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엽산·철분제는 ‘약’…성분 확인 안 한 식물성 영양제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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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약이 되는 임산부 영양제 복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임산부의 영양 상태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줍니다. 임신 중에는 임신 전보다 영양소 필요량이 증가하는데, 이 시기에 영양 공급이 부족하면 유산이나 조산, 태아의 성장 지연, 산모의 질병 발생, 모유 분비의 감소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임산부의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임신 중에 증가하는 영양 요구량을 식이요법으로 섭취할 수 있지만 일부 영양소는 식품만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이럴 때 영양제를 챙겨 먹으면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영양제는 안전하게 먹으면 약이 되지만 잘못 복용하면 독이 될 수 있는데요, 이번 약 이야기 주제는 ‘약이 되는 임산부 영양제 복용법’입니다.
 

임신 초기(1~3개월)에는 태아의 신경관이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태아의 척추와 뇌, 두개골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엽산을 꼭 섭취해야 합니다. 비타민B군에 속하는 엽산은 세포와 혈액 생성에 관여하는 영양소인데요, 엽산이 부족하면 신경관 결손증과 태반 조기박리의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습관성 유산의 원인이 되는 호모시스테인 과다증도 엽산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엽산 보충은 신경관 결손증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률을 79~84% 줄일 수 있습니다.
 
임산부의 엽산 권장 섭취량은 하루 620㎍입니다. 신경관이 형성되는 것은 수정 후 28일 이내이기 때문에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은 적어도 임신 1개월 전부터 엽산 보충제를 섭취하고 임신 기간에도 엽산이 풍부한 식품과 함께 보충제 복용을 권장합니다. 엽산은 쑥갓·시금치·깻잎·부추·오렌지·토마토·키위 등에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임신 중기(4~7개월)와 말기(8~10개월)에는 태아의 성장에 필요한 주요 영양소를 집중적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임신 중기에는 입덧 증상이 호전되고 임신에 따른 신체 변화에 익숙해지는 시기입니다. 중기 이후부터는 초기에 비해 하루에 약 340㎉를 더 먹는 것이 권장됩니다. 이때는 칼슘과 철분의 섭취가 중요한데요, 칼슘은 태아의 뼈와 조직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입니다. 태아가 필요할 때마다 모체의 뼈에서 가져다 쓰기 때문에 임산부가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골밀도가 저하돼 골감소증·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칼슘은 임신성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임산부의 하루 칼슘 권장 섭취량은 940㎎입니다. 가임기 여성의 권장 섭취량(750㎎)보다 190㎎이 많습니다. 칼슘은 우유·치즈·요구르트·연어·시금치·브로콜리 등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식품 속 칼슘의 흡수율은 30% 내외로 낮은 편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칼슘 보충을 위해서는 칼슘제를 챙겨 먹는 것도 방법입니다. 칼슘제를 섭취할 때는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서 비타민D가 필요합니다. 비타민D는 햇볕을 40분 정도 쬐면 충분히 합성됩니다. 임신 중에는 칼슘 흡수율에 나쁜 영향을 주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탄산음료, 가공식품, 짠 음식, 카페인 음료는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철분은 세포에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를 구성하는 물질입니다. 임신 중기부터 말기까지는 태아의 간에 철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철분 공급이 필수적입니다.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활발한 대사 작용과 성장을 합니다. 또한 필요한 혈액을 만들기 위해 모체로부터 철분을 흡수합니다. 따라서 임신성 빈혈을 막고 태아의 정상적인 발육을 위해서는 임산부가 철분을 부족하지 않게 섭취해야 합니다.
 
양질의 철분 급원 식품으로는 지방이 적은 붉은 살 육류, 간, 계란 등이 있습니다. 커피, 녹차, 콜라는 철분 흡수를 저해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으며, 비타민C가 많은 채소나 귤·딸기 같은 과일을 함께 먹으면 철분의 흡수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임산부의 철분 권장 섭취량(24㎎)은 일반 여성의 약 두 배입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보고서(2013)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산부의 평균 철분 섭취량은 권장량의 60%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임신 중기 이후에는 효율적인 철분 공급을 위해서 철분 보충제를 먹는 게 좋습니다. 수유할 때도 철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철분제를 꾸준히 챙겨 먹는 게 좋은데요, 단 보충제를 먹을 때는 하루에 45㎎이 넘지 않도록 합니다.
 

영양소를 각각 챙겨 먹기 번거롭다면 종합 영양제 섭취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종합 영양제에는 임산부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대부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복용 전에는 제품에 함유된 성분과 용량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은지 주치의와 상담해 볼 것을 권합니다.
 

영양제를 고를 때는 성분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요, 특히 식물성 혹은 자연 생성 제품이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식물 성분을 기초로 한 '허벌 제품'을 고를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합니다. 일부 허벌 제품이 임산부에게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캐모마일과 감초는 유산과 조산을 유발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생으로 먹기도 하고 바르기도 하는 알로에 베라는 국소적으로 사용하는 젤 형태는 문제가 없으나 가루나 액체 형태로 섭취하면 저혈당이나 자궁 수축, 유산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2013년에는 호주 소비자 단체에서 달맞이 꽃 오일· 라즈베리 잎 등으로 만든 제품은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불충분하므로 피하거나 의사의 조언을 듣고 사용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천연 유래 제품은 무조건 안전하다' '영양제는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건 명백한 오해입니다.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오히려 몸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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