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질환 ‘하이브리드 수술’, 현실에서 '1%의 드라마'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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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동성심병원 신경외과 이종영 교수

뇌를 다루는 신경외과 의사는 의학 드라마의 단골 주인공이다. 뇌종양, 뇌출혈 등 위험하지 않은 수술이 없다.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함으로 죽음에 문턱에 섰던 환자를 일으켜 세우는 모습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조차 ‘드라마틱’한 일로 평가받는다. 강동성심병원 신경외과 이종영 교수는 그런 면에서 ‘1%의 드라마’를 쓰는 의사라 할 만하다. 뇌동맥류, 뇌동정맥기형 등 고난도 뇌혈관 질환에서 시술, 수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수술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며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내로라하는 병원에서도 포기한 환자가 그를 만나 새 삶을 찾는다. 뇌혈관 질환 치료의 길을 개척해가는 이종영 교수를 만났다.

강동성심병원 이종영 교수가 뇌동맥류와 뇌동정맥기형 등 고난도 뇌혈관 질환에서 시술, 수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가  수술 시스템’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강동성심병원]

-국내 최초로 뇌혈관 하이브리드 수술 사례를 발표했다. 어떤 내용인가
강동성심병원의 하이브리드 수술실이 개설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191건의 하이브리드 뇌혈관 수술 사례를 분석한 내용이다. 뇌동맥류나 뇌동정맥기형 환자, 뇌혈관 파열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를 어떻게 치료했는지 작성했다. 쉽게 말해 ‘뇌혈관 수술 매뉴얼’ 같은 내용이다. 이를 통해 복잡한 뇌동맥류, 뇌동정맥기형 등 고난도 뇌혈관 치료에 하이브리드 수술 시스템의 효과가 크다는 점을 증명했다. 실제 분석 대상이 된 191건의 수술 중 마비, 언어장애, 의식장애 등 합병증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종전 방식으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하이브리드 수술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이런 결과를 얻었다는 건 의미가 크다.
 
-하이브리드 수술이란.
뇌혈관 질환을 치료할 때 적용하는 시술과 수술은 이미 표준화됐다. 임상에서 유용성이 증명됐고, 이를 통해 대부분의 뇌혈관 환자가 새로운 삶을 되찾는다. 하지만, 각각의 방법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뇌 질환이 있다. 흔치 않지만, 기형적인 뇌혈관이 터지거나 지주막하출혈과 뇌출혈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에는 시술, 수술 중 하나만 적용해서는 치료가 어렵다. 수술하는 의사조차 기적을 바라고 치료에 들어갈 정도다. 하이브리드 수술은 시술, 수술의 장점을 결합해 이런 문제를 돌파한다. 응급환자가 도착하면 단 한 번의 전신마취로 한 장소에서 혈관 조영 검사와 뇌동맥류 시술, 수술을 동시에 진행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뇌혈관 수술 중 최고난도 수술이 뇌동맥류 수술이다. 뇌동맥류 파열로 출혈이 발생하면 이때부터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하지만, 아무리 급한 환자도 수술 전 혈관 조영검사를 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시술과 수술을 별도로 받기도 한다. 예컨대 1층에 시술 장비가 있고, 3층에 수술실이 있다면 환자가 1층에서 시술받고 생명 유지장치 등을 단 채 3층으로 이동해 수술을 받는다. 시술 중 혈관이 터지는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바로 수술을 할 수가 없다. 수술실을 잡고, 외과 의사를 컨텍하고 환자를 이동시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혈관 파열, 과다 출혈, 심각한 신경학적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하이브리드 수술로 한자리에서 시술, 수술을 진행하면 응급 환자의 치료 성공률이 높아진다. 수술 중에 혈관 파열 등 심각한 상황이 발생해도 즉각적으로 수술에서 시술로, 시술에서 수술로 전환할 수 있어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적다. 수술 전 검사와 수술 후 결과를 혈관 조영검사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하이브리드 수술 모습 [사진 강동성심병원]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치료법이다.
하이브리드 수술 시스템은 심혈관 질환 치료에 가장 먼저 도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이 이를 선도했고 지금은 거의 표준화된 치료로 정착됐다. 뇌혈관 치료에 이점도 충분하다고 평가된다. 다만, 심혈관 질환 치료의 하이브리드 수술 시스템은 장비 구성 등에 차이로 뇌혈관 질환에 적용하기가 어렵다. 뇌혈관 치료의 하이브리드 수술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려면 비용과 인력 부담이 큰 편이다. 시술, 수술을 담당하는 의료진간의 갈등으로 확산이 잘 안 되는 측면도 있다.

