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외과 의사의 도전, “복강경 위암 수술 新 패러다임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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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대안산병원 위장관외과 이창민 교수

오는 1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 위암 치료의 ‘별’들이 모인다. 대한위암학회가 주최하는 '2019년 대한위암학회 국제학술대회(이하 KINGCA week 2019)'에는 총 35개국, 1000여명의 위암 권위자들이 참석해 기초, 임상 분야의 가장 앞선 연구 결과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대안산병원 위장관외과 이창민 교수에게 눈길이 간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13일 KINGCA Week 2019에 마련된 ‘안전한 복강경 위절제술을 위한 조언(excellent tips for safe laparoscopic gastrectomy)’ 세션에 일본의 Seiichiro Kanaya 교수, 중국의 Guoxin Li 교수와 함께 초청됐다. 일본과 중국의 복강경 수술 ‘대가’로 평가받는 이들과 이제 막 불혹(40세)이 된 젊은 교수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교수의 복강경 수술이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고대안산병원 이창민 교수가 위암의 복강경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 KINGCA Week 2019에서 발표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개복수술 대신 복강경 수술로 위부터 암이 침습된 췌장과 비장에 이르는 장기를 완전 절제하는 수술을 발표한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강경 위암 수술법이다.

-주변 장기로 암이 퍼지면 치료가 어려울 텐데.
암이 여러 장기로 퍼졌다는 것은 이미 진행한 위암이라는 뜻이다. 진행성 위암은 크게 암이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에 퍼진 ‘전이’와 암이 위벽을 뚫고 나와 주변 장기에 붙어 자라 들어간 ‘침습’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항암치료를, 후자의 경우 침습된 장기와 함께 암 전체를 붙은 상태 그대로 떼는 ‘앙 블록 절제 (en bloc resection)’를 원칙으로 한다. 이거 떼고 나서 저거 떼는 식으로 수술하면 암세포가 복강 내로 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암이 주변 장기로 침습돼 병합 절제하는 경우는 수술 난이도가 높고 환자 예후가 나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배를 가른 뒤 간이나 췌장은 간담췌 외과, 대장은 대장항문외과의 등 해당 진료과가 나서 암을 뗀다. 하지만, 복강경을 이용하면 위암 수술 전문의 혼자서 여러 장기를 한 번에, 안전하게 치료하는 게 가능하다. 이른바 ‘복강경하 병합 절제술’이다. 이런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사례가 아직은 적어서 복강경 위암 수술의 대가들과 나란히 초청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창민 교수(오른쪽 두 번째)는 오는 13일 인천에서 열리는 ‘KINGCA Week 2019’에서 일본의 Seiichiro Kanaya, 중국의 Guoxin Li 등 세계적인 위암 전문의들과 함께 연자로 초청돼 ‘Combined organ resection for far advanced cancer(pancreas, T-colon, spleen, and liver)를 주제로 발표한다. [사진 홈페이지 캡쳐]
 

13일 이 교수와 함께 연단에 서는 Seiichiro Kanaya 교수는 세계 최초로 체내 위-십이지장 문합술, 일명 델타(Delta)형 문합술을 고안한 일본 복강경 위암 수술의 최고 권위자다. 최근에는 위-식도 경계부 암 환자에게 흉강경하 임파절 절제술에 성공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 다른 연자인 Guoxin Li 교수는 진행성 위암에서 복강경 위암 수술의 효과를 검증하는 중국 ‘다기관 연구(CLASS-01)' 의 책임연구자다.

-수술은 어떻게 이뤄지나.

기본적으로 '앙 블록 절제'를 준수한다. 위암 수술에 필요한 임파절 절제술(lymphadenectomy)을 먼저 진행하고 침습된 장기와 함께 위 절제를 동시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암이 어느 장기로 침습됐느냐에 따라 세부적인 과정은 달라진다. 길게는 6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어떤 장점이 있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복강경의 장점이 그대로 반영된다. 수술 시 시야가 확대돼 정교한 치료가 가능하고, 상처가 적어 미용상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예컨대, 개복 수술로 병합 절제술을 하면 위를 포함해 다른 장기를 떼야 해 절개범위가 점점 길어진다. 반면에 복강경 수술은 손톱만 한 구멍이 몇 개 더 추가되는 정도에 그친다. 특히 회복이 빠른 것은 환자 예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병합 절제술을 시행할 정도로 진행된 위암의 경우, 수술 후 보조 항암화학요법을 빨리 적용할수록 환자 예후가 좋다.

-안전한 수술인가.

2016년 가을 학술대회에서 복강경하 병합 절제술과 관련해 비디오 발표를 진행했다. 복강경으로 위, 담낭, 간(좌엽), 비장절제와 폐 부분절제를 시행한 환자 사례였는데 아직도 재발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복강 내 혈관에 붙은 임파절을 공격적으로 절제하는 경우에 수술 후 10일 정도 지나면 가성 동맥류(약해지거나 손상당한 혈관 벽이 물집 같은 구조를 형성하는 현상)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환자는 입원 기간을 충분히 늘리고 상태를 보다 꼼꼼히 확인하며 필요한 처치를 시행한다. 이번에 발표하는 환자가 이런 경우였다. 수술 후 특별한 합병증이 없이 퇴원했고 현재 보조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대한위암학회가 주최하는 '2019년 대한위암학회 국제학술대회'가 11일 송도에서 열린다. [사진 홈페이지 캡쳐]

-새로운 수술법에 도전한 이유는.

위암을 가장 잘 이해하는 위암 수술 전문의가 병합 절제를 해내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학회에서도 진행성 위암의 복강경 수술을 시도하는 외과의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인다. 우리나라 위암 복강경 수술의 발전을 이끄는 복강경위장관수술연구회(KLASS)도 진행성 위암에 대한 복강경 수술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KLASS-06’(진행성 위암에서 복강경 위전절제술과 개복 위전절제술 비교), ‘KLASS-08’(진행성 위암에서 수술 전 항암 치료 후 복강경 위절제술의 임상 결과)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복강경 위암 수술이 환자에게 주는 이익이 크다고 본다. 앞으로도 환자를 위한 도전을 끊임없이 이어갈 것이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이창민 교수는

-충남대 의대 박사 졸업
-분당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임상강사
-고대안산병원 위장관외과 부교수
-대한위암학회 총무위원
-대한복강경위장관수술연구회 학술위원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부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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