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바쁘다고 약만 달라고 하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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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똑똑하게 약국 활용하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약은 양날의 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독입니다. 나와 궁합이 맞지 않는 약을 복용하면 속쓰림, 출혈 등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내 몸은 내가 잘 안다는 착각에 위급한 응급 질환의 신호도 약을 먹으면서 하루하루 버티다가 치료 적기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약의 상호작용이나 치명적인 신체 증상을 세세하게 알기는 어렵습니다. 가벼워 보이는 증상에 병원을 찾기 껄끄럽다면 약국을 활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효과적으로 약국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약국은 단순히 약을 구입하는 곳이 아닙니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처방한 약이 적절한지 다시 한 번 살피면서, 올바른 의약품 복용을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약은 질병 치료와 증상 완화를 위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약은 그 자체로 위험성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의·약사와 상담없이 임의로 약을 끊거나 의존하면, 예상했던 것보다 치료 효과인 약효가 떨어지고 약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높습니다.
 
같은 약이어도 약 복용법 따라 약효 달라져
이 같은 악순환을 막는 것이 바로 복약 지도입니다. 약국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기도 합니다. 처방 혹은 구입하는 의약품을 어느 정도의 양을 언제·어떻게 투약하는지, 약효는 어떤지, 이상반응(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으로 주의해야 할 점은 없는지 등 정보를 제공합니다.
 
올바른 약 복용은 약리학적 치료효과를 높여줍니다. 같은 약이라도 약 복용법에 따라 약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약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합니다. 커피나 주스로 복용할 때는 약이 충분히 용해되지 않아 약효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약을 먹고 바로 눕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약이 역류해 식도를 자극하면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 골다공증 약은 복용 후 절대로 눕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복약 지도는 의료 소비자라면 누구나 행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약사는 약사법에 따라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조제할 때 ▶의약품의 명칭 ▶용법·용량 ▶효능·효과 ▶저장방법 ▶부작용 ▶상호작용 등의 정보를 약 구입자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 같은 설명은 공짜도 아닙니다. 약값을 지불할 때 ‘복약 지도료’라는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합니다. 참고로 올해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복약 지도료를 산정할 때 약국에서 3분 정도 복약지도를 한다고 가정하고, 복약지도 한 건당 930원을 지불하도록 책정했습니다. 바쁘다거나 다 아는 내용이라는 등의 이유로 약국 복약지도에 소홀하면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금전적 손실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반 약은 덜 위험하다는 것은 오해
그렇다면 의료소비자가 똑똑하게 약국을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는 대면 상담시간 확보입니다. 약국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약국은 약이라는 유형의 물건과 함께 약사의 설명과 상담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환자의 상태나 약에 대해 잘 모른다면 아는 것이 없어 일괄적으로‘아침·점심·저녁 식사 후 30분이 지나서 약을 드세요’처럼 설명이 간단해집니다. 상담 시간도 짧습니다.
 
복약지도에 충실한 약국은 다릅니다. 개인마다 다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증상을 세세하게 질문하고, 약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만큼 대면 상담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약사 앞에 의자가 놓여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오래 상담한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약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에게 잘 설명하는 만큼 나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약물 이력관리입니다. 일종의 약 복용 기록입니다. 요즘에는 간편하게 처방약의 이름, 투약일수, 처방일자, 유의점 등이 인쇄된 약 봉투를 약물 이력관리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약 복용 후 경험한 부작용을 작성해 모아 병의원이나 약국을 이용할 때 제시하면 약 상호작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약 봉투를 잃어버렸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http://www.hira.or.kr)에서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하면 ‘내가 먹는 약! 한눈에’서비스 항목에서 조회일 기준으로 최근 1년 간 처방 받은 약물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약국에서 누구나 구입하는 일반의약품입니다. 병의원에서 처방을 받는 전문의약품은 의약품 안심 서비스(DUR)로 일차적으로 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의 상호작용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약사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만성질환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무심코 일반약을 추가 복용했다가 약의 상호작용으로 병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통풍 환자는 심뇌혈관을 예방하는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매일 복용하는 저용량 아스피린은 요산 배설을 감소시켜 요산 배설을 촉진하는 통풍 치료약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또 통풍 발작을 일으켜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신장이 약하다면 콩팥에 영향을 미치는 부루펜 같은 이부프로펜 성분의 약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일반약 이라도 경험한 약 부작용, 복용중인 약·건강기능식품 등을 약사에게 말하고 자신에게 적절한 약을 추천받는 것이 좋습니다.
 

약국에서도 내 증상을 말해야 하는 이유
셋째는 나에게 맞는 약을 복용하기 위한 대화의 기술인 증상 설명하기 입니다. 대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는 언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증상을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이 같은 규칙은 약국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코가 맹맹하면 무조건 감기가 아닙니다. 비염일수도 있고 편도염, 부비동염도 코가 꽉 막힙니다. 약효를 제대로 얻으려면 증상에 맞는 약을 먹어야 합니다.
 
위급 상황을 감별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간단한 소화불량 증상이라도 명치 끝에서 통증이 퍼져나간다면 급성 심근경색의 전조증상일 수 있습니다. 한 쪽 팔다리만 심하게 저리다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합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운 발열·두통도 뒷목이 뻣뻣해지는 증세가 동반된다면 뇌수막염으로 병원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TV광고를 보고 특정 약을 달라고 말하기는 것을 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은 단골 약국 만들기 입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나의 병력과 약물 이력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 할 수 있습니다. 약이 체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약과 식품, 약과 건강기능식품 등의 상호작용을 '질문'했을 때 나의 이해수준에 맞춰 잘 설명해주면서 접근성이 좋은 곳을 선택합니다.

우리나라는 환자가 아플 때마다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여러 명의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습니다. 약 구입도 습관적으로 병원 인근 약국에서 조제합니다. 병원을 조금만 벗어나면 처방한 약이 약국에 없을 수도 있어서 입니다. 결과적으로 비전문가인 환자의 설명에 의존해 약물 이력을 관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골약국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해 줍니다.
 
도움말: 대한약사회 신성주 홍보이사, 삼육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성균관대 약대 오성곤 겸임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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