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명 중 1명 고혈압, 증상 없다고 방심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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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오해와 진실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자 수는 1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8)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 중 고혈압 환자는 26.9%를 차지했다. 그러나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손일석 교수의 도움말로 고혈압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봤다.

-흔하디 흔한 고혈압, 정말 위험한 걸까.
고혈압은 혈압이 정상보다 높은 경우로 사망 위험요인 1위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질병부담연구에서 전 세계 사망에 대한 모든 위험 요인의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 고혈압이 20%로 1위였다. 이는 담배나 비만보다도 기여도가 큰 것이다.

-증상이 없는 고혈압이 왜 위험한가.
고혈압이 사망 위험요인 1위에 오른 이유는 높은 혈압 자체가 각종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혈압이 높은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신체의 여러 부위에서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처럼 치명적인 합병증도 포함된다.

평소 혈액을 혈관으로 내보내는 심장은 혈관의 압력이 높을수록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심장에 무리가 가면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부전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높은 혈압은 온몸의 혈관(동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뇌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이나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신장(콩팥)에도 문제를 일으키는데, 고혈압으로 인해 신장이 손상돼 단백질이 소변으로 나오거나 결국 신부전(만성콩팥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젊은데 괜찮지 않을까.
고혈압을 중년기 이후의 질환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30대 젊은 고혈압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자신이 고혈압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30대 남녀의 고혈압 인지율은 약 20%밖에 되지 않으며, 치료율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방치하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동맥경화,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수 있어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고혈압이면 무조건 약을 평생 먹어야 할까.
고혈압 환자 모두가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 혈압(120/80㎜Hg 미만)과 고혈압(140/90㎜Hg 이상)의 중간에 있는 경우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혈압이 조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심비대·심부전·콩팥병과 같이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이 심할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본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하면 원칙적으로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은 맞다. 대부분 약을 중단하면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정상 혈압을 유지하면 환자에 따라서는 의사의 진단 하에 약을 줄이거나 끊어볼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혈압은 언제든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혈압을 잘 측정하면서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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