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삼한사미’ 치매 위험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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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추위가 염증반응 등 유발

한반도가 추운 날씨와 미세먼지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른바 ‘삼한사미(三寒四微)’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령층은 혈관 수축과 염증 반응 등으로 뇌 건강이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기오염 심하면 치매 위험 커져
미세먼지는 보통 코와 입 등을 통해 체내 흡수돼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염증 반응과 혈관 손상을 유발,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BMJ 오픈’에 발표된 연구가 그중 하나다. 연구팀은 영국 런던의 주거 지역에 소음, 공기 오염이 고령층의 치매 위험을 얼마나 높이는 지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50~79세 성인 13만978명을 대상으로 거주지의 교통량과 도로에서의 거리 등을 검토하고, 모델링을 통해 이들이 연간 이산화질소나 미세먼지, 오존 등 대기 오염 물질에 얼마나 노출됐을지 추정해 치매 발병률과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평균 7년간 2181명의 환자(1.7 %)가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로 진단을 받았다. 39%는 알츠하이머 치매, 29%는 혈관성 치매였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와 통계적인 연관성이 컸다. 세부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적으로 높은 지역(16.3 μg/㎥ 이상)에 사는 성인은 가장 낮은(0~15.1μg/㎥) 지역에 사는 성인에 비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42% 높았다. 또,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은 상위 5위 지역에 사는 성인은 농도가 낮은 하위 5위 지역에 사는 성인보다 치매 위험이 4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실험에서도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증명됐다. 미국 남부캘리포니아 의대 연구팀은 생후 16주된 쥐를 8마리씩 두 그룹으로 나눠 미세먼지에 대한 뇌 염증 반응을 확인해 결과를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총 150시간 동안 한 그룹은 미세먼지 환경에 노출했고 다른 그룹은 청정한 환경을 유지한 후 뇌 신경 염증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에 노출된 그룹은 뇌 속에 염증을 유발하는 미세아교세포의 수가 1㎟당 약 87개로 노출되지 않은 쪽(67개)보다 30%쯤 많았다. 미세먼지로 뇌에 과도한 염증 반응이 유발되면 신경세포가 사멸해 파킨슨병,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삼한사미’가 더욱 위험한 건 뇌 기능이 미세먼지뿐 아니라 계절의 영향도 받기 때문이다. 일조량이 줄고 기온이 떨어져 혈관이 수축하면서 뇌에도 여러 변화가 찾아온다. 계절에 따라 계산력, 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플로스메디신’지에 실린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공동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3353명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봄이나 겨울보다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사고력과 집중력 등 인지기능이 더 좋은 결과를 보였고, 실제 봄·겨울에 경도인지장애나 치매를 진단받을 위험이 30%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는 아직 완벽한 치료제가 없어 평소 생활습관과 식습관 관리 등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이 심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꼭 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는 호두 등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을 비롯해 비타민, 커큐민 등 항산화 영양소가 꼽힌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경우 DHA·EPA·콜린 등 뇌 신경세포를 형성하는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이들 영양소를 간편히 보충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나 특수의료용도등식품도 출시, 판매되고 있다. 

경로당 등을 찾아 다른 사람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도 인지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 시력·청력 등 감각 기능이 떨어지면 자극이 줄어 인지 기능도 덩달아 떨어질 수 있다. 시력·청력·구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보청기·돋보기·틀니·임플란트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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