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울 때 가장 먼저 '이곳' 문제인지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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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증, 메니에르병 등 원인, 이비인후과 찾아야

어지러움을 느끼면 빈혈이나 뇌 손상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에서는 의외로 귀의 문제로 어지럼증이 생긴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질환은 귀질환(말초성)과 뇌질환(중추성)으로 구분된다. 이중 이석증(양성돌발성체위어지럼증, BPPV)과 메니에르병이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귀질환이다.
 
늦게 자도 이석증 잘 생겨
이석증이란 속귀의 이석기관 내에 위치한 ‘이석’이 제자리에서 벗어나 세반고리관 안을 돌아다니면서 머리 움직임에 따라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노화, 만성 스트레스, 면역력 저하, 늦게 잠자리에 드는 습관, 머리가 뒤쪽으로 젖혀지는 교통사고와 같은 머리 충격, 과로 등이 주요 발생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석증일 때는 안구운동 관련 근육이 영향을 받아 눈동자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증상(안진)을 유발하기도 한다. 환자들은 사물이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며 이상증상을 호소한다. 이석증은 주로 잠자리에서 일어나거나 고개를 돌릴 때,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숙일 때 심해진다. 속이 매스껍고 구토가 동반될 때가 많으며 머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증상이 곧 회복되어 어지럼증의 지속시간이 1분 이내로 짧다. 이명(耳鳴 : 귀울림), 귀충만감(귀가 꽉 찬 느낌) 등의 다른 귀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름부터 생소한 메니에르병은 병명 때문에 희귀병이나 난치병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다. 프랑스 의사인 메니에르(Prosper Meniere)가 19세기 중반에 처음으로 이 병을 보고했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내림프 수종(endolymphatic hydrops)이 주된 원인으로 추정된다.

반복적으로 회전감 있는 어지럼증이 발생하고, 어지럼증 이외에 귀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며 난청, 이명이 가장 흔한 동반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은 돌발적으로 발생하여 20~30분에서 수 시간 동안 지속된다. 귀에 뭔가 꽉 찬 듯한 충만감과 속이 메스껍거나 토하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며, 때에 따라서 두통도 같이 발생한다. 3분의 2 가량이 50세 이전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증상이 반복되면 영구적인 청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석증은 머리와 몸의 위치를 일련의 순서로 변환시키는 치료법을 적용한다. 이른바 '에플리(Epley)'라는 물리치료법이다. 머리의 위치를 바꿔 세반고리관 내에서 떠다니는 이석조각을 어지럼증을 유발시키지 않는 부위로 옮겨주는 방법이다.

메니에르병은 이보다는 치료가 더 어렵다. 원인이 다양하고 환자마다 발작증세의 주기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급성 어지럼 발작시의 증상 억제 치료와 내림프수종을 경감시키는 장기적 치료로 구분할 수 있다. 급성 어지럼 발작 시에는 전정억제제와 오심 및 구토 억제제가 필요하며, 수분을 공급하고 전해질을 보충해줘야 한다.

어지럼증을 관리할 때는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약물을 쓸 수 있다. 엄격한 저염식(하루 소금 섭취량 1.8g 이하)과 술, 담배,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을 피하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로는 베타히스틴과 이뇨제가 효과적이라고 보고된다. 만약,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고 증상이 계속되면 내림프낭 감압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나 고실내 약물주입과 같은 침습적 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부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오정훈 교수 [사진 부천성모병원]

부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오정훈 교수는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귀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어지럼증이 생긴다면 우선 이비인후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귀에 문제가 없는데도 어지럼증이 있다면 뇌의 문제일 수 있어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라며 "노인의 경우 낙상, 골절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증상이 나타나면 보다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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