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키 키운다는 '성장호르몬 주사' 혈당 상승, 호르몬 교란 가능성 알고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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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성장호르몬 주사 바로 알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요즘 유치원생 자녀를 둔 엄마들 사이에 유행하는 주사가 있습니다. 바로 성장호르몬 주사입니다. 일명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진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이 거의 끝나는 사춘기 이전에 시작해야 하고, 최종 키를 최소 5cm는 키워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릴 때 시작할수록 더 많이 키를 키울 수 있다고 해 어린이 집에 다니면서 맞는 아이도 늘고 있습니다. 성장호르몬주사가 정말 키 성장을 보장해 줄까요? 이번 주 약 이야기에서는 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성장호르몬 치료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약 60년 전인 1958년에 미국의 모리스 라벤 박사의 연구 결과가 시초입니다. 그는 성장호르몬을 주사로 투여하는 것이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키가 작은 소아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연구에 사용한 성장호르몬은 사람의 뇌에서 추출한 것이었습니다.
 
한 달에 80여 만원, 성장호르몬 결핍증 있으면 보험 적용
라벤 박사의 보고 이후에 오랜 기간 성장호르몬은 아주 효과적이고 귀한 약으로 통했습니다. 이후 1981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유전자재조합 인간 성장호르몬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몸에서 나오는 성장호르몬을 본떠 만든 것이지요. 이 기술을 통해 성장호르몬을 인공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여러 단계의 임상 시험을 거쳐 1985년 처음으로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인한 저신장 소아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30년 넘게 성장호르몬 결핍증뿐 아니라 만성신부전·터너증후군·프래더윌리증후군 같은 저신장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성장호르몬 주사제는 약 10여 가지입니다. 모두 유전자재조합 주사로, 어떤 첨가물을 썼느냐가 조금씩 다를 뿐 기본적인 성분은 같습니다.
 

이런 성장호르몬 주사는 어떻게 작용하는 걸까요. 우선 키를 크게 해 줍니다. 뼈 세포에 작용해 골격을 늘리고 단백질 합성과 세포 증식도 촉진시킵니다. 지방을 태우는 역할도 합니다.
 
키는 보통 사춘기 이전에 80%가 자라고 사춘기 이후에는 성장판이 닫혀 성장 속도가 상당히 둔화합니다. 성장판이 열려 있을 때 성장호르몬이 작용하면 키 성장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그렇다면 성장호르몬 주사는 누구나 다 맞을 수 있을까요. 현재 성장호르몬 주사 비용은 한 달에 약 70~80만원 선입니다. 1년으로 따지면 1000만원 정도가 듭니다. 하지만 보험적용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있고 키가 동년배의 하위 3% 이내이거나, 만성신부전증?터너증후군 등 성장이 지연되는 질환을 가진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비용의 10%만 부담하면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보험적용 대상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을 수 있다는 데서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키가 작지 않고 평균 키인데, 최종 키를 조금이라도 더 키우기 위해 주사를 맞히는 부모들이 꽤 많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무작정 성장호르몬을 맞추다가는 큰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성장호르몬 주사의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은 혈당 상승입니다. 성장호르몬은 항인슐린 효과가 있어 혈당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기 시작한 이후에는 반드시 주기적으로 혈당 검사를 해야 합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여성형유방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복통이 심해지거나 복부에서 등까지 통증이 퍼진다거나 오심과 구토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또 갈증이 심해지고 소변을 보통보다 많이 본다거나 피부 발진 등의 알레르기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암 등 종양과 관련된 질환이 있을 경우 성장호르몬주사를 맞으면 빠르게 악화할 수 있으므로 관련 질환이 없는지 확인 후 주사해야 합니다. 또 선천적으로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을 가진 아이라면 체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관절통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성장호르몬 주사 양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다른 호르몬에 영향을 줘서 식은땀, 빠른 심장박동, 두통, 갑작스러운 배고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뼈 나이, 호르몬 분비 검사 후 결정해야
그래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기 전에는 정밀 검사가 필수입니다. 우선 지난 몇 년 간의 성장 속도와 출생 시 또는 과거 병력을 조사합니다. 현재의 나이에 비해 키가 현저히 작고 복부비만이 있으며 엑스레이 사진에서 뼈 나이가 어리게 나온 경우, 성장 호르몬 분비 문제를 의심해 호르몬 검사를 합니다. 성장호르몬 분비 부족으로 확인되면 염색체 검사나 두개골 촬영을 해 뇌하수체 질환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그 뒤 현재 성장 속도에 맞춰 성장호르몬 용량을 결정합니다. 과도한 용량은 부작용이 심하게 올 수 있기 때문에 개인에 따른 용량 설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후 2~3년간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일주일에 최소 6회 맞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주일에 한번 맞는 주사제도 나왔지만 아직 많이 사용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매일 맞는 주사제는 액상제제와 동결건조 분말제제가 있습니다. 액상제제는 용액으로 만들어져서 나오는 제품인데, 미리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조제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고 휴대가 간편합니다. 또 일정한 농도가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펜 타입 주사제는 여러 번 맞을 용량이 한꺼번에 준비돼 있고 주사 시 바늘만 끼우면 되기 때문에 연속 투여 시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동결건조 분말제제는 사용하기 전에 분말 제제를 주사 용수에 녹여 사용합니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보통 잠자기 전에 맞습니다.
 

성장호르몬 주사의 효과는 어떨까요.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저신장 아이에게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저신장 아이를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에서 2~3년 이상 투여 시 5cm 이상의 키 성장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 즉 성장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고, 유전에 의해 키가 작은 아이에게도 효과가 있느냐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따라서 식품의약품안전처나 소아청소년학회에서는 성장호르몬 주사가 ‘키 크는 주사’가 아니라 ‘저신장 치료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간혹 성장호르몬 치료 효과를 과도하게 설명하거나, 치료를 강요하는 의사들이 있는데, 이는 경계해야 합니다. 정상적으로 성장호르몬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추가적으로 성장호르몬을 투여할 경우 위에서 언급한 여러 부작용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키 성장을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은 수면시간 확보, 살이 찌지 않게 만드는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입니다.
 

이 때문에 성장호르몬이 나오는 밤 10시~새벽 2시 사이는 반드시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또 살이 찌면 성장호르몬이 체지방을 연소하는데 쓰여 성장이 더딜 수 있으므로 살이 찌지 않도록 식습관을 관리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운동은 성장판 자극을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아무리 성장 호르몬이 잘 나오더라도 성장판을 자극하는 물리적인 작용이 없으면 성장이 더뎌집니다. 아이의 키를 키우기 위해서는 위의 생활습관을 잘 지키면서 성장호르몬 주사는 진단에 따라 정확한 용량을 보조적으로 써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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