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진단 없이는 중증환자등록 못한다? 암 환자 울리는 '중증장애등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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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명의 박정수 교수의 [병원에서 주워 온 이야기]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병원이나 의료진 측면에서 보면 결코 좋은 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환자를 위한 측면에서 보면 유리한 제도라고 평가된다. 다른 어떤 선진국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는 제도가 아닌 것이다.

너무 환자 편에서 운영되다 보니 공급자인 의료진에서 보면 불합리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의료수준의 퇴보만 초래하지 않으면 참을 만한 제도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의료보험제도 중 정말 잘 된 것 중 하나는 암이라고 진단받고 치료받는 암환자에게 주어지는 '산정특례'란 제도(중증장애 등록)다. 암환자가 진단 치료 후 5년 완치때까지 모든 비용의 5%만 본인 부담만하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도움이 되는 제도다.

5년이후에는 원칙적으로 재발이 없으면 더 이상의 혜택이 주어지지 않지만  완치가 안되었거나 재발이 되면 또 다시 5년간 추가혜택이 주어지게 되어 있다. 환자에게는 이렇게 고마운 제도가 어디 있을까.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는 달리 평생동안 재발검사와 투약을 해야하는  특수성이 있다 .평생동안 돈이 들어가야 하는 암인 것이다. 우리 의료진은 5년이 지난 환자가 암재발이 없더라도  계속 이런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지만

제도가 허락을 하지 않으니 재발검사를 해서 재발이 의심되는 환자는 산정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갑상선암 환자의 추적검사는 당연 여러가지 재발 검사를 하여 재발 의심환자를 가려 내려 한다. 흔히 사용되는 검사로는 혈청Tg, TgAb, 혈청칼시토닌, 혈청CEA 측정, 초음파영상, CT스캔, MRI, PET-CT, 기타 여러가지 영상진단법이 동원된다.

유두암과 여포암은 혈청Tg, TgAb 상승으로 재발을 의심하고, 재발 위치를 찾기 위해 초음파, CT스캔, PET-CT등 여러 영상진단법을 쓰고 있다. 재발 위치가 결정되면 세침검사를 하든 또는 조직을 떼어서 하든 암세포를 확인하기도 있다.

수질암은 혈청 칼시토닌이나 혈청CEA 상승으로 재발을 확진한다.  유두암이나 여포암도 혈청Tg 상승으로 재발이 일어 났음을 알게 된다. Tg 상승 수치가 높을수록 재발은 심하다.

그런데 지난 3월1일 부터 이런 재발 검사 결과는 인정하지 않고 오직 세포진단이나 조직검사에서 암세포를 증명해야 중증등록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제도 변경을 했다.

말하자면 CT나 PET-CT로 폐나 뼈에 재발 병소가 보이더라도 이는 인정하지 않고 세포검사나 조직검사로 증명되어야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뼈나 뇌에 전이가 있더라도 암세포를 증명해야 재발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우격다짐이 어디에 있는가? 세상에 어디 이런 무식한 결정이 어디 있겠는가?

보험재정이 바닥이 들어나니까 이런 무모한 방법으로  보험재원을 아끼려 한다는 것은 짐작이 가지만 그것도 정도 껏 해야지 이건 너무 하지 않은가. 암이 재발되었는데도 혜택을 받지 못하여 피눈물 흘리는 불쌍한 환자들이 보이지 않는가? 청년 수당이라하여 현금을 청년들에게 나누어줄 돈은 있고 암환자에게 재발 진단치료비 혜택을 없애려는 그대들은 이 나라 녹을 받아 먹는 공무원들인가 아닌가?  

오늘 외래 환자 중 2013년에 유두암으로 전절제 수술받고 추적검사중인 50대 후반 남자 환자 이야기다. 신지로이드 복용중 혈청 Tg 수치가 3.85ng/ml(정상,0.1ng 이하)로 나왔다. 어딘지 모르게 재발 암세포가 존재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정밀검사하고 필요하면 추가 방사성요드치료를 고려해야 하는 환자인 것이다.

첫 치료하고 5년 지났으니까 당연히 중증 환자 등록을 해서 비용 헤택을 받을 수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 3월1일부터 세포진단이 없는 재발은 혜택을 못 받게돼 서류 신청도 못할 처지가 된 것이다.

필자도 화가 나서 환자에게 말한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없어요, 말도 안되는 이런 어거지로 환자들의 혜택을 없애려고 하고 있어요, 이것은 환자들이 모여서 집단 항의를 해야 해요"

환자도 어이가 없어하며 진찰실 문밖으로 나가며 필자의 간호사를 불러내어 뭐라 뭐라 따지는 것이다.  요지는 '작년에 중증 재등록 해달라고 했는데 내년에 하라고 해서 기다렸더니 이렇게 금년에는 못하게됐으니 어떻게 할 것이냐' 하고 마구 따지고 사과하라는 것이었단다.

환자에게 호되게 당한 간호사는 제도가 갑자기 바뀌어서 그렇게 되었고 또 재등록은 등록 1개월전에 하게 되어 있어 작년에는 할 수 없었다고 누누이 설명해도 변명하지 말라는 소리로 마구 공격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눈물 쏟고 진찰실로 돌아오게 되었단다.

거참, 딸같은 어린 간호사에게 그렇게 하다니. 간호사가 무슨 죄가 있다고. 항의하려면 보험공단에 가서 해야지 원. 이런 주먹구구식으로 보험재정을 운영해도 되는 것인가?  힘 없는 의료진들은 한숨만 나옵니다.
 
 

☞박정수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학 교실 조교수로 근무하다 미국 양대 암 전문 병원인 MD 앤드슨 암병원과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한 연수를 받고 1982년 말에 귀국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전문 외과의사로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학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내 갑상선암수술을 가장 많이 한 교수로 알려져 있다. 현재 퇴직 후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주당 20여건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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