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지역민 힐링 공간, 의료진·직원 웰빙 일터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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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을지대 총장 도약 발판 차곡차곡

홍성희 을지대 총장은 경기도 의정부시에 건립 중인 부속병원을 의료문화복합 공간으로 꾸며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성욱 기자

1970~80년대에는 대형 종합병원의 강남 진출이 붐이었다. 서울의 강남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강남에 제2 병원 건립을 너도나도 추진하던 때다. 이때 남들과 다르게 지방을 눈여겨본 병원이 있다. 당시 서울 을지로에 있던 을지병원이다. 을지병원은 인구 100만 명이 채 안 되던 대전시에 당시 17개 진료과, 250개 병상을 갖춘 병원을 세웠다. 우리나라에 의료의 지방화 시대를 연 결정적인 계기였다. 을지병원의 출발지인 을지로를 떠날 때도 그랬다. 서울의 중심 대신 상대적으로 의료 취약지였던 서울 노원구를 새 병원 부지로 낙점했다. ‘의료는 복지’라는 신념 때문이다. 

 이런 을지병원이 경기도 의정부시에 연면적 21만676㎡(약 6만3729평) 규모로 새 병원과 대학 캠퍼스를 짓는다. 이제는 병원 세 곳과 캠퍼스 두 곳을 일군 을지재단으로 성장해 새로운 차원의 의료·교육 터전을 닦는다. 2021년 개원·개교가 목표다. 의사이자 경영자인 홍성희(55) 을지대 총장은 “의정부에는 4년제 대학과 5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이 드물다”며 “4년제 종합대학인 을지대 캠퍼스와 부속병원이 건립되면 의정부는 물론 양주·포천·동두천 등 경기 북부권 발전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의정부, ‘라이프 케어 캠퍼스’로 특성화
을지대는 국내 유일의 보건 의료 특성화 종합대학이다. 의대와 간호대를 중심으로 보건의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실제로 성수대교 붕괴 사고 후 정부를 설득해 국내 최초로 응급구조학과를 개설했고,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장례서비스 산업이 부상할 것을 대비해 장례지도학과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2008년부턴 중독재활복지학과를 개설해 술·마약·도박 등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돕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죠.” 
  
 을지대는 철저한 현장 위주의 교육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맞춤형 실무 의료인을 길러낸다. 18년 연속 간호사 국가고시 100% 합격, 최상위권 취업률 지표가 이를 대변한다. 의정부에는 의료·보건·복지는 물론 대학원, 평생교육이 한데 어우러진 ‘라이프 케어 캠퍼스’를 구축해 일류 인재 양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의정부 을지대병원도 의료문화복합 공간을 지향한다. “병원에서 단순히 치료만 받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질병 치료를 넘어 건강관리를 위해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기존 병원과는 좀 다른 형태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의정부 부속병원은 각종 편의시설은 기본이고 축구장, 실내 수영장, 헬스장 등 차별화된 부대시설을 제공할 예정이다. 환자·보호자·장애인 숙소도 마련한다. 환자를 위한 치유와 재활, 직원·지역민을 위한 건강 증진과 문화생활이 모두 가능한 의정부의 랜드마크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차별화된 편의·부대 시설로 지역민에 혜택
병원은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로 계획돼 있다. 경기 북부권 최대의 종합병원이 될 전망이다. 큰 덩치만큼 내실을 채워야 신뢰받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어떤 병원을 만들 계획인가. 
 “우선 대학병원이 해야 할 기본적인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적어도 지역의 중환자가 진단·치료를 위해 서울로 가는 일이 없도록 중증 질환 치료에 충실할 것이다. 둘째는 환자에게 감동을 주는 병원이 되고자 한다. 의료진 모두가 환자의 아픈 곳을 진심으로 어루만져 주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진료를 하면 가능한 일이다. 민원과 사고가 없는 병원을 만들자는 각오다. 마지막으로 노년 사회를 앞두고 노인에게 친숙한 병원이 될 것이다.” 
  
-지역과의 상생도 큰 숙제일 텐데. 
 “을지대병원의 뿌리는 의원(박산부인과의원)이다. 지금껏 지역과의 상생을 중요시해 온 배경이다. 그동안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 계획을 구상해 꾸준히 제안해 왔다. 무엇보다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동반 성장을 도모할 것이다. 대학병원이지만 의정부에선 후발주자란 마음가짐으로 주민·의료기관과 소통하려고 한다.” 
  
-새 병원 직원만 2500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들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환자·보호자·지역민·직원 모두가 행복한 병원을 꿈꾼다. 의료문화복합 공간으로 계획한 이유 중 하나도 직원이 만족하는 병원을 만들고 싶어서다. 직원이 일터에 만족하지 않으면 환자 만족도 기대하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나은 직장 환경을 조성한다면 그것이 곧 환자 서비스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을지재단은 의료·교육계에서 자립·자활의 대명사 격으로 각인돼 있다. 의료 분야는 개인 의원에서 출발해 종합병원을 거쳐 대학병원으로, 교육 분야는 전문대에서 시작해 의대 설립과 4년제 종합대학으로 점진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빚 한 푼 없이 대학과 병원을 키웠지만 자력 성장을 위해 강조한 근검절약 정신이 때론 “짜다”는 평가로 되돌아왔다. 홍 총장은 “이제는 규모에 걸맞은 조직 문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구성원이 만족하는 조직을 넘어 그들이 가족과 지인에게 자신 있게 치료·입원을 권하는 병원, 그들의 자녀를 입학시키고 싶은 대학으로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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