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 질환, 젊다고 방심하면 대장암 위험 최대 1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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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주성 대한장연구학회장

강한 체력과 면역력도 이기기 힘든 ‘속병’이 있다,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이다. 주로 젊을 때 발병하는 데다 설사·복통 등 증상이 일반적이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주성 대한장연구학회장이 염증성 장 질환의 인식 개선을 강조하는 이유다. 세계 염증성 장 질환의 날(5월 19일)을 맞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김주성 회장은 ’염증성 장 질환의 관리를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생물학적 제제 등 적절한 치료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랜서 김동하

염증성 장 질환은 어떤 병인가.
“크게 대장에만 염증이 국한된 궤양성 대장염과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염증이 나타나는 크론병으로 나뉜다. 소화관에 만성 염증이 생기면서 설사·복통·혈변·체중 감소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10~30대에서 발병하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증상만으로는 알기 어려울 것 같다.
“혈변을 치질, 설사·복통을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오해한다. 이유 모를 식욕부진과 메스꺼움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을 처방받은 환자도 있었다. 병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한 이유다.”

다른 장 질환과 차이점이 있다면.
“염증성 장 질환일 때는 만성적인 염증 반응으로 소화관의 구조·화학적 변화가 동반된다. 이로 인해 체중 감소, 빈혈이 함께 나타나거나 잠을 자다가 깨 화장실에 가고 배변 후에도 복통이 지속하는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치료가 늦을수록 염증이 점막을 파고들어 구멍이 뚫리거나(천공) 장이 좁아지고 막히는(협착·폐쇄)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반복되는 염증 반응이 돌연변이를 유발해 암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염증성 장 질환자는 일반인보다 대장암 위험이 최대 10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증상은 개선될 수 있어도 염증으로 인한 손상은 누적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진단 방법은.
“혈액검사, 대장 내시경 검사로 염증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변 검사로 간단하게 병을 확인하는 방법도 개발됐다. 백혈구가 분비하는 ‘칼프로텍틴’이란 단백질을 검출해 장내 염증 반응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으로 장벽의 두께나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환자의 증상과 검사 결과를 종합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진료과 협진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약물치료는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생물학적 제제가 단계별로 적용된다. 특히 항TNF(종양괴사인자)제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줄이는 동시에 약물로는 유일하게 점막을 치유하는 효과도 있다. 약물이 잘 듣지 않거나 장 협착 등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단 수술로 인한 스트레스가 증상 악화나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최대한 신중히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생물학적 제제는 안전한가.
“가장 위협적인 합병증은 결핵의 재활성화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철저히 검사하고 치료한다. 수많은 연구로 그 외 부작용에 대한 적합한 대처 방안이 마련된 만큼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 다만 미국·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생물학적 제제를 초기부터 쓰거나 수술 후 사용할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가격이 비싸다. 치료 시기를 놓쳐 정신적·신체적·경제적으로 고통받는 환자·보호자를 위해 보험 기준이 다소 완화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대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캠페인과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내년 부산에서 열릴 ‘제6차 아시아 염증성 장 질환 학회(AOCC) 학술대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장 질환 연구 역량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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