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양성 조기 유방암, 수술 전후 표적 항암제로 ‘완치’도 기대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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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적용돼 비용 부담 줄어

여성에게 발생기는 이른바 ‘여성 암’ 중 유방암은 비교적 치료가 잘되는 편에 속한다.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 10명 중 9명은 조기 유방암으로 10년 전체 생존율이 90%에 육박한다. 하지만 유방암도 진행할수록 독해진다. 4기로 악화하면 10년 전체 생존율이 22%까지 뚝 떨어진다. 최근 수술 이전 단계에서 적용되는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초기부터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제를 적용, 암의 진행과 재발을 막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사진)로부터 발전하는 유방암의 치료법을 들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조기 유방암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유방 검진이 활발해지면서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기 유방암이 전체 유방암 환자의 90% 이상(91.1%, 2016년도 기준)을 차지한다. 조기 유방암 치료는 환자의 병리학적 아형, 임상 병기 및 치료 선호도 등을 고려해 수술, 방사선 치료, 세포 독성항암제 및 표적 항암제를 포함하는 항암 화학요법과 같은 치료 방법을 선별적으로 적용한다."

-최근 주목받는 치료법이 있다면.

"유방암은 종양 특성(HER2/호르몬 수용체 양성 여부)과 발견 시 전이 여부(림프절 및 전신), 크기 등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20~25%에서 나타나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의 경우, 최근 수술 이전 단계부터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을 통해 병리학적 완전관해(치료 후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는 상태)를 보인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는 완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치료에 있어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병리학적 완전관해가 나타나면 예후가 좋지 않은 HER2 양성 환자의 재발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ER2 양성 유방암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HER2 양성 유방암은 종양 조직에서 HER2 수용체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타나는(과발현) 경우다. HER2 수용체 양성 여부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HER2 양성 유방암이 일반적인 유방암에 비해 공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HER2 수용체는 암 세포의 표면에 분포하면서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촉진하는 신호를 내보낸다. 이런 HER2 수용체가 일반적인 암세포 보다 많이 발견되는 경우엔 암의 진행이 보다 빨라질 수 있다."

-어떻게 치료하나.

"HER2 양성 유방암의 치료는 세포 독성항암제와 함께 표적 항암제가 사용된다. 표적 항암제는 HER2가 과발현된 종양세포를 특정해 공격한다. 조기 유방암이면서 HER2 양성인 환자의 경우, 현재는 수술 전후 단계에서 모두 표적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지난 5월부터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과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 두 가지를 세포 독성항암제와 함께 사용하는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이 선별 급여를 적용을 받아 환자 접근성이 높아졌다. 또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도 병용 약제에 대한 급여가 적용돼 환자 부담이 줄었다."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의 경우 종양의 크기를 줄여 유방절제술을 해야 했던 환자가 유방보존술을 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항암 치료에 환자의 종양이 얼마나 잘 반응하는지를 미리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을 통해 병리학적 완전관해를 보인 환자는 완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수술로 치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보다 유리할지를 미리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조기 유방암 환자 중 종양 크기가 2cm가 넘는 환자의 경우 수술 이전 단계부터 표적 항암제로의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을 통해 병리학적 완전관해와 같은 치료 지표를 달성하는 것은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생존 기간 측면에서 치료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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