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골수·인공연골섬유 이용해 손상된 연골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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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연골 떼어 이식하는 것 보다 수술 부담 적고 수술 범위 작아

인하대병원 정형외과 김범수 교수

평소 골프, 사이클 등 운동을 즐겨 하는 양 모(50)씨는 10년 전 발목 연골에 발생한 연골 손상을 치료하기 위해 무릎에서 뼈와 연골을 떼어 발목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한동안은 좋아진 듯 했으나, 최근 사이 통증이 재발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과거에 수술한 족관절(발목) 주변으로 뼈가 심하게 녹아 발목뼈 안에 커다란 구멍이 발생한 상태였다.

이제는 달리 방법이 없어서 관절을 다 긁어내고 발목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크게 낙담했다.

그러다 지난 3월 인하대병원에 내원한 양 씨는 자가골수와 인공연골섬유를 이용한 관절재생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재활에 매진 중이다.

양 씨는 “25년 전에 발목을 심하게 접질린 적도 있고, 그 이후로 계속 좋지 않았다.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희망이 없다는 소리도 들었고, 좋다는 치료는 다 해봤지만 통증만 점점 심해질 뿐이었다”며 “이번 수술을 받고 현재 상태가 매우 호전됐다”고 말했다.

양씨는 관절 연골이 국소적으로 손상되는 ‘골연골병변’이라는 질환이었다.
체중이 실리는 관절인 무릎이나 발목에 주로 발생하는데, 최근 스포츠 활동이 많은 젊은 층에서 발목 염좌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양 씨의 사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양 모 환자의 수술 전 MRI 사진. 발목 뼈에 이전 수술했던 부위의 뼈가 녹아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골 손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는 보존적 치료로 충분히 양호한 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손상된 연골의 전 층이 떨어져 나가거나 연골 아래 뼈도 일부가 함께 손상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골 연골 병변의 크기가 작을 때는 손상된 연골을 제거하고 뼈에 작은 구멍을 내 재생을 유도하는 미세골절술로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미세골절술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거나 처음부터 병변이 너무 큰 경우에는 무릎이나 발목의 체중 부하가 덜 되는 부위에서 작은 원기둥의 형태로 뼈와 연골을 한꺼번에 떼어 손상된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골연골이식술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가골연골이식술은 수술이 크고, 멀쩡했던 무릎이 시큰거리게 되는 후유증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자가골수와 인공연골섬유를 이용해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키는 방법이 골연골병변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수술 방법은 이렇다. 먼저, 마취한 상태에서 주사기를 이용해 골반 뼈에서 골수를 채취한다. 채취한 골수를 약 20분간 원심분리 시키면, 줄기세포와 여러 성장인자가 고농도로 함유된 골수농축액을 추출할 수 있다.

이를 인공연골섬유에 흡수시킨 뒤, 연골결손 부위를 메운다. 만약 연골 아래 뼈가 함께 손상되거나 결손이 큰 경우에는 뼈 이식을 먼저 시행한 후 그 위에 인공연골섬유를 덮어준다. 대부분 수술 다음 날부터 관절운동을 시작하고, 약 6주 뒤부터 체중부하 보행을 시작한다.

우리 병원 정형외과 팀에서는 발목 골연골병변을 가진 환자 중, 1차 수술에 실패한 경우나 연골 병변의 크기가 크고 골 결손을 동반한 경우에 한해 골 이식과 자가골수 및 인공연골섬유 이식술을 통해 관절을 회복시키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무릎에서 연골을 떼어 이식하는 수술에 비해서는 수술적 부담이 적고, 무릎을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비교적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 이 수술은 퇴행성관절염에 의한 연골 손상이 생긴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병변이 큰 경우에만 시행할 수 있고 나이에 따라서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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