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경옥고·공진단·우황청심원, 몸에 좋다고 많이 먹다간 소화불량·경련으로 고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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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한방 3대 명약에 관한 궁금증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경옥고·공진단·우황청심원은 일반인에게 친숙한 한약입니다. 귀한 약재를 쓰고 효능이 뛰어나 예로부터 ‘한방 3대 명약’으로 불렸죠. 최근 제형이 다양해지면서 건강 관리를 목적으로 복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번 주 약 이야기는 이런 한약에 포함된 주요 약재와 복용 시 주의점을 다뤄봅니다.
 

경옥고·공진단·우황청심원은 모두 동의보감을 비롯한 제중신편·방약합편과 같은 전통 한의서에 기록된 처방입니다. 예로부터 왕실과 고위 관료들만 복용했을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죠. 현대에서도 의학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양약과 달리 한약은 약사법 부칙에 따라 한의사가 치료용으로 직접 조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약국에서뿐 아니라 한의원·한방병원에서도 한약을 구매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곳에서 판매되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처방이 ’원방(최초·원조)’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죠. 이름은 비슷하더라도 처방이 다르면 원방에 기록된 효능·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이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동의보감’입니다. 당시로서 모든 한의학 문헌을 집대성한 한의학의 ‘교본’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경옥고와 공진단은 각각 4가지 약재로 만듭니다. 경옥고는 인삼·생지황·백복령·백밀, 공진단은 당귀·산수유·사향·녹용이 포함돼야 합니다. 우황청심원은 이름처럼 우황을 포함해 산약·인삼·대두황권·감초 등 30여 종의 약재가 들어갑니다. 따라서 병·의원에서 약을 지을 때는 적어도 이들 약재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진단·우황청심원에 쓰는 사향과 녹용은 주로 외국에서 수입됩니다. 외국산이라고 해서 국내산보다 품질·효능이 나쁜 건 아닙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단계에 걸친 중금속·잔류농약 검사를 하고 있고, 대부분의 한의사도 약효를 인정하는 만큼 안심하고 복용해도 좋습니다. 오히려 녹용의 약효는 뉴질랜드·러시아산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사향은 사향노루의 사향낭에서 얻는데요, 사향노루가 멸종위기종이라 수입량이 제한돼 있습니다. 진품 사향은 식약처의 인증증지가 부착돼 있어 이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한약에 따라 효과와 복용 시 고려할 점이 있습니다. 경옥고의 경우 육체 피로, 허약 체질, 갱년기 장애 개선에 효과적입니다. 경옥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지황은 한의학에서 보혈 작용, 즉 체액·혈액 등 진액을 보충하고 신장 기능을 강화하는 데 쓰입니다. 진액이 부족한 갱년기 여성이 복용하면 혈액 순환이 개선돼 이름(얼굴을 옥처럼 가꾼다)처럼 피부가 좋아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죠. 입원·수술 환자도 꾸준히 복용하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경옥고는 하루 2회씩, 공복 상태에서 각각 20g을 복용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단, 생지황의 성질이 차서 과용하거나 특히 위장이 약한 사람이라면 구역·구토·설사 등 소화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일부는 인삼 작용으로 인해 발진·두드러기 등 피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공진단은 예로부터 기혈 순환을 돕고 원기를 회복하는 명약으로 손꼽혔습니다. 공진단에 쓰이는 사향 때문인데요, 막힌 경락과 기혈을 뚫는 ‘개규작용’이 어떤 약재보다 강해서 뇌를 깨우고 심장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탁월합니다. 선천적으로 몸이 허약한 사람, 병에 걸린 환자의 원기를 회복시키는 데 공진단이 널리 쓰인 이유입니다. 녹용·당귀·산수유는 근골격계를 튼튼하게 만들고 보혈 작용이 있어 신장·간이 약해 나타나는 만성피로를 해소시켜 줍니다. 과로·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수험생과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한 고령층에게 추천할만합니다.
 

체력·피로 회복을 위해 복용할 때는 공진단을 하루 1환씩 먹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런 경우,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아침 기상 직후 복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공진단의 부작용은 크지 않지만, 일부는 식욕부진이나 구역·구토 등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복용 시 몸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향이 구하기 어렵고 비싸다 보니 목향·침향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죠. 이름은 비슷하지만 효능은 각각이 다른 한약입니다. 목향은 정체된 기를 풀어주고 이를 통해 통증을 조절하는 효과가 큽니다. 침향은 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양기를 보완해 손발이 차갑거나 폐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주로 처방됩니다.
 

우황청심원은 보약이라기보다 치료제로 활용됩니다. 즉, 체력이 떨어질 때 먹는 약이 아니란 의미입니다. 동의보감에도 “중풍에 인사불성하고 손과 발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 사용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혈압을 낮추고 불안·두근거림을 진정시키는 데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단, 너무 자주 먹으면 약에 포함된 감초가 저칼륨혈증을 유발해 손발이 붓거나 사지경련·근육 마비 등을 겪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또, 혈압을 떨어트릴 목적으로 복용할 때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한의사·약사에게 알리고 상담 후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먹고 난 뒤 심한 나른함과 졸음을 경험할 수도 있는데요, 처음 복용한다면 먼저 1회 복용량의 절반만 먹고 신체 반응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말: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박재우 교수, 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 광동제약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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