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코막힘 효과 좋다고 '이것' 계속 뿌리면 난치성 비염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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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비염치료제 바로 알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겨울이면 콧물·코막힘 등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벼운 증상은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콧물이 심하게 흐르거나 코가 막혀 업무나 학업에 큰 지장이 생기면 약물을 찾기 마련입니다. 최근에는 코에 직접 뿌리는 약물도 나와 소비자의 선택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류가 많고, 부작용이 있다는 얘기도 있어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번 약이야기에서는 콧물·코막힘 등에 쓰이는 비염치료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우선 비염의 정의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비염은 ‘코의 점막이 충혈되거나 부풀어 올라 삼출액(渗出液)을 분비하는 비강의 염증’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콧물이나 기타 분비물이 이 삼출액에 해당합니다. 콧물이 나올 때 코가 자극돼 재채기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이러스, 집먼지, 매운음식이 코 점막 자극
이 비염은 원인이 여러 가지입니다. 겨울철에 흔한 것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입니다.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코 점막이 부풀고, 점액이 분비됩니다. 알레르기 항원에 의한 감염도 있습니다.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 또는 비듬, 바퀴벌레 부스러기 등에 의해 생깁니다. 혈관운동성비염도 있습니다. 술이나 맵고 짠 음식, 향수나 담배연기, 급격한 온도 변화로 혈관과 코 점막이 부풀고, 이로인해 코막힘이나 콧물 등이 생기는 비염을 말합니다. 이 밖에도 코의 점액세포 노화로 기능이 떨어져 생기는 노인성비염, 약물 복용으로 인한 약물성 비염 등이 있습니다.
 
이런 비염은 원인은 다르지만 증상은 모두 같습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콧물·코막힘·재채기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사용하는 치료제도 같습니다. 원인을 치료하는 면역요법이 있긴 하지만 길게는 3년 동안 주 1회 주사를 맞거나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습니다. 유아의 경우 약물을 최대한 쓰지 않으려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면역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성인들은 대부분 면역치료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원인 치료 어려워 증상 완화 치료제 사용
그래서 대부분의 성인들은 콧물·코막힘·재채기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對症)치료제를 선택합니다. 콧물·코막힘·재채기에 효과적인 약물은 크게 3가지로 나눕니다.
 
첫째는 항히스타민제입니다. 먹는 것과 뿌리는 것 두 가지로 나뉩니다. 외부 침입 물질에 의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면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증가돼 발적이나 가려움증, 염증 등이 생기는데, 이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치료제입니다. 콧물, 재채기, 코 가려움증에 효과가 좋지만 코막힘에는 효과가 크게 없습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입마름 현상이 나타나고 부정맥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녹내장, 전립선비대 환자에게는 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2세대 항히스타민 약물이 나와 혈관 관련 질환이 있는 환자도 안심하고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콧물과 재채기 증상이 심한 사람에게 처방됩니다. 뿌리는 항히스타민 제제도 있습니다. 효과가 더 빠르긴 하지만 뿌린 뒤 쓴 맛이 남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둘째는 스테로이드 제제입니다. 현재 출시된 비염치료제 중 효과는 가장 뛰어납니다. 항원의 자극에 의한 염증 반응을 가라앉힙니다. 콧물, 재채기, 코막힘, 코 가려움증 모두 꽤 좋은 효과를 보입니다. 특히 코막힘에서는 항히스타민제보다 더 뛰어난 효과가 있습니다. 스테로이드제라 하면 무조건 거부감을 가지는 분도 있는데, 먹는 것이 아니라 극소량의 물질을 국소적으로 뿌리는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24개월 이상 아이에게도 처방하는 비교적 안전한 약물입니다. 단,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것이 단점입니다. 하루 1~2번씩 1~2주 가량 꾸준히 뿌려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효과 강력한 비충혈제거제, 1주일 이상 쓰면 안돼
셋째는 비충혈제거제(비점막 수축제)입니다. 다른 약은 모두 전문의약품인데 반해, 비충혈제거제만 일반 의약품으로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습니다. 코 속 혈관을 수축시켜 코 점막을 안정화시키는 약물입니다. 콧물과 재채기에는 효과가 없고, 코막힘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경구용과 분무형이 있지만 분무형의 효과가 즉각적이기 때문에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트리빈, 화이투벤 나잘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염치료제 중 부작용 우려가 가장 커서, 반드시 용량·용법을 지켜 사용해야 합니다. 1주일 이상 사용하면 오히려 코 점막이 과도하게 부풀어 오르는 ‘반동성 비점막 비대’가 나타납니다. 비충혈제거제의 부작용으로 생긴 비점막 비대증은 치료가 잘 안되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코막힘이 너무 심할 때 임시적으로 1주일 이내로 사용하고, 이후에는 스테로이드 제제 등 다른 약물만 사용해야 합니다.
 
경구용 비충혈제거제는 장기간 복용해도 약물 의존성 비염을 일으키지 않지만 초조함, 수면장애, 협심증, 고혈압, 배뇨장애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어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갑상선기능항진증, 녹내장, 전립선비대증을 가진 환자는 주의해서 복용해야 합니다.
 
비염치료제로는 이 세 가지 약물이 주로 쓰이며 기타 약물로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가 있습니다. 염증을 일으키는 류코트리엔이라는 수용체의 작용을 차단합니다.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에 모두 조금씩 효과가 있지만 하루 6번 이상 자주 뿌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스테로이드나 항히스타민제보다 많이 처방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거의 없는 편이라 소아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국소비만세포 안정제는 히스타민 물질이 분비되는 것을 막는 약제입니다. 부작용이 거의 없지만 효과 또한 떨어져 소아에게 일부 처방하는 정도입니다.
 

이밖에 약은 아니지만 비염 치료에 도움이 되는 보조제도 있습니다. 바로 식염수입니다. 아침 저녁 하루 두 번 식염수를 한 쪽 코에 넣어 다른 코를 통해 나오게 하는 비강 세척 요법으로 코 점막을 씻어주면 염증 물질이 씻겨나가고, 점막 세포 기능을 원활하게 해 항원·항체 반응도 줄일 수 있습니다. 세척을 꾸준히 하다보면 비염 증상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식염수 세척이 번거롭다면 식염수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최근에는 방부제가 없는 식염수 스프레이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루 5~6번 시간 날 때마다 뿌려주면 코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해 점막 기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도움말=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서민영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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