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천연영양제, 부작용 우려 적지만 고함량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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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합성영양제와 천연영양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우리나라 영양제 소비량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총 4조2563억원 규모로, 국민 10명 중 4명은 영양제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양제를 고를 때 항상 고민하는 것이 있습니다. 합성영양제는 괜찮은 것일까, 천연영양제는 효과가 더 좋은 것일까 하는 고민입니다. 이번 주 약 이야기에서는 합성영양제와 천연영양제는 어떤 차이가 있고,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정리해봤습니다.
 

우선 합성과 천연 영양제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천연’의 표시는 ‘화학식품첨가물이 제품 내에 포함되지 않고, 최소한의 물리적 공정(세척, 껍질 벗김, 압착, 분쇄, 건조, 냉동, 압출, 여과, 원심분리, 숙성, 자연발효 등)을 거친 것’에만 표기할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또 이런 조건을 갖추었더라도 유전자변형식품이나 나노식품, 농·임·수산물의 자연 그대로의 상품에는 ‘천연’ 문구를 붙일 수 없습니다. 열도 60도 이상 가해서는 안됩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서는 “영양제를 만들 때 ‘천연’ 기준을 만족시키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천연영양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외국 제품 중에는 채소나 과일에 열도 가하지 않고 그대로 분말로 만들어 파우더로 파는 제품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정말 손에 꼽을 정도지요. 인터넷 검색창에서 ‘천연영양제’라고 치면 나오는 것들은 모두 제품 마케팅을 위해 보조적으로 쓰는 수식어일 뿐 실제 ‘천연영양제’를 만족하는 제품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는 겁니다.
 
‘천연영양제’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나면 나머지는 모두 합성영양제가 되는 걸까요? 여기서는 완전히 화학적인 방법을 통해 실험실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을 ‘합성영양제’, 나머지를 ‘추출물 함유 영양제’라고 정의하겠습니다. 단, 자연재료를 동결건조한 것을 부형제가 든 캡슐에 넣은 제형은 천연에 가깝지만 첨가물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완전한 천연영양제는 아니므로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하겠습니다.
 

추출물 함유 영양제, 부작용 우려 적지만 함량도 낮아
우선 추출물 함유 영양제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천연재료에 화학용매를 이용해 추출한 영양소를 다양한 방법으로 합성해 만듭니다. 소위 ‘천연’이라고 광고하는 대부분의 영양제가 이런 추출물을 조합한 영양제입니다. 그렇다면 추출물 함유 영양제는 합성영양제보다 무조건 좋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우선 추출물 함유 영양제의 장점을 알아볼까요? 가장 큰 장점은 부작용 우려가 적다는 것입니다. 천연에서 추출한 물질은 인간이 수천, 수 만년 동안 먹어와 인체 적응을 거친 성분이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적습니다. 합성영양성분도 대부분 천연물과 분자구조가 같긴 합니다. 하지만 천연물에 들어 있는 조효소(다른 영양성분의 흡수를 돕는 성분)가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인체 내에서의 대사과정까지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추출물 함유 영양제의 단점은 ‘고함량’ 제품이 불가능 하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추출물 함유 영양제를 살펴보면 성분 함량이 합성비타민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이 먹어도 해가 없는 수용성비타민(필요한 만큼만 쓰이고 소변을 통해 배출됨)의 경우 피로회복을 위해 고용량을 복용하는 것이 추세인데, 추출물만으로는 고함량의 영양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천연 그대로를 가져와 쓰는 추출물의 한계인 것입니다. 최근에 나오는 합성비타민C 제품들은 보통 1알에 1000mg이 들어간 것이 대부분인데, 자연 추출물 성분만으로는 1알에 비타민C의 일일권장량(먹지 않으면 해가 되는 수준)인 60mg 정도도 넣기 힘듭니다.
 
만약 ‘천연’을 내세우면서 합성영양제와 다를 바 없는 고함량 영양 성분이 들어 있다고 광고한다면 추출물에 합성영양성분을 섞은 제품입니다. 일부 비양심적인 회사는 천연 영양제라고 광고하며 비싸게 팔면서 천연 추출물은 극소량만 넣고 대부분을 합성비타민으로 채워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출물 함유 영양제의 또 한 가지 단점은 가격입니다. 추출물을 많이 쓸수록 영양제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추출물 영양제의 가격은 합성영양제에 비해 적게는 3~4배 많게는 10배 이상 비싼 제품도 있습니다.
 

합성비타민, 고함량 가능하고 가격 저렴
그러면 합성영양제의 장점과 단점은 뭘까요. 장점을 살펴보자면 우선 가격이 저렴합니다. 그리고 한 알에 담을 수 있는 영양소 함량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 합성영양제는 인체 내 활성도나 이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를 내놓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도 많습니다. 생체 이용률이 떨어진다’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에 아직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엽산의 경우 오히려 합성영양성분의 인체 이용률이 더 높다는 연구가 월등하게 많아 산부인과에서도 오히려 합성 엽산 제제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합성영양제가 천연영양제에 비해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은 단점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첨가물이 이산화규소나 스테아린산 마그네슘입니다. 합성영양성분을 알약 형태로 압축하기 위해서는 이런 여러 부형제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화학물질이라고 무조건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작은 첨가물에도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환자의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 건강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합성영양제 한 알에 넣는 부형제는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만약 축적된다고 하더라도 50년 이상은 꾸준히 먹어야 독성이 나타나는 극소량입니다. 부형제로 인한 인체 부정적 영향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요.
 

30~50대 직장인은 합성영양제, 노약자는 천연영양제 추천
이쯤 되면 합성비타민과 천연비타민의 장단점이 확실해 집니다. 그리고 먹어야 할 대상도 정해집니다. 결론적으로 건강에 이상이 없는 일반 성인이라면 합성영양제를 먹어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 특히 세끼 밥을 잘 못 챙겨 먹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30~50대 직장인이라면 고함량의 합성영양제를 먹는 게 더 좋습니다.
 
하지만 세끼 밥을 잘 챙겨 먹고 크게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의 경우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추출물 함유 영양제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또 첨가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자나, 노인, 어린이 같은 경우도 추출물 함유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이 좀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단, 비타민E 성분은 합성보다 추출물 성분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비타민이 합성과 천연의 화학구조가 같은데, 비타민E만 천연과 합성의 화학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비타민E의 경우 천연이 합성보다 생체 이용률이 높다는 연구가 우세합니다. 종합영양제를 살 때 뒷면 성분표를 잘 살펴보고 비타민E가 ‘d-알파 토코페롤’이라고 쓰여져 있는 것을 고르면 됩니다. 합성 비타민E는 ‘dl-알파 토코페롤’로 표기돼 있습니다.
 
한편, 속이 쓰리다고 합성영양제대신 천연영양제를 드시는 분이 있는데 속쓰림 증상과 합성·천연영양제의 관계는 딱히 없습니다. 아무래도 합성영양제가 고함량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위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 영향이 미미합니다. 영양제 중 속쓰림을 일으키는 주요 성분은 비타민C와 칼슘입니다. 이런 경우 비타민C는 마그네슘 등으로 산을 중화시킨 제품(중화 비타민C)을, 칼슘은 탄산칼슘 대신 구연산칼슘으로 만든 제품을 먹으면 속쓰림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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