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땀 났을 때 데오드란트 하면 역한 땀 냄새 심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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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끈적끈적한 땀 해결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여름은 땀의 계절입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는 가만히 있어도 온 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땀이 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서 입니다. 땀을 통해 열을 방출해 체온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일상이 불편해집니다. 손·발이 축축해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마다 미끄러지고 잘 놓칩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도 잘 인식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옷은 땀에 젖어 색이 변하고 몸은 끈적끈적해 불쾌하고 짜증이 밀려옵니다. 시큼·쾌쾌한 땀 냄새로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땀으로 불편한 이들을 위한 땀 치료제에 대해 소개합니다.
 

땀은 우리 몸을 식혀주는 냉각수입니다. 체온이 올라가면 뇌에서 바로 인지해 전신에 위치한 수백만 개의 땀샘에서 땀을 분비합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하루에 평균 600~700㎖의 땀을 흘립니다. 날이 더워 체온이 올라가는 환경이거나 몸을 많이 움직이면 흘리는 땀의 양은 더 많아집니다. 땀이 증발하면서 피부 표면을 냉각시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땀은 체액의 일종입니다. 성분은 혈액과 비슷하지만 농도는 훨씬 묽습니다. 땀의 99%가 물이고, 그 외에 나트륨·염소·칼륨·마그네슘·젖산 등으로 이뤄져있습니다.
 
땀 때문에 일상이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치료 필요
그런데 얼굴·손바닥·발바닥·겨드랑이 등 특정 부위에서 땀이 많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한증입니다. 정상인보다 3배 이상 많은 땀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심리적으로 불안·초조한 감정이 생기면서 필요 이상으로 땀을 많이 흘립니다. 대개 열·운동 같은 물리적 요인보다 정신적 자극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물론 다한증이 없는 사람도 무더위가 심할 땐 땀을 많이 흘리면서 땀 관련 불편감을 호소합니다. 이럴 땐 땀 분비를 억제하는 약으로 증상을 개선·완화할 수 있습니다.
 

약으로 땀 분비를 억제하는 치료를 할 때 살펴야 할 점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주관적 불편함입니다. 땀이 많이 나는 것은 병이 아닌 증상입니다. 임상적으로 얼마나 땀이 많이 나면 질병이라고 진단하는 기준은 없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땀으로 인한 불편함이 얼마나 심한지에 따라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직업적으로 사람을 많이 만나는데 손에 땀이 너무 많이 나 악수하기 어렵다든지, 학생인데 손에 흐르는 땀으로 시험 답안지 작성이 어렵다든지, 손으로 디지털 기기나 금속·섬유를 다루는 업무를 하는데 작업이 힘들 때 치료를 고려하는 식입니다.
 
피부 상태도 살펴야 합니다. 땀이 많이 나면 땀이 분비되는 통로인 땀관이 막히면서 피부 염증으로 땀띠나 습진이 생길 수 있습니다. 피부에 울긋불긋한 발진으로 가려움증이 심해집니다. 피부가 늘 축축하게 젖어있어 무좀 등에 감염되기도 쉽습니다. 다만, 갑자기 전신에서 과도한 땀이 많이 나면 결핵이나 갑상샘기능 항진증 등 다른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닌지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땀 vs 땀 냄새, 해결책 달라
둘째는 무엇을 해결하고 싶은지 입니다. 땀이 유발하는 불편감은 ▶땀을 많이 흘리는 것 ▶불쾌한 땀 냄새로 구분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면 시큼·퀴퀴한 땀냄새가 심할 것으로 생각합 니다. 이는 오해입니다.
 
