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반복되는 피부 염증엔 비타민B5 연고로 피부 체력 높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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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환절기 건조하고 가려운 피부 구하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봄 환절기는 시련의 계절입니다. 건조한 대기가 피부 속 수분을 빼앗아 메말라 갑니다. 꽃가루·미세먼지 등은 피부 표면을 자극해 얼굴이 붉어집니다. 아토피 피부염, 접촉성 피부염 등으로 피부 체력이 약한 상태라면 이 같은 증상은 더 심해집니다. 피부 염증을 만성적으로 달고 살면 피부상태가 점점 나빠집니다. 피부가 깨끗하지 않으면 미용적으로도 좋지 않아 심리적 고통도 심해집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피부염증을 관리하는 약에 대해 알아봅니다.
 

피부는 우리 몸을 보호하는 보호막입니다. 그런데 환절기에는 외부 자극으로 피부 염증으로 고생할 수 있습니다. 피부에 염증이 생기면 얼굴 붉어짐·피부 갈라짐·진물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종의 피부 트러블입니다. 피부가 가렵고 쓰려 무의식적으로 긁거나 만지기 쉽습니다. 예컨대 요즘처럼 습도가 낮아 대기가 건조하면 촉촉해야 할 피부가 건조해집니다. 피부 장벽 손상으로 피부 세포와 세포끼리 결합이 느슨해지면서 만들어진 틈을 통해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대기가 건조한 날엔 유독 가렵거나 붉어지는 등 다양한 피부 고민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입니다.
 

피부는 긁을수록 더 가려워져
문제는 피부 자극입니다. 피부 염증은 발진·홍조·갈라짐·가려움증 같은 증상 그 자체도 괴롭습니다. 그런데 긁거나 만지는 행위를 반복하면 피부 염증이 심해져 관련 증상이 더 악화됩니다. 긁으면 긁을수록 더 가렵다고 느끼는 식입니다. 피부가 가려워 손톱으로 긁으면 강한 자극으로 상처가 생기고 피부 염증이 심해져 더 가려워지고, 더 강하게 긁는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피부를 보호하는 피부장벽의 손상도 빨라집니다.
 
이럴 땐 피부 염증을 재빨리 완화해 주는 바르는 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피부 염증 치료의 목적은 증상 조절입니다. 아직까지 피부 염증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습니다. 발진·가려움증·알레르기 등으로 피부에 손이 가는 횟수를 줄여 피부 염증이 심해지는 것을 막아 피부 재생을 돕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피부염증 초기에 치료하면서 증상의 악화·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부 염증 초기 건조하고 가렵다면 보습력 강화해야
피부 염증을 완화하는 약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증상의 중증도입니다. 습진, 유두균열, 기저귀 발진 같은 급만성 피부염 초기에는 피부 보습력을 높이는 약으로 가렵고 건조한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덱스판테놀(프로비타민 B5) 등이 함유된 비판텐 연고 등이 대표적입니다.
 
보습은 피부 염증치료의 기본입니다. 덱스판테놀 성분이 피부에 빠르게 흡수되면서 피부 속 수분을 지켜줘 손상된 피부 조직 재생을 촉진합니다. 망가졌던 피부 장벽이 복구돼 피부염 증상이 완화됩니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물론 염증으로 민감해진 피부에 자극이 될 수도 있는 방부제·향료·색소 등이 첨가돼 있지 않습니다. 피부 염증이 생겼을 때 피부가 연약한 신생아부터 성인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피부염 치료 효과도 임상적으로 입증됐습니다. 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덱스판테놀 성분의 약을 3~4주 동안 꾸준히 발랐더니 피부 각질층의 수분이 증가해 피부 건조증이 90%이상 완화됐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가려움증, 피부 붉어짐 같은 피부 염증 증상은 80% 이상 개선됐습니다. 실제 피부염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하루 2회씩 14일 동안 비판텐 연고를 바르면서 피부염 치료효과를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비판텐 연고를 바른 그룹은 피부 수분 증발량이 치료 전 10.5 g/㎡/h에서 치료 후 8.5g/㎡/h으로 줄었습니다. 피부 각질층의 수분 보존 상태도 치료 전 25AU(Arbitrary Unit) 에서 치료 후 31AU로 개선됐습니다. 반면 비 치료 그룹은 피부수분 증발량은 10.0 g/㎡/h에서 9.8g/㎡/h로, 피부 수분보존 상태도 치료 전 26AU에서 치료 후 25AU로 치료 전후에 피부 상태에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스테로이드 사용입니다. 피부 염증이 생긴 범위가 전신으로 넓거나 가려움증을 참기 어려워 손톱을 이용해 피가 날 정도로 강하게 긁을 때 활용합니다.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은 강력한 항염증 작용으로 가려움증을 빠르게 완화합니다. 그렇다고 피부염이 생길 때마다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을 반복해 쓰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는 양날의 검입니다. 장기간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을 바르면 피부가 위축돼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얼굴·가슴 등에 스테로이드 여드름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을 사용할 때는 의·약사 등 전문가에게 정확한 용량·투여기간을 확인한 후 이를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또 가벼운 피부 염증에 불필요하게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을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스테로이드는 피부 각질층의 두께 및 혈관 공급량에 따라 약물의 투과량, 흡수도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유소아는 체중에 비해 체표면적이 넓고 피부 각질층이 얇아 약물 투과율이 높습니다. 만약 기저귀를 차는 부위에 피부 염증이 생겨 약을 바른다면 밀봉효과로 약물 흡수량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피부가 얇은 고령층도 마찬가지 입니다. 가능한 스테로이드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쩔 수 없이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을 사용한다면 스테로이드 강도가 약한 제제를 밀봉 없이 짧게 투약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또 만성적 피부 염증으로 장기간 스테로이드 치료가 필요하다면 스테로이드 치료를 중단하는 휴약기에 비스테로이드 성분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상처 관리입니다. 심하게 긁어서 상처가 생겼거나 진물을 동반한다면 피부가 벌어져 세균이 침입할 수 있습니다. 단순 상처보다는 감염·오염된 상처를 통해 2차적으로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무피로신 성분의 박트로반 크림이나 퓨시드산 성분의 후시딘 연고 등 국소 항생제로 치료해야 합니다. 항생제는 지속·반복해 사용하면 항생제 내성균이 증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같은 종류의 항생제를 오래 사용하면 내성이 생겨 치료효과가 떨어집니다. 가능한 최소한의 범위에 단기간만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바르는 항생제의 치료기간은 1주일 이내 입니다.
 

피부 자극을 줄이는 생활습관도 필요합니다. 샤워·목욕은 피부를 건조하게 합니다. 매일 씻기보다는 이틀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합니다. 물 온도도 뜨거운 물 보다는 미지근한 물이 좋습니다. 새로 산 옷은 바로 입기 보다는 한 번 세탁해 화학물질을 없애고 입습니다. 세척력이 강한 세제는 옷에 남아 피부를 자극할 수 있어 주의합니다. 나일론·모직 소재보다는 면 소재의 옷을 입는 것을 권합니다. 피부 수분공급도 필요합니다. 손톱은 짧게 깎아 무의식적으로 피부를 긁으면서 생길 수 있는 피부 손상을 줄입니다.
 
도움말 : 성균관대 약대 오성곤 겸임교수, 울산 청춘약국 임종섭 약사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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