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바이오메디컬 융·복합 연구 집중 무병 사회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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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도약하는 고대의료원

2022년 완공될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사물인터넷·가상현실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다.

2022년 완공될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사물인터넷·가상현실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다.


뉴라클사이언스는 2015년 고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회사의 투자를 받아 창업한 벤처 회사다. 뇌 신경세포의 손상을 막아 치매·파킨슨병·루게릭병 등 난치병을 극복하는 신약을 개발한다. 뛰어난 연구 역량을 인정받아 5년 만에 2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모았다. 창업 때와 비교해 기업 가치는 100배 이상 상승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벤처 회사의 성공 스토리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뉴라클사이언스의 성공은 또 다른 벤처 회사 창업의 마중물이 됐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2017년 의료기술지주회사가 초기 투자금의 일부를 매각, 이를 고대의료원에 의학발전기금으로 기부하면서 ‘연구-창업-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현재 의료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는 11개까지 확대됐다. 
  
이기형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고대의료원이 그리는 미래 의학은 바이오메디컬(biomedical) 분야 융·복합 연구를 통해 질병 없는 사회를 앞당기는 것”이라며 “진료뿐만이 아닌 글로벌 연구·교육을 선도하는 초일류 의료기관으로서 환자 중심 의료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영문 명칭 ‘KU Medicine’ 공표 
고대의료원은 최근 영문 명칭을 ‘KUMC (Korea University Medical Center)’에서 ‘KU Medicine’으로 변경하며 미래 의학을 향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진료 중심의 병원(Medical Center)을 넘어 환자 중심의 연구·교육 혁신을 통해 의료 발전을 주도하겠다는 각오다. 단순히 ‘간판’을 바꾸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미래 의학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고대의료원이 주목하는 분야는 ‘연구개발’과 ‘기술 사업화’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의료기관인 존스홉킨스병원·메이요클리닉은 총 수익의 10~20%를 연구를 통해 벌어들인다. 연구 수익은 기술 개발과 벤처 회사 육성에 투입되고, 이를 통해 의료 서비스 발전과 기초·임상연구 육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박종웅 의무기획처장은 “고대의료원 역시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환자를 위한 연구’를 통해 치료 성적을 높이는 동시에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라며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고대의료원이 쏟아 부은 열정은 이제 결실을 보고 있다. 2017년 국가 연구 과제 수주 금액과 특허 출원 건수는 10년 전인 2008년과 비교해 각각 3.2배, 7.4배로 대폭 상승했다. 보건 산업 육성과 의료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정부가 지정하는 연구중심병원에 의료원 산하 안암·구로병원 두 곳이 동시 선정되며 연구 역량도 인정받았다. 2016년 연구중심병원 재지정 평가에서는 10곳의 연구중심병원 중 안암병원은 1위, 구로병원은 4위에 올랐다. 이 밖에 기술 사업화를 위해 국내에서 의료기술지주회사를 최초로 설립해 기술 이전, 창업 등의 활동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 고대의료원은 5년간 총 769억원이 투입되는 국가전략프로젝트 정밀의료사업단(암 진단·치료법 개발, 병원정보시스템 개발)에 선정되며 미래 의학 실현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각각 유전자 분석을 통해 맞춤형 암 치료법을 찾고 환자가 자신의 의료기록을 더욱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돕는 기술이다. 나아가 고대 의대 개교 9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미래 의학, 우리가 만들고 세계가 누린다’는 비전을 선포하면서 앞선 두 기술과 함께 인공지능 기반 신약 설계, 3차원 장기 프린팅 등 10가지 바이오메디컬 기술에 연구 역량을 집중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기형 의료원장은 “내부 역량은 이미 충분히 갖춰졌다”며 “모두가 꿈꾸던 미래 의학을 고대의료원이 현실로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인텔리전트 병원’ 구축 
KU Medicine

KU Medicine


고대의료원이 실현하려는 미래 의학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런 ‘환자 중심’ 가치는 고대의료원의 지난 역사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대의료원의 뿌리인 조선여자의학강습소는 1920년대 남성에게 몸을 보이지 못해 진료를 받지 못했던 여성을 위해 설립된 여의사 양성 기관이었다. 산업화가 한창인 80년대엔 구로·반월공단에 산하 병원을 차례로 개원하며 수익보다 환자를 좇는 인술(仁術)을 펼쳤다. 
  
향후 구축할 미래형 병원(스마트 인텔리전트 병원) 역시 환자·보호자를 위한 ‘따뜻한 병원’을 지향한다. 2022년 완공 예정인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사물인터넷·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내부 시설·환경을 온전히 환자 중심으로 꾸밀 예정이다. 
  
예컨대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아도 각종 웨어러블 기기로 건강 상태를 점검받고, 어디서든 자신의 의료기록·라이프로그(생활습관 데이터)를 확인해 개인 맞춤형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기형 의료원장은 “미래형 병원의 의료 서비스는 철저히 환자의 안전·편의성을 고려해 디자인될 것”이라며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를 시작으로 안암·구로·안산병원 모두 환자 친화적인 미래형 병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첨단 연구·진료 시스템을 이끌어 갈 인재 양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 고대 의대는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맞춰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했다. 학습·연습 위주의 주입식 교육 대신 학생 스스로 주도하는 참여형 교육을 강화했다. 의대 1학년(예과)부터 진료 참관과 간호 체험 등 병원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게 과목을 신설했고, 산발적으로 이뤄진 연구 관련 수업은 ‘기초-심화-몰입’ 등 단계적 교과과정으로 체계화했다. 이홍식 의대 학장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분야에서 도전과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미래형 인재를 양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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