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수록 치료가 부담되는 전이성 유방암…입랜스 급여확대 요구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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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행 생존기간 늘린 입랜스 급여 기준에 속앓이

유방암은 가슴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암 덩어리를 남긴다. 가슴엔 흉터가 남고 머리카락은 모두 빠진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다가 남은 여생도 피폐해진다. 
 

젊은 유방암 환자는 여기에 하나 더 있다. 바로 치료 접근성이다. 똑같이 유방암으로 진단을 받았어도 폐경 여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제한적이다.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가 대표적이다. 입랜스는 세포 분열과 성장을 조절하는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를 선별적으로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 형태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다. 십 수년 간 진전이 없었던 HR+/HER2- 유형의 전이성 유방암에서 2년 이상 무진행 생존 기간을 최초로 입증했다. 폐경과 상관없이 투약이 가능하다. 2013년 미 FDA에서 혁신 치료제로 인정받아 2015년 우선 심사 및 신속 승인 절차를 통해 허가 승인을 받았다. 이후 국내에서는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젊은 유방암 환자에게 입랜스는 없는 약이나 마찬가지다. 차등적 건강보험 급여 적용 때문이다. 현재 입랜스는 폐경 후 유방암 환자에게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이 된다. 폐경 전 여성도 입랜스를 사용할 수 있지만 비급여다. 매월 수 백만원에 이르는 약값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급여가 적용됐다면 이 비용은 월 십 수만원으로 낮아진다. 결국 경제적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입랜스를 투약받는 사람은 드물다. 부작용이 많고 재발 위험이 큰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같은 치료는 재발·전이 위험이 높다. 사실 유방암이라고 다 같은 유방암이 아니다. 유방암은 유형별로 호발 연령, 치료 방침, 예후가 다르다. 암의 특징도 다르다.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등 여성 호르몬 수용체와 암 성장 호르몬의 활성도가 다르다. BRCA 유전자, TP53 유전자 등 유방암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 비율도 높다. 40세 이전에 유방암이 발병한 여성은 암 세포가 공격적으로 활동해 질병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치료를 해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 암 진행속도가 빠르고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 조기에 발견해 수술을 받아도 40%는 재발해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행한다.

한국은 유독 젊은 유방암 환자 비율이 높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50%이상이 40세 미만 폐경 전 여성이다. 반면 서구권에서는 70~85%가 폐경인 상태에서 발병한다. 암이 발병했을 때 연령이 젊으면 암 진행이 빠르고 공격적이다. 암 세포를 빠르게 증식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HER2 단백질이 공격적으로 활동해서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에 맞춰 치료도 이뤄져야 한다. 

전이성 유방암은 1차 치료에 실패하면 이후 치료약의 반응률이 이전 약제 대비 50%까지 감소한다. 다양한 유방암 치료약의 내성기전이 활성화돼 3차·4차 투여 이후에는 갈수록 반응률이 떨어지고 부작용이 커지는 한계도 존재한다. 의료계에서는 유방암을 치료할 때 초기 약제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재발·전이 위험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이유로 치료 효과 보다는 급여 상황에 맞춰 치료 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는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이런 이유로 ‘폐경’을 기준으로 급여 적용기준을 구분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암 치료 자체를 막아서다. 실제 젊은 유방암 환자를 중심으로 ‘입랜스의 차등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철폐해 달라’는 내용으로 여러 차례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됐다. 

한편, 폐경 전 여성을 포함한 입랜스의 PALOMA-3 임상 연구결과에 따르면 입랜스는 유방암 진행을 억제하는 무진행 생존기간 개선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내분비 치료 후 질환이 진행된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입랜스-풀베스트란트 병용 치료군과 위약-풀베스트란트 치료군으로 나눠 입랜스의 치료효과 등을 확인했다. 임상 참가자에서 입랜스-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을 투여한 21%는 폐경 전 여성이었다. 그 결과 입랜스-풀베스트란트 병용 치료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9.5개월, 풀베스트란트 단독 치료군은 5.6개월로 무진행 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 특히 폐경 여부에 따른 하위그룹 분석에서 폐경 전·후 두 치료군 간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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