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전에 없던 관절통 생겼다면 '이것'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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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압·습도에 민감한 관절조직

직장인 이모(32)씨는 요즘 출근 가방에 작은 우산을 항상 챙긴다. “평소보다 삭신이 더 쑤시고 시리다”는 할머니의 말 때문이다. 이씨는 "할머니가 전보다 통증을 심하게 느끼는 날은 비가 자주 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산을 챙긴다"고 말한다.

날이 흐리면 평소보다 기압은 낮아지고, 습도는 높아진다. 이로 인해 가장 영향을 크게 받는 신체 부위가 기압과 습도에 민감한 관절조직이다. 낮은 기압은 관절 내 압력을 상승시켜 활액막의 신경을 압박하고, 높은 습도는 근육조직과 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더욱 심화시킨다. 반면, 상대적으로 따뜻하거나 건조한 날씨에는 통증을 덜 느낀다.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는 “정상 관절은 외적 환경에 잘 적응하는 반면, 염증으로 관절조직이 예민해져 있는 관절염 환자는 외적변화에 민감해 통증, 부종이 쉽게 발생한다”며 “날이 흐리거나 장마가 시작될 때, 유난히 삭신이 쑤시고 시리다면 본인의 관절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때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은 관절염이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퇴행성 관절염이 대표적이다. 홍 교수는 "만일 오후에 비해 오전에 관절 부위가 더 붓고, 통증이 심해진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절 통증을 예방하려면 생활환경을 관리해야 한다. 장마철은 더위와 습기로 주변 환경이 고온다습해진다. 이로 인해 습관적으로 선풍기, 에어컨 등을 오랫동안 켜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관절염 환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차가운 바람은 주위 근육을 뭉치게 해 신경을 더욱 압박하고, 혈액순환을 어렵게 만들어 통증완화물질과 영양분의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소매가 긴 옷이나 무릎덮개를 활용해 차가운 바람으로부터의 직접적인 노출을 최소화하고, 실내외 온도차를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장마철이 다가오면 습도가 80~90%까지 높아지는데, 관절 건강에 좋은 습도는 약 50% 내외인 점을 감안하여 습도조절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몸이 뻐근할 때는 온돌, 찜질방, 온천 등을 찾아 몸을 풀어주고, 온찜질을 통해 관절 내 혈액순환을 촉진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관절에 부담이 적은 체조, 수영, 걷기 등의 운동을 하면 통증과 피로감이 줄고 근력을 강화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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