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주위 발진·뾰루지, 피로가 아닌 세균 감염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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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주위 피부질환 위치 따라 원인, 치료법 달라

입 주위 피부질환은 여드름 모양의 발진, 윗입술과 코 사이에 자주 생기는 종기 등 종류가 다양하다. 대부분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해 연고나 보습제를 바르는 데 그치지만, 만성화하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잦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입술 끝 부분 습진 ‘구석입술염’
입술 양쪽이나 한쪽 모서리에 습진이 있으면 구석입술염일 가능성이 크다. 진물이 나오다가 딱지가 형성되는 경우, 입술 모서리가 사선으로 갈라져 입을 벌릴 때마다 통증을 느끼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연령대별로 원인이 다르다. 성인은 물리적 자극이나 포도상구균, 칸디다 등 곰팡이 감염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소아는 영양 및 면역 결핍, 침을 많이 흘리거나 얼굴에 아토피피부염이나 지루피부염이 있는 경우 흔히 발생한다. 중년 이후는 의치가 맞지 않거나 반대로 의치를 하지 않아 윗입술이 아랫입술쪽으로 돌출되면서 양쪽 입술 모서리에 틈새가 생기고, 그 부위가 침에 늘 짓물러 있는 상태에서 구석입술염이 발생하기 쉽다. 

이런 이유로 구석입술염 치료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교정하는 것이 첫번째다. 곰팡이 감염이 의심될 때에는 현미경으로 확인한 뒤 적절한 항진균제로 치료한다. 의치를 한 경우에는 치과에 가서 구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식사 전이나 취침 전에 바셀린을 입술 주위에 발라 음식물이나 침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입 주위 피부 질환별 위치 [사진 을지대 을지병원]
 

입술 주변 물집 ‘단순 헤르페스 감염’ 
피곤할 때마다 입술이나 입술 주변에 따끔거리는 작은 물집이 발생하는 경우라면 단순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 중 60% 이상이 감염됐다고 알려질 만큼 매우 흔한데, 특히 소아나 젊은 층에 환자가 많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평소 신경절에 잠복 상태로 있다가 스트레스와 과로, 발열, 월경 등의 호르몬 변화와 같은 다양한 원인으로 재활성화돼 피부염을 일으킨다.  대개 물집이 발생하기 1~2일 전에 먼저 감각이 이상하거나 가렵고 따끔거리는 증세가 있다가 작은 물집이 무리 지어 생긴다. 첫 발생 시에는 5~6일에 걸쳐 증상이 나타나고 회복까지는 3주 정도 걸린다. 감염이 재발한 경우에는 전조증상이 없거나 약하게 나타나고, 병변의 지속시간도 1주 내로 짧아진다. 

을지대 을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는 “구내 단순 헤르페스 감염은 전염성이 있다"며 "수건이나 칫솔 등 개인용품을 따로 쓰고, 병변을 만진 뒤에는 즉시 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자주 재발한다면 저용량의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억제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성들 괴롭히는 ‘탈락입술염’ ‘접촉입술염’
아랫입술의 가운데에서 시작하여 퍼져나가 입술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각질이 일어나는 질환을 탈락입술염이라고 한다. 젊은 여성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특히 아토피피부염이나 지루피부염, 건선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다.

차고 건조한 바람이나 태양 광선에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또, 평소에 입술을 깨물거나 입술을 빠는 습관 등을 교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입술에 자극 물질이나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닿아 발생하는 염증반응을 접촉입술염이라 부른다. 입술이 화끈거리고 가려우면서 빨갛게 부어오르거나 진물이 난다. 립스틱, 입술 보호제나 구강청결제, 치약, 비누, 화장품, 치과 보철물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할 수 있다.

이때는 원인이 되는 물질을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의심되는 물질을 등 또는 팔에 붙이고 2~3일 지난 후 부착 부위에 피부 발진이 생기는지 확인하는 첩포검사가 추천된다. 검사를 통해 원인 물질이 밝혀지면 원인을 제거하고, 증상에 따라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한다. 
 
염증 없는 여드름은 ‘입술주위염’
입술주위염은 여드름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입 주변이 빨갛게 변하고 일어나면서 부어오르고, 농포가 생기는 염증성 피부질환을 임술주위염이라 한다. 콧망울, 입술 양쪽 모서리에, 윗입술, 턱 등에 나타나기 쉽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모낭에 사는 기생충에 의한 감염, 자극성 또는 알레르기성 물질의 접촉 등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입술주위염은 여드름과 비교해 염증 반응이 적고, 증상이 국소적으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이 경우 화장을 줄이고, 증상이 심하면 병원을 찾아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바르는 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코 바로 밑 ‘종기’ 함부로 짜지 말아야
입이나 코 주변에 종기가 자주 생기면 세균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코 주변이나 입 주위에 종기가 잘 생기는 이유는 콧구멍에 황색포도알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통증이 있는 붉은 결절로 시작해 점차 커지면서 통증이 심해진다. 여러 개의 종기가 합쳐지면 피하지방층까지 침투할 수 있다. 

통증이 있다면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고, 온찜질이 증상 완화를 돕는다.한태영 교수는 "윗입술과 코 주변은 뇌로 가는 혈류가 많은 부위이므로 함부로 종기를 짜는 것은 위험하다"며 "전문의와 상의 후 병변이 크고 재발한 경우라면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절개해 농을 째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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