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울긋불긋 여드름 깔끔하게 없애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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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피부의 적 '여드름' 제거하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사춘기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얼굴에 피는 반갑지 않은 꽃. 바로 여드름입니다. 빨갛게 톡톡 올라오고 노랗게 곪으면서 아프기도 하고 얼굴이 지저분해 보여 속상해 합니다. 그깟 피부 트러블이라고 넘기기엔 후유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모공이 넓어지고, 피부도 울퉁불퉁하게 변합니다. 심해지면 여드름 흉터가 남아 피부 고민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결코 여드름을 우습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피부의 적인 여드름을 치료하는 약에 대해 알아봅니다.
 

여드름은 염증성 피부 질환입니다. 주로 청소년기에 신체가 성장하면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생깁니다. 호르몬이 피지 분비량이 늘어나고, 모낭에 쌓인 각질과 엉겨 붙으면서 피부 염증이 심해집니다. 어느 곳이나 여드름이 생길 수 있지만 특히 피지샘이 많이 분포된 얼굴에 여드름이 심한 이유입니다. 청소년의 약 85%는 여드름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개 성호르몬이 정상화되는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하지만 최근엔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성인도 여드름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신경쓰인다고 톡톡 만지면 염증 심해져
여드름의 가장 큰 특징은 면포(화이트헤드·블랙헤드) 입니다. 면포는 일종의 여드름 씨앗입니다. 호르몬 변화로 피지 생산·분비량이 늘면 모공 입구가 막혀 피지가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생깁니다. 이후 점점 쌓이는 피지가 많아지면 피부가 끈적거리고, 모공에 하얀 점이 콕콕 박힙니다. 시간이 지나면 피지의 색이 까맣게 변합니다. 여드름 초기로 아직 염증은 없습니다. 다행히 각질제거, 보습 등 피부관리에 신경쓰면 악화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세균 감염입니다. 여드름 피부는 왕성한 피지 분비로 기름기가 많아 세균에 취약합니다. 여드름 피부에는 프로피오니박테륨 아크네라는 여드름 세균이 잘 증식해 피부 염증을 유발합니다. 여드름이 붉게 돌출됐다는 것은 염증이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살짝만 건드려도 따끔거리고 아픕니다. 더 진행하면 노랗게 고름이 차고, 안쪽으로 영역을 넓히기도 합니다. 자칫 염증관리에 실패하면 여드름이 다 나아도 피부가 움푹 파이는 여드름 흉터가 남을 수 있습니다.
 

여드름 치료 적기 놓치면 흉터 남는 이유
여드름 치료염증관리가 핵심입니다. 여드름 치료약은 피지가 과도하게 생성되는 것을 억제하고 피부 밖으로 잘 배출되도록 해, 여드름 세균 증식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염증이 심해지는 것을 막아 피부가 덧나지 않고 깨끗하게 재생되도록 돕습니다.
 
여드름은 치료에 쓰이는 약이 다양합니다. 여드름 중증도, 발생 부위, 피부 자극상태, 연령 등에 따라 적합한 약이 다릅니다. 비타민 A 기반의 레티노이드 성분(스티바A 크림·레타크닐 크림 등)의 바르는 약은 피부가 끈적거리는 것을 막고 모공이 막히는 것을 억제해 여드름을 치료합니다. 각질을 벗겨내 모공을 열어줌으로써 모낭 안에 있던 여드름 세균의 증식을 차단합니다. 이 약은 처음 사용할 때 피부 자극이 심합니다. 피부 보습을 충분히 하고, 서서히 양을 늘리면서 사용해야 합니다. 약을 바르면 햇빛에 민감해 질 수 있어 낮 동안 자외선 차단에 신경 써야 합니다.
 
여드름 균에 직접 작용하는 약도 있습니다. 여드름 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과산화벤조일 성분이 포함된 듀악겔·에피듀오겔 등이 대표적입니다. 항생제를 직접 먹는 것만큼 여드름 세균의 수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강력한 살균효과로 항생제 내성 없이 여드름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드름 염증이 심각하다면 바르게 염증을 완화하면서 여드름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항생제를 일시적으로 투여하거나 피지 분비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이소트레티노인 성분(로아큐탄·아큐네탄·아큐탄 등)으로 치료합니다.
 

항생제 사용은 줄이고 피임 실천해야
여드름을 약으로 치료한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초기 치료입니다. 여드름은 염증이 생겼을 때부터 전문적인 피부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여드름이 붉게 변했다는 것은 피부 염증이 심해지고 있다는 위험신호입니다. 가볍게 생각해 손·면봉으로 건드리면 다른 균에 감염될 위험이 높습니다. 게다가 염증 유발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해 여드름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피부 자극으로 움푹 파여 회복 불가능한 흉터가 남을 수 있습니다.
 
둘째, 항생제 사용 최소화입니다. 여드름이 생겼을 때 항생제를 먹거나 바르면 피부가 빠르게 좋아집니다. 그렇다고 항생제를 오래 혹은 자주 쓰면 위험합니다. 체내 정상적인 세균이 억제되고 병원성 세균이 증식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항생제가 꼭 필요한 질병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여드름 치료에 부정적입니다. 항생제 내성으로 약효가 점점 떨어지고, 여드름 치료 후 재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여드름 치료엔 항생제 사용은 줄일 것을 권고합니다.
 
마지막은 피임입니다. 일부 여드름 약은 생식독성이 존재합니다. 투여 용량, 투여 기간에 상관없이 영향을 미칩니다. 바로 중증 여드름 치료약 성분인 이소트레티노인입니다. 이 성분을 복용하면 35%에서 안면기형, 신경결손, 심장 기형 등 선천성 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이 성분으로 여드름을 치료한다면 약 복용 전에 임신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치료 종료 후 1개월까지 필수적으로 피임약 복용, 루프, 콘돔 등으로 피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도움말 : 성균관대 약대 겸임교수 오성곤, 임이석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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