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고 '저지방' 식품 집착해봤자 별 소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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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가당 많으면 말짱 도루묵, 탄수화물 줄이고 건강한 지방 섭취해야

‘지방은 무조건 건강에 안 좋다’고 생각해 저지방 식단으로 바꾸고 ‘저지방’ ‘무지방’ 제품을 선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체중이 정상이고 고지혈증·당뇨병 같은 혈관 질환도 없는 사람들은 굳이 저지방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게 의사들의 조언이다. 본인들은 건강에 이롭고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 거라고 여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방이 적은 음식이 무조건 건강식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일부 저지방 제품은 지방이 줄어들면서 맛이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첨가당을 쓴다. 저지방 제품은 맛이 없다. 맛을 내기 위해 설탕 같은 첨가당을 더 넣는다. 당은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을 산화시켜 혈관 건강을 망가뜨린다.

이렇다 보니 선진국에선 “굳이 저지방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국가비만포럼(NOF)과 공공보건협회(PHC)는 ‘우유·요구르트·치즈 같은 유제품은 심장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굳이 저지방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비만을 유발하는 주원인은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과 당분이라는 이유에서다. 보고서에선 ‘탄수화물을 줄이고 건강한 지방을 섭취해야 한다. 설탕 같은 단순당 섭취를 줄이는 게 비만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안내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비슷한 입장이다. 내년 말부터 가공식품 영양성분 표시란에 ‘지방 섭취에 따른 칼로리’ 항목을 없애기로 했다. 대신 설탕·시럽 같은 첨가당에 따른 칼로리를 적도록 했다.

노인은 좋은 지방이 풍부한 식품을 골고루 챙겨 먹어야 한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지방 섭취가 부족해서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지방 섭취 현황’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중 지방으로 섭취하는 비율이 10·20대는 25%, 30·40대는 22%였다. 반면에 65세 이상은 13%에 그쳤다. 대한의사협회는 ‘대국민 건강선언’에서 균형 잡힌 식습관을 제시하면서 하루 에너지의 25%를 지방에서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 권고대로라면 평균적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은 지방 과다 섭취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비만·심혈관 질환이 있으면 지방 함량이 낮은 식단과 제품이 좋다. 하지만 건강에 별문제가 없는 사람이 굳이 저지방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저지방’ 식품이더라도 첨가당이 많아 칼로리가 높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그간 ‘저지방=건강식’이라고 여겨진 것은 동물성 단백질에 많은 포화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주범이 포화지방이며 이게 건강의 적이라고 간주하는 건 과잉 해석이다. ‘포화지방을 먹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좋은 지방을 먹자’고 해야 한다.

지방은 호르몬과 세포막을 만드는 재료다. 상온에서 굳는 포화지방은 안전성이 크고 불포화지방은 유동성이 있다. 두 가지가 적절히 들어와야 세포막이 건강하게 유지된다.

포화지방은 혈관 건강에도 필수적이다. 혈관벽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성분이 지방이다. 지방을 안 먹으려고 지나치게 엄격히 조절하면 혈관벽이 약해져 터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포화지방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을 피하라는 것이지 아예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전체 지방 섭취량의 3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포화지방도 먹어야 한다.

다만 지방 중에서도 좋은 지방을 골라 먹을 필요는 있다. 같은 포화지방이라도 라면·케이크·삼겹살에 있는 것보다 살코기·치즈·다크초콜릿의 포화지방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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