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10명 중 3명이 겪는 '변비' 부모가 신경 써야 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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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는 내분비적 요인 관여해 감별해야

5살 남자 아이를 키우는 주부 황모(35)씨는 최근 아이가 구토 증세를 보여 급하게 응급실을 찾았다. 겨울철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는 아닌지 걱정했지만, 실은 증상의 원인은 ‘변비’였다. 복부 X선 촬영 결과 장 속에 대변이 가득 차 있었다. 황씨는 "아이가 하루 한 번 규칙적으로 화장실을 가 변비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볼일을 보더라도 아이가 소량의 토끼똥을 싸거나, 굵고 딱딱한 대변을 보면서 힘들어하는 경우에도 ‘변비’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고 말했다.
 

신생아 대부분은 생후 2주 때 평균 4회 대변을 본다. 대장 능력이 성숙하면서 2세는 평균 1.7회, 3~4세는 성인과 유사하게 하루 3회에서 주 3회 정도의 배변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만약 ▶배변횟수가 주 2회 이하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의 유분증(대변 지림) ▶대변을 참는 증상 ▶배변 시 굳은 변을 보면서 통증을 느끼거나 힘들어하는 경우 ▶직장에 대변이 다량으로 저류된 경우 ▶대변이 굵어서 변비가 막히는 경우라면 변비를 의심해야 한다.

소아의 만성 변비는 생각보다 흔하다. 1세 미만은 2.9%, 1~2세 10.1%, 4세 이상에서는 10명 중 2~3명(22.6~34.0%)  정도로 보고된다. 이 중 90~95%는 식습관이나 생활 패턴,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하는 기능성 변비다.

을지대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은혜 교수는 “섬유소와 수분 섭취가 부족하고 특히 요즘처럼 바깥 활동이 제한적인 겨울철에는 이전에는 없던 변비가 생기는 아이들이 많다"며 "일반적으로 변비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해 심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변비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변비로 진행되고 오심, 구토, 복통, 복부 팽만, 식욕부진으로 이어져 성장기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드물게 변비의 합병증으로 요로감염, 항문열상, 전초치질(Sentinel pile), 직장 탈출증, 성장부진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활동량 늘리고 육류, 밀가루 음식 자제해야

소아 변비는 식습관, 생활패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보호자가 신경써야 할 점도 많다.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 식품, 피자, 햄버거, 치킨 등의 패스트푸드는 육류나 밀가루가 주성분으로 장에서 대부분 흡수되는 단백질이나 지방의 비율은 높고, 섬유소는 부족해 형성되는 대변량이 적다. 결과적으로 대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드는 양이 될 때까지 장내에 변이 오래 머물면서 딱딱하게 굳은 변을 보게 된다.

이 경우, 아이들이 배변할 때 심한 통증을 느껴 변기에 앉는 것 자체를 두려워할 수 있다. 통증과 두려움 때문에 대변을 참으면 대변 덩어리가 점점 커지고 수분이 흡수되어 딱딱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배변을 참는 행동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식습관을 교정하고, 적절한 때 변비 치료 약물로 대변을 묽게 해 원활하게 배출하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은혜 교수는 "소아 변비의 치료약제는 성인과 달리 자극성 하제가 아닌 삼투성 하제를 복용하게 되므로 장기 복용과 관련한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대변을 가리는 연습을 시작하면서도 스트레스로 인한 변비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두고 배변 연습을 시키는 것이 좋다. 식후 10~20분 사이에 5분 정도 변기에 앉아 있도록 하고, 일반용 변기가 너무 큰 유아들은 어린이용 휴대 변기를 이용하거나 일반 변기에 덮개 패드를 달고 양 발바닥이 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발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초기에는 배변을 못 하더라도 변기에 앉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칭찬을 해 주고, 변기에 앉아서 대변을 보았을 때 보상을 해 줘 아이의 배변 의지를 복돋아 주는 게 좋다.


균형 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은 변비 예방에 기본이다. 군것질을 줄여 식사량을 늘릴 수 있도록 돕고 편식하는 습관은 교정해야 한다. 수분과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 해조류도 변비 개선에 도움이 된다. 단, 이은혜 교수는 “과일이라 하더라도 탄닌이 많은 바나나, 감은 변비를 악화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유제품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도 과량으로 섭취 시 특히 생우유의 경우 칼슘 과다로 변비를 악화시키므로 하루에 400cc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소아 변비의 5~10%는 해부학적 이상, 신경학적 이상, 내분비 질환, 대사성 질환, 약물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이 경우 혈액 검사나 단순 방사선 촬영을 진행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항문 부위의 구조적 이상, 선천성 거대 결장증(장관의 운동을 관장하는 교감신경의 세포가 없어 발생하는 선천성 기형)이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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