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고령층이 더 건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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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체중 노인이 비만보다 사망위험 약 2배 높아

비만은 만성병의 주요원인이고 수명을 단축시킨다. 그런데 고령층은 젊은층과 달리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BMI)가 낮을수록 사망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반면 고령층은 국내 비만기준인 BMI 25kg/㎡ 이상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기준을 BMI 30kg/㎡ 이상을 비만으로, 국내 비만학회는 BMI 25kg/㎡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한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조정진 교수 연구팀은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코호트 자료에서 65세 이상 노인 17만639명을 대상으로 5년간 추적관찰해 BMI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BMI 외에도 혈당·혈압·콜레스테롤·체중 등의 신체상태와 음주·흡연·운동·소득수준 등의 변수도 고려했다. 5년간의 추적기간 중 1만8886명의 노인이 암,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으로 사망했다.

연구팀은 22.5~24.9kg/㎡를 기준(사망위험: 1)으로 잡고 BMI에 따른 사망률을 분석했다. 이 결과 기준보다 BMI가 낮을 때 사망위험이 증가하고, 오히려 기준보다 BMI가 높을 때 사망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비만으로 분류되는 BMI 25~27.4kg/㎡에서 사망위험은 남성은 0.86, 여성은 0.84였다. BMI 27.5~29.9kg/㎡에서의 사망위험도 남성은 0.79, 여성은 0.89로 모두 기준보다 낮았다. 세계보건기구의 비만기준인 BMI 30kg/㎡ 이상에서도 사망위험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을 정도로 높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비만학회가 정상 체중으로 판단하는 BMI 22.5kg/㎡ 이하일 때 사망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BMI 17.5~19.9kg/㎡에서는 비만으로 평가되는 BMI 25~29.9kg/㎡보다 2배 가량 사망위험이 높았고, 저체중인 BMI 16~17.4kg/㎡에서는 사망위험이 3배 가량 높았다.

특히 BMI가 증가하면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현저히 감소했다. 심혈관질환과 암으로 인한 사망위험도 역시 BMI가 25~27.4kg/㎡가 될 때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윤종률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과체중 또는 비만이 사망위험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건강한 장수를 위해서는 고령층 BMI는 남성의 경우 27.5~29.9kg/㎡, 여성의 경우 25~27.4다. 윤 교수는 “최소한 노년기에는 기존의 국내 기준으로 비만도를 적용하면 곤란하다”“사망률을 고려한 노년기 적정체중 기준은 남성은 30kg/㎡ 이하, 여성은 27.5kg/㎡ 이하로 본다”고 말했다.  

노년기 BMI는 영양상태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적절한 수치의 BMI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영양상태가 필요하며 이는 면역기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조정진 교수는 “BMI가 낮을수록 고령층의 허약 증상인 근력부족을 악화시켜 사망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노인의 BMI와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최초의 연구다. 이 논문은 SCIE 저널인 국제노년학노인의학 학술지(Geriatrics & Gerontology Internatio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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