 튜브에 붙일 QR코드가 출력되는 시스템이다. 한 명의 임상배아연구원이 용기의 QR코드를 확인하고, 이를 스캔해 새로운 QR코드를 뽑은 다음 튜브에 붙이는 전 과정을 담당했다.

서울 신설동 마리아병원 본원에서 임상배아연구원이 QR코드를 확인하며 정자 선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박정렬 기자]

난임 시술은 이후에도 ▶선별한 정자, 난자 수정과 정상 수정된 배아 배양 ▶배아(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상태)를 자궁에 이식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마리아병원에 따르면, 각각의 시술은 부부의 QR코드 정보가 서로 맞을 때만 진행된다. QR코드를 스캔하면 환자 성명, 환자의 병록번호, 배우자 성명, 배우자의 병록번호를 담은 화면이 하나의 모니터에 각각 뜬다. 이 화면에 정보가 사전에 등록한 부부의 정보가 일치될 때만 시술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허용수 연구실장은 “난임 시술(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에 사용되는 검증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환자 본인 인증, 둘째는 생식세포 간 대조와 배아와 환자 간의 대조를 통한 검증”이라며 “’가디언 시스템’은 병원 진료 시스템과 연동돼 모든 검증과정이 저장된다. 검증이 잘못되면 시술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마리아병원은 모든 환자에게 추가 비용 없이 가디언 시스템을 제공한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검증 시스템은 비싼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고 고가의 칩(RFID chip)을 사용해야 하지만, 마리아병원은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환자의 비용적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마리아병원 이원돈 원장은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없고 난임 시술 후 냉동 보관되는 생식세포나 배아도 QR 코드로 관리돼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시술을 기약할 수 있다”며 “난임 부부가 마리아병원의 ‘가디언 시스템’을 통해 편안한 마음으로 난임 시술에 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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