-하이브리드 수술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이미 해외 학회나 논문 등을 통해 하이브리드 수술을 접했던 상황이었다. 병원에서 하이브리드 수술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정했을 때, 종전에 치료가 어려웠던 뇌혈관 질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수술 시스템이 구축된 곳도 드물고 병원 규모도 달라 참고할만한 자료가 거의 없었다. 일본과 취리히의 의료진에게 직접 연락해 하이브리드 수술 시스템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등 다른 진료과와 논의를 거쳐 뇌혈관 치료의 하이브리드 수술 시스템을 완성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수술 시스템은 보다 정교해졌다. 현재는 규모가 큰 대학병원에서도 우리 병원의 하이브리드 수술 시스템을 참고한다.  

-시술, 수술은 각각 다른 의사가 하나.
아니다. 신경외과 의사 한 명이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 보통 시술을 먼저하고 다음으로 수술에 들어간다. 시술 중에는 뇌 혈류량을 파악하기 위해 혈관 조영기를 사용해야 해서 뇌를 열어야 하는 수술을 동시에 하진 않는다.

-보통 시술은 내과나 영상의학과, 수술은 외과가 맡지 않나.
뇌혈관 질환 치료에는 수십 년 전부터 시술, 수술 모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뇌혈관을 다루는 젊은 신경외과 전문의라면 대부분 시술, 수술을 동시에 교육받고 실제 시행한다. 나를 포함해 많은 외과 의사들이 시술만 따로 배우기도 한다. 시술과 시술을 동시에 한다고 각각의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강동성심병원 이종영교수가 뇌혈관 하이브리드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사진 강동성심병원]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최근 들어 응급 하이브리드 수술을 받는 젊은 환자가 늘고 있다. 주로 뇌동맥류 환자인데, 대다수가 뇌동맥류 파열(지주막하출혈)로 응급실에 실려 온다. 초기 파열 시 느끼는 심한 두통을 진통제로 버티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한 29세 여성 환자가 그런 사례였다. 회사에서 일하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 왔는데, 당시 동맥류 파열로 혼수상태였고 출혈이 너무 심해 생명을 장담할 수 없었다. 뇌를 연 뒤 파열 부위를 클립으로 잡는 클립결찰술(수술)을 해야 했는데, 이 경우 신체 마비 등의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논의 끝에 코일 색전술(시술)을 시행해 파열된 동맥류를 막고 그 자리에서 뇌실배액술(수술)을 시행하는 하이브리드 수술을 적용했다. 처치 후에는 혈관 조영술로 수술 부위 혈류가 원활한지 확인한 뒤 수술을 마쳤다. 다행히 환자는 무사히 고비를 넘겼고 수술 후에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 환자가 최근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며 찾아왔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하이브리드 수술의 장점은.
고난도 뇌 질환 수술은 의사의 손끝에서 환자의 생명과 남은 삶의 질이 좌우된다. 신경외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보수적인 판단, 선택을 하는 이유다. 그런데 하이브리드 수술 시스템을 적용하면 응급 상황에 빠른 대처가 가능한 데다 수술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설 수 있다. 환자 안전이 확보되는 동시에 치료 성적이 향상되는 ‘윈-윈(win-win)’ 시스템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뇌혈관 하이브리드 수술 시스템 구축은 현재 진행형이다. 환자에 따라 적합한 시술, 수술 방식이나 응급상황 대처 등이 아직은 표준화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학계에 이 수술의 장점을 100% 활용할 수 있는 고난도 수술의 전 과정을 상세히 알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최첨단 기술을 치료에 접목해야 하는 집도의의 시행착오를 줄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을 발표한 뒤 국내외 신경외과 의사들의 많은 문의가 있었다. 뇌혈관 질환을 보는 의사라면 누구나 1%라도 치료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아직은 단편적인 치료 경험과 결과지만, 집단 경험이 공유되고 논의가 활성화되면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치료 노하우가 생길 거라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뇌혈관 질환의 하이브리드 표준화 치료 시스템(CPㆍCritical Pathway)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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