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평생 교육’ 위해 의료계 뜻 모였다…이제 정부가 응답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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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희철 한국의학교육협의회장, 이홍식 고려대 의과대학장

좋은 의사는 어떤 의사일까? 하나의 질문이지만 답은 여러 가지다. 병을 잘 치료하는 의사, 환자에게 친절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의사,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의 극복에 매진하는 의사 등 저마다 꿈꾸는 ‘좋은 의사’의 모습은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좋은 의사를 키우기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시대가 요구하는 의사 상이 다양해지는 만큼 의학 교육도 양적, 질적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3일간 의학 교육의 평가 기준을 정하는 ‘2019 세계의학교육연합회 학술대회(이하 WFME)’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됐다. 세계 56국, 800여 명의 의학교육 및 평가인증 전문가가 참석해 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의학교육 평가인증, 의사 국가고시, 보수교육 등 다채로운 논의를 펼쳤다.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문제와 개선 방안은 무엇일지, 이번 학술대회 유치를 주도한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협의회장과 이홍식 고려대 의과대학장을 지난 11일 고려대 의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협의회장(왼쪽)과 이홍식 고려대 의과대학장이 지난 11일 고려대 의대에서 의학교육의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와 고려대 의대가 WFME를 공동 주최했다.
이홍식 고려대 의과대학장, 이하 이)지난해 고려대 의대 설립 90주년을 맞아 ‘Legacy(유산)’, ‘Commitment(사명)’, ‘Future(미래)’ 세 가지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국제학술대회, 역사 심포지엄, 보건의료 정책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면서 WFME 유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안덕선 고려대 명예교수가 WFME의 초대 부회장으로 봉사한 것이 촉매제가 됐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세계 의학교육 전문가가 모여 의학교육의 현안을 논의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의사에게 주어진 ‘사명’을 되짚어 볼 기회가 된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협의회장, 이하 한)WFME는 2003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후 16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의학 교육에 관한 세계적인 행사를 개최하는 것에 의미가 커 의료계 전체의 뜻을 모았고 여러 단체가 화답해줬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를 구성하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한국의대의전원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를 비롯한 12개 의학단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특히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참여는 매우 특별하게 여기고 있고 고마움을 느낀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이) WFME는 세계 의과대학을 인증하는 기관으로 이를 위한 ‘기준’을 세운다. 의사의 기본 소양, 즉 내,외과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 에서부터 최근에는 인문학적 소양, 사회적 책무에 대한 커리큘럼이 마련돼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의사가 사회를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협의회장

한)한국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협회에서는 의사 교육 커리큘럼에 해부학·생리학 등 기초 교육, 임상 교육에 이어 의사의 사회적 책무를 다루는 ‘의사와 사회’라는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종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는 세계 의학교육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이번 학술 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의사가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것을 어쩌면 당연하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의사로서 의무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지원도 일부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나라 의학 교육은 등록금이나 병원 수익으로 이뤄진다. 교육을 받는 의사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로 돈을 내 힘들게 교육을 받았는데 왜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느냐’고 말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학생 한 명당 일부 지원금을 주면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데 우리나라는 ‘너는 의사니까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일방적으로 의사의 사회적 책무만을 얘기하다가 사회와 의사 간의 간극이 벌어질 것 같아 우려된다.

-전공의 교육에 관련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
한)의사는 공공성이 강한 직업이다. 아픈 사람을 보면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돌보는 게 의사이지 않나. 의학교육은 이렇듯 국민 건강을 위해 공공의 일을 하는 사람을 기르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학교육은 정부 지원이 없이 온전히 의사 개인의 역량에 맡겨져 있는 게 사실이다. 전공의 문제도 다르지 않다. 미국이나 뉴질랜드 등은 정부가 전공의 급여를 일부 지원한다.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인력을 육성하는 데 비용을 지원하는 개념이다. 학술대회 마지막 날에 미국, 호주, 한국의 전공의 현황 발표가 진행됐는데 실제 우리나라만 정부의 지원이 ‘0원’이었다. 전공의의 교육과 처우 문제가 여기서 출발한다. 다른 나라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만큼 병원은 예비의사의 교육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월급을 받는 직장인처럼 전공의가 일한다. 피교육자라기보다 근로자다. 그런 점에 문제 의식을 가지면서도 현실적으로 이를 개선할 방안이 없다 보니 의료계 내에서도 혼란이 가중된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한 의료계 단체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였다.

이)좋은 의사를 기르는 데 전공의 교육은 어떻게 보면 의대 교육보다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환자가 대학병원에 모이다 보니 전공의를 피교육자가 아닌 근로자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최근 전공의 근무시간이 최대 주 80시간으로 제한되면서 교육 시간은 더욱 줄었다. 전공의 교육을 누가 주도하고 평가·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늦었지만 시작돼야 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전공의에게 월급을 주면서 일을 시키는 대신 교육을 하라는 데 반발심이 클 것이다. 이를 완화하는 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홍식 고려대 의과대학장

한)전공의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이들이 의학을 발전시켜 환자를 치료하고, 난치병을 정복하는 핵심인재이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오히려 정부가 의료계에 전공의 육성을 위한 지원과 요청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처럼 의사 한 명이 하루에 100명 가까운 환자를 보는 이상 좋은 의사를 육성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전공의 교육에 있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도록 의료계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의학교육의 양적, 질적 성장을 위한 방안은.
한)의사가 되려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에서 전공의로서 배운 후 전문의 자격을 따 환자를 돌보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대학은 학생을, 병원은 전공의 교육을 주로 담당하고 전문의 역시 학회 참석 등 스스로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연장선상에 있지는 않다. 기본 의과교육은 대학, 졸업 후 전공의 교육은 대한의학회와 대한병원협회, 전문의 교육은 의사협회 등 각각을 맡는 단체가 다르다. 통합적인 의학교육을 위해서는 의료계의 뜻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올해 가을 한국의과대학협회와 대한의학회가 대학교육과 졸업 후 교육에 대한 합동 학술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이)합동 학술대회를 통해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공의 교육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환자 안전에 대한 이슈가 점점 강조되면서 종전처럼 의사 선배나 교수가 하는 걸 어깨너머로 배우고 실행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면담이나 임상 처치 등에 시뮬레이션 교육이 더 많이 강조되고 실제 실행되고 있다. 아직 전공의 교육은 평가 기준이 없다. 누가 교육을 담당할 것인지, 재정은 누가 지원할 것인지, 부족한 의료 인력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한국형 의학교육의 틀을 마련해가야 할 때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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