땀은 어디에서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특징이 다릅니다. 해결해야 할 원인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땀이 많은 다한증과 관련된 땀은 손바닥·발바닥·이마·볼·겨드랑 이 등 신체 곳곳에 위치한 에크린 땀샘과 관련이 있습니다. 에크린 땀샘에서는 냄새가 없고 맑은 색의 땀을 배출합니다. 치료는 땀 분비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겨드랑이·손바닥·발바닥 등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약을 바르면 젤리 형태의 막이 땀이 나오는 입구를 물리적으로 땀 분비를 억제합니다. 염화알루미늄 성분의 드리클로액·스웨클로액 등이 대표적입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잠을 자기 전에 발라야 할 부위를 깨끗하게 씻은 다음 드라이어 등으로 완벽하게 건조시킨 다음 극소량을 바르고, 다음 날 가볍게 물로 씻어줍니다. 약의 피부 흡수도를 높이기 위해 물로 씻어내기 전 최소한 6~8시간 정도는 피부에 바른 상태로 있어야 땀 분비 억제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매일 밤 한 번씩 사용하다가 증상이 나아지면 일주일에 1~2번씩으로 줄여줍니다. 이 약을 사용할 때는 수분에 주의해야 합니다. 피부에 물기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약이 물과 반응해 극심한 피부 자극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 겨드랑이 털을 제모한 전후 12시간 이내에는 피부 자극감이 심할 수 있어 사용을 피합니다. 드리클로 등 염화알루미늄 성분의 약의 땀 분비 억제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사람마다 땀 억제 효과가 제각각이어서 상황을 보고 적절한 양을 발라야 합니다.
 
다만 이 약은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땀구멍을 반복적으로 막으면 땀은 만들어지지만 배출되지 않아 구조적으로 땀샘이 변형될 수 있습니다. 피부 자극이 생겼을 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도움이 됩니다.
 
보툴리눔 독소 주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명 땀 주사 입니다. 땀이 나는 부위에 보툴리눔 독소를 소량 주입하면 에크린 땀샘에 분포한 신경세포에서 아세틸콜린 분비를 차단 해 땀 분비를 억제합니다. 보툴리눔 독소 주사의 땀 분비 억제 효과는 평균 8~9개월 정도 지속됩니다. 다만 주사를 맞을 때 이틀 정도 통증이 심합니다. 손·발에 보톨리눔 주사를 맞았다면 통증이 더 심합니다. 또 일시적으로 손바닥 근육이 마비되거나 악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일부는 주사를 맞지 않은 다른 부위에서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얼굴 전용 다한증 치료제도 있습니다. 스웨트롤패트액이 대표적입니다. 땀을 분비하는 신경을 차단하는 성분인 글리코피롤레이트가 발라져 있는 시트를 얼굴에 5회 정도 문지르면 한두시간 정도 후부터 땀 분비가 억제됩니다. 약을 사용하기 전에 얼굴을 충분히 건조한 다음 눈·코·입 등을 제외한 얼굴에만 적용합니다.
 
특유의 땀 냄새는 겨드랑이·회음부·외이도에 위치한 아포크린 땀샘에서 만들어진 땀이 원인입니다. 아포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땀은 에크린 땀샘과 비교해 단백질·지방 성분이 많습니 다. 아포크린 땀샘은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부터 발달합니다. 모낭으로 땀을 분비해 배출된 땀이 피부 표면에서 세균과 만나 끈적거리고 퀴퀴한 땀 냄새가 심합니다.
 
땀 냄새를 완화하는 데오도란트 제품이 있지만 약은 아닙니다. 모낭 주변에서 세균 증식을 억제해 배출 된 땀을 세균이 분해하면서 생기는 냄새를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맡으면 기분이 좋은 향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일종의 탈취제입니다.
 

참고로 겨드랑이는 에크린·아포크린 땀샘이 모두 있습니다. 땀 분비를 줄이면 심해지는 땀 냄새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나면 옷이 축축하게 젖으면서 세균이 증식해 땀 냄새가 심합니다. 일부 데오도란트 제품은 알루미늄 클로로하이트레이트 등 드리클로처럼 땀 구멍을 막는 성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분자의 크기가 커 땀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는 떨어집니다. 데오도란트도 드리클로처럼 땀이 나기 전에 미리 사용해야 합니다. 땀이 났을 때 데오도란트를 바르거나 뿌리면 땀 냄새와 결합해 역한 냄새가 심해집니다.
 
도움말: 성균관대 약대 오성곤 겸임교수, GSK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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