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갑상샘 환자 100만명 시대. 약물 부작용은 '초기 관찰'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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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갑상샘 치료제에 관한 궁금증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최근 들어 주목받는 신체 기관을 꼽는다면 단연 갑상샘이 아닐까 합니다. 유명 연예인들의 갑상샘 기능 항진증?저하증 투병 사실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일반인의 관심이 부쩍 커졌죠. 사실 갑상샘 문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암(35만4118명)?항진증(25만362명)?저하증(52만1102명) 등 연간 100만명이 훌쩍 넘습니다(2018년 기준). 하지만 갑상샘 기능에 문제가 생길 때 먹는 치료제의 원리?부작용은 모르는 사람이 많죠. 이번 주 약 이야기에서 갑상샘 치료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갑상샘은 목젖 2~3cm 아래에 있는 나비 모양의 호르몬 생성 기관입니다. 이곳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하루 125㎍(1㎍은 100만분의 1g)에 불과하지만, 성장발달과 에너지 생성, 신체 대사 조절 등 전신에 막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갑상샘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맥박이 빨라지고 에너지 소모량이 늘어 체중이 감소합니다. 반대로 적게 분비되면 무기력해지고, 추위를 잘 타며 입맛은 없는데 체중이 증가하죠. 이를 각각 갑상샘 기능 항진증, 갑상샘 기능 저하증이라 합니다. 갑상샘암은 갑상샘 기능과는 무관하지만 수술로 이를 제거하면 영구적인 갑상샘 기능 저하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갑상샘 기능 이상(암 제외)은 대게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의 70~80%는 면역세포가 갑상샘을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는 하시모토 갑상샘염, 갑상샘 기능 항진증의 60~80%는 면역세포가 갑상샘 자극 물질을 분비해 발병하는 그레이브스병이 원인입니다. 이들 자가면역질환은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죠. 건선?크론병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은 면역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쓰지만, 갑상샘 기능 이상에는 이런 면역억제제의 효과가 작고 오히려 갑상샘이 손상될 위험이 있어 사용되지 않습니다.
 

정기적으로 호르몬 수치 검사 해야
다행히 갑상샘 기능 항진증과 저하증은 수십 년 전부터 사용해 온 치료법이 존재합니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은 부족한 갑상샘 호르몬을 채우는 호르몬제를, 갑상샘 기능 항진증은 갑상샘의 기능을 떨어트리는 항갑상샘제를 씁니다. 혈중 갑상샘 호르몬 수치를 정상화하고, 이를 통해 갑상샘 호르몬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을 회복해 증상을 완화하는 게 치료의 목표입니다.
 
먼저 갑상샘 호르몬제는 주사로 맞는 인슐린?성장호르몬과 달리 먹는 약이 개발돼 있습니다. 갑상샘 호르몬은 크게 티록신(T4)과 삼요오드티로닌(T3) 두 종류인데요, 갑상샘 호르몬제 역시 T3 제제인 리오티로닌(liothyronine, 제품명 테트로닌)과 T4 제제인 레보티록신(levothyroxine, 제품명 씬지로이드), 그리고 이 둘을 섞은 복합제(제품명 콤지로이드) 등이 개발돼 있습니다. 다만, T4는 T3로 전환될 수 있고, 작용 시간이 길어서 우선 T4 제제를 써본 다음 효과가 없을 때 복합제, T3제제 등의 약을 씁니다.
 

갑상샘 호르몬제(T4)를 복용한 뒤 2주 정도면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와 맞물려 부정맥, 협심증 등 심장병이나 골다공증의 위험이 커지기도 합니다. 약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줄었던 호르몬이 정상치로 회복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정상적인 호르몬 수치에 도달해도 저하증 환자에게는 이마저도 높아 맥박이 빨라지거나 칼슘 흡수가 촉진되는 등 갑상샘 기능 항진증 증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젊고 건강하다면 초기부터 필요한 만큼의 호르몬을 보충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거나 심장질환을 앓는 환자는 적은 용량에서 서서히 용량을 늘리는 게 안전합니다.
 
