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측정 별 것 아니라고요? 젊다고 자신하다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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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뇌혈관 예방은 정기적인 혈압측정부터

혈관은 건강을 잇는 통로다. 우리 몸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크고 작은 혈관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혈액은 혈관을 타고 온 몸을 순환한 다음 다시 심장으로 돌아온다. 신체 건강을 위해서는 혈관 건강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혈관 건강을 망치는 가장 대표적인 요소가 혈압이다.
 



혈압이 높은 상태인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을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국민병이다. 한국인 1100만 명은 고혈압을 앓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고혈압은 혈관 벽을 두드리는 망치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하게 변하면서 혈관에 부담을 준다. 혈관이 언제 터지거나 막힐지 모르는 상태로 나빠진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 남성의 뇌혈관 질환의 35%, 허혈성 심장질환의 21%는 고혈압이 원인이다. 문제는 무관심이다. 음주·흡연·스트레스·과로·나트륨 등 혈압이 올라가는 원인은 다양하다. 젊더라도 혈압 관리에 소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고혈압은 질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혈압의 관리 수준이 향상되고 진료환경도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고혈압 치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고혈압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20대도 예외는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고혈압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2014년 2만 1074명에서 지난해 4만 7775명명으로 126.7% 늘었다. 같은 기간 50대 이상은 13.7%(502만 370명→570만 9743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20대 고혈압 환자의 증가세는 가파르다. 그런데 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혈압 측정조차 무관심하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혈압이 높은 상태를 오랫동안 방치하면 온 몸의 혈관이 서서히 망가진다. 혈압이 높더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없다. 이상 증상을 느꼈을 때는 심장·콩팥 등 혈관으로 이뤄진 신체 기관의 기능이 떨어진 경우가 많다. 손일석 대한고혈압학회 홍보이사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혈압이 높은 상태를 치료하지 않고 20대를 보내다가 30대에 고혈압성 합병증으로 뒤늦게 대학병원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청년층은 국가 건강검진에 소외돼 있다. 체중·혈압 등 기본적인 건강검진은 직장에 입사한 다음에야 이뤄진다. 개인적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요즘처럼 취업이 늦어지거나 창업을 한다면 기본적인 건강관리 지표조차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청년층의 보건의료 데이터 조차 없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주요 관리 지표는 30세 이상부터 발표한다. 그 이하 연령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세 이상 청년층을 위한 국가 건강검진 도입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혈압은 지속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몸무게처럼 자신의 혈압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측정하면서 관리해야 한다. 최소한 1년에 한 번씩 스스로 혈압을 측정하고 정상범위(수축기 혈압은 120mmHg 미만, 이완기 혈압 80mmHg 미만)인지 수치를 확인한다. 만일 이 범위를 넘으면 정확한 혈압 측정을 위해 병의원을 방문한다. 

혈압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혈압은 측정 환경, 측정 부위,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일시적으로 높아졌다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만, 정상 범위 이내라고 마냥 안심할 수 없다. 다만 측정 혈압이 높고 두통·어지럼증 등 다른 증상을 동반한다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 변동사항을 모니터링하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 고혈압은 올바른 혈압 측정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고혈압으로 진단 받았어도 조기에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사망·합병증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은 “적극적인 혈압 측정을 독려하기 위해 세계 최대 공공 혈압 측정캠페인인 MMM(May Measurement Month)을 국내에도 시행하기로 했다”며“서울특별시·질병관리본부와 함께 5월을 혈압 측정의 달로 지정해 고혈압 인지도를 높이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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