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활습관+검증받은 성분=면역력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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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면역주간 "질병 예방하는 힘 키우자"

면역시스템은 종종 전쟁터에 비유된다. 여러 면역세포가 세균·바이러스와 끊임없이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적을 식별하고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질병에 저항하는 능력을 기르는 핵심은 이런 면역시스템을 이해하고, 아군을 지원하는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돕는 물질을 발견해 건강기능식품에서부터 의약품까지 다양하게 응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4월 마지막 주(4월 24~30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면역주간이다. 면역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올바른 면역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면역체계는 세균·바이러스 등이 침입하려 할 때 이를 막도록 설계돼 있다. 면역계는 크게 1차 방어선인 전방위 부대와 특정 병원체만 조준해 공격하는 특수부대로 나뉜다. 전방위부대는 침입자를 발견하는 즉시 제거하는 선천 면역(내재 면역)을 일컫는다. 몸 곳곳을 돌아다니며 세포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이상이 있으면 제거하며 주변의 면역세포를 모아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한다. 대식세포와 호중구, 자연살해세포로 잘 알려진 NK(Natural Killer)세포가 여기에 속한다.

선천 면역으로 적을 제거하지 못할 때 활약하는 특수부대가 2차 방어선인 획득 면역(적응 면역)이다. 적군이라는 표식을 단 특정 침입자를 겨냥해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T세포가 있다. T세포의 정보를 토대로 적군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특정 항체를 만드는 능력을 발휘하는 건 B세포다. 이들 T세포와 B세포는 적군을 기억하는 능력이 있어 추후에 동일한 적군이 쳐들어와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적을 제압할 수 있다.

 

면역세포의 에이스 NK세포
이처럼 다양한 면역세포 중에서도 에이스로 불리는 세포는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하는 NK세포다.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몸에서 생성된 암세포 등을 정확히 식별해낸 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소멸한다. 퍼포린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적군의 몸 이곳저곳에 구멍을 내고, 그랜자임이란 효소를 활용해 적의 DNA 정보를 교란시켜 자살을 유도하기도 한다. 또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전투가 벌어진 현장에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모으고, 주변 면역세포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면서 이상 단백질을 생성하면 NK세포가 이를 인지해 공격한다”며 “NK세포가 강력해 암세포를 초기에 처리하는 면역력이 좋으면 암세포가 증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면역체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면역세포의 활동을 도와주는 물질의 과학적 근거가 밝혀지고 있다. 청국장의 균주에서 얻는 물질인 폴리감마글루탐산(PGA)이 대표적이다. PGA 성분이 소장 점막에 존재하는 장관상피세포와 결합해 NK세포를 활성화하는 면역신호 물질을 분비하도록 한다. 그러면 잠자고 있던 NK세포가 활성화한다. PGA가 NK세포의 활성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인체 적용 시험에서 확인됐다. 김경수 교수팀은 2013년 건강한 사람 99명을 대상으로 PGA 고용량군과 저용량군, 위약군으로 나눠 8주간 매일 PGA를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매일 고용량 PGA를 섭취한 사람은 NK세포 활성도가 섭취 전보다 평균 52.3% 증가했다. 저용량군(12.2%)과 위약군(4.1%)보다 활성도가 뚜렷하게 높았다.

PGA를 이용한 면역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자궁경부암 전 단계인 자궁경부상피이형증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면역체계에 도움을 주는 치료제로서 안전성·효능을 입증하는 임상 1상과 2상을 마쳤다. 국내 16개 종합·대학병원에서 임상 3상 진행을 앞두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이재관 교수는 “과거엔 면역 향상을 가늠하는 명확한 잣대가 없어 특정 성분이 면역에 좋다고 했을 때 근거가 충분치 않았다”며 “최근 암환자에게서 면역치료가 각광받으며 어떤 기전에 의해 면역이 좋아지는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기초·임상 연구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16개 병원서 임상 3상 진행 앞둬 
 단 이런 성분에만 의지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는 건 오해다. 몸의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몸에 무리가 가는 생활방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다양한 영양소 섭취, 금연·절주 등을 실천해야 한다. 또 아직까지는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는 성분 중 근거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특정 성분을 먹는 것으로 면역력이 갑자기 좋아진다거나 질병에 끄떡없는 게 아니다”며 “바른 생활습관으로 건강한 토양을 유지하면서 보조적으로 먹어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암환자 중에는 특정 성분의 추출물·진액이 면역력에 좋을 거라 생각해 이런저런 식품을 먹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원리에 의해 좋아지는지 아직 연구가 돼 있지 않거나 오히려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는 것도 있으므로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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