단, 실제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양의 호르몬을 주입하는 상황이라면 문제겠죠. 그래서 갑상샘 호르몬제를 처음 복용하고 4~6주 후에는 혈액검사를 통해 호르몬제를 적정 용량만큼 쓰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적정 용량이 결정됐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건강 상태가 달라질 수 있어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갑상샘 호르몬제는 하루 한 번, 공복에 먹어야 흡수가 잘됩니다. 대부분의 의사가 기상 직후 복용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또 제산제?빈혈치료제, 일부 항생제는 체내 흡수율을 떨어트릴 수 있어 2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먹는 게 바람직합니다.
 

항갑상샘제 태아 기형, 간부전 유발할 수 있어
갑상샘 기능 저하증과 달리 갑상샘 기능 항진증은 갑상샘의 기능을 떨어트리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담당하는 약물을 항갑상샘제라 부르는데요 대표적으로 카비마졸(Carbimazole, 이하 CMZ, 제품명 카멘), 메티마졸(Methimazole, 이하 MMI, 제품명 부광메티마졸) 같은 티오나마이드(Thionamide) 계열 약물과 프로필티오우라실(Propylthiouracil, 이하 PTU, 제품명 안티로이드) 두 가지 종류가 쓰입니다. CMZ는 체내 흡수된 뒤 MMI로 전환돼 사실상 두 가지가 동일한 약입니다.
 
이들 약물은 공통적으로 갑상샘에서 요오드를 갑상샘 호르몬으로 변화시키는 효소(TPO)의 작용을 억제합니다. 재료(요오드)가 많아도 요리사(TPO)가 없으니 음식(갑상샘 호르몬)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죠.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체내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증상을 조절하는 한편, 원인(자가면역질환)을 잡는 효과도 있는 셈입니다. 추가로 PTU는 T4가 T3로 전환하는 것을 억제하기도 하죠.
 
1990년대까지는 추가적인 효과가 있는 PTU가 선호됐습니다. 하지만, PTU를 복용한 환자가 심각한 간 기능 장애로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지금은 MMI/CMZ가 1차 치료제로 쓰입니다. MMI/CMZ 역시 간 기능을 떨어트려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순 있지만 PTU처럼 간부전에 이를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반면, MMI/CMZ는 임신부가 복용할 경우 배꼽탈장, 선천성 후비공 폐쇄와 같은 태아 기형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어 임신 초기(1기, 1~14주)에는 PTU를 쓰고 이후 MMI/CMZ로 다시 치료제를 변경하게 됩니다.
 

항갑상샘제는 종류와 관계 없이 두드러기, 가려움증, 발진 등 경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0.2~0.5%에서 무과립구중(혈액 내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 수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질환)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경미한 부작용이나 간 기능 장애, 무과립구중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정기적인 검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항갑상샘제의 부작용은 치료 시작 2~3개월 이내에 주로 발생합니다. 이 시기에는 증상이 없어도 백혈구 수치나 간 수치 등을 정기적으로 추적하는 게 좋습니다.
 

안타깝게도 갑상샘 기능 항진증은 약물 치료 효과가 작은 편입니다. 항갑상샘제는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적어도 1년 이상 약을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래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거나 약을 끊고 난 다음 재발하는 경우 즉, 치료에 실패할 확률이 50% 정도입니다. 이 때는 방사선요오드 치료로 갑상샘 조직을 파괴하거나, 수술로 갑상샘을 떼는 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경우 반대로 영구적인 갑상샘 기능 저하증이 나타나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는데요, 의료비가 비싼 해외에서는 오히려 약물보다 선호되는 방법입니다. 우리나라는 의사와 환자가 약물 부작용?치료 비용, 환자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상의해 판단하는 문제입니다.
 
도움말: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남지선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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