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에게 해줘야 할 건 정관수술 아닌 ‘성 교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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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남상간 홍보이사

‘두 자녀 기르기’, ‘한 자녀 기르기’의 기조아래 정책적으로 가족관리협회를 만들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산아제한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가족관리협회에서는 조직적으로 정관수술을 권장해 수술을 하면 아파트 분양권을 주기도 하고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 주기도 했다. 정관수술은 정관의 재개통을 막기 위해 정관을 일부분 절제하고, 그 외 다양한 조치를 병합해 영구적인 피임을 목적으로 시행한다. 국가적인 홍보 때문인지, 수술이 성공적이어서 인지 70년대 이후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항아리형태로 인구 그래프가 변화했다. 최근의 저출산은 여러 이유가 작용한 결과겠지만 말이다.


한때 영구피임이 필요할 경우 난관을 결찰하는 일명 난관수술을 통한 여성영구피임법이 유행했다. 그러나 전신마취 하의 복강경수술을 해야 하고 자궁외임신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어 현재는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 정관수술을 통한 남성영구피임법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성공률이 높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구피임으로 선택된다. 주로 자녀를 두 명 이상 갖고 있는 중년의 부부가 영구적인 피임을 원해 병원을 찾는 다면 정관수술을 추천, 시행한다.

하지만 오늘 날에는 기존과 다른 모습의 정관수술 문의가 늘고 있다. 콘돔이 성관계에 충분한 만족을 주지 못해 피임을 해야 하니 정관수술을 받겠다는 20대 초반 남자, 현재 사귀는 사람과 서로 자녀를 갖지 않기로 합의해서 수술을 하겠다는 20대 후반 연인, 결혼 계획이 전혀 없어서 수술을 받겠다는 30대 미혼 남성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10대의 임신과 낙태의 사례가 늘면서 미성년 자녀의 정관수술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성문화의 개방으로 10대의 성관계가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일 것이다. 임상에서도 미성년의 남학생의 정관수술과 여학생의 생체유치형 호르몬제 문의를 자주 받는다. 대부분이 자녀의 성관계를 인정하는 부모와의 상담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성교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부모가 먼저 나서서 정관수술을 자녀에게 권하고 알아본다는 건 큰 문제다. 자녀에게 임신과 그에 따른 양육 등의 책임을 알려 줘야 한다. 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한 콘돔 사용법과 피임약 복용 등 제대로 된 피임법을 교육해야 한다. 10대는 임신보다 성병이 더 문제다. 잦은 생식기 감염은 난임이나 요도협착 등 다양한 합병증을 야기한다. 콘돔 사용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숙련된 비뇨의학과 의사는 10분 미만의 짧은 시간에 수술을 마무리 한다. 그래서인지 정관수술은 일반인에게 정관을 묶는 간단한 시술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데로 정관수술은 영구피임이 목적이다. 정관복원수술을 통해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지만, 임신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늘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항정자 항체 등 다른 요인도 정관수술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들은 회복 불가능한 요인들이다. 또 정관을 차단한 후 시간이 지날수록 복원마저도 쉽지 않다. 과거 산아제한 세대의 경험을 이어받은 탓인지 정관수술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듯하다. 지금 아기를 갖길 희망하지 않을 수 있지만, 더 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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