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의심 환자 9년 만에 ’최고치‘ A형 환자 가장 많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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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때이른 한파에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48주차(11월25~12월1일)에 전국 200곳의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독감 의심환자 수는 외래환자 1000명당 19.2명이다. 3주 전 (1000명당 7.8명)의 3배가량으로, 전년도 같은 시기에 비해 70%가량 증가한 수치다. 
 

올해(2018~2019절기)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는 A(H1N1)pdm09가 104건, A(H3N2)가 44건으로 모두 A형이다. B형은 단 한건도 나타나지 않았다. A(H1N1)pdm09는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와 동일한 유형이다. 왜 A형 독감 바이러스만 크게 유행하는 걸까. 독감과 관련된 여러 궁금증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사진)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질의 : 신종플루와 독감, 감기는 다른 것인가.
응답 : “독감과 신종플루는 모두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증을 의미한다. 인플루엔자는 주로 겨울~봄에 유행하고 이를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형으로 나뉜다. C형은 감염 빈도가 높지 않고 B형은 변이가 많지 않다. 변이가 잘 일어나 대유행 가능성이 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이다. 신종플루는 2009년 크게 유행했는데,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A(H1N1)형에서 한번 더 변이가 일어난 유형이다. 현재는 2009년에 대유행(pandemic)한 바이러스라는 뜻에서 ’A(H1N1)pdm09‘으로 표기한다. 스페인 독감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당시에는 많은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였지만 현재는 위력이 떨어진 것처럼, 2009년 신종플루로 불렸던 A(H1N1)pdm09형 바이러스도 토착화되면서 계절 인플루엔자로 변모했다. 'H3N2'는 1968년 홍콩에서 처음 발견돼 홍콩독감이라 불렸고 이 후 소변이가 일어나면서 현재까지도 유행하고 있다. 반면 감기는 인플루엔자와 달리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매우 다양한 바이러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다. 계절과 관계없이 걸릴 수 있고,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예방할 수도 없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다른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
 질의 : 독감 예방접종을 맞았는데 A형 인플루엔자에 걸렸다는 사람이 더러 있다. 현재 A형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응답 : “현재 독감 예방접종으로 유행하는 A(H1N1)pdm09형을 예방할 수 있다. 2008년 이전에도 HIN1을 예방하는 독감 백신이 있었는데, 2009년 A(H1N1)pdm09형이 유행한 후 이를 예방하는 백신이 개발돼 쓰이고 있다. 다만, 예방접종을 해도 독감을 100% 막기는 어렵다. 고령층의 경우 예방률이 60% 가량에 그친다.

독감도 유행 주기가 있는데 보통 2~3년 단위로 특정 독감이 유행하는 경우가 많다. 예방접종을 소홀히 하거나, 실제 감염으로 인해 획득한 면역력이 사라지면서 병에 걸린 사람이 늘고 그 결과로 감염병이 유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집단 면역(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을 가진 상태)'이 감소해 A형 독감이 유행하는 것일 수 있다. 실제 A(H1N1)pdm09형은 2009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2차례 가량 유행했다. 지난해 유행한 A형 독감은 주로 H3N2였다. 물론 A형 독감 바이러스의 추가 변이 여부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H3N2의 변이가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까지 A(H1N1)pdm09형의 유전적 변이는 보고되지 않았다.”

 

 질의 : 인플루엔자도 자연히 나을 수 있나.
응답 : “인플루엔자는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지 않아도 7일 이내에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하지만 고위험군에서는 중증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질의 : 인플루엔자는 같은 공간만 써도 감염이 된다고 하는데, 전염력이 얼마나 강한가.
응답 : “인플루엔자는 감염된 사람의 재채기나 기침에서 발생하는 비말이 호흡기로 들어오거나, 바이러스가 묻은 물체를 만진 후 이 손으로 코와 입을 만졌을 때 감염될 수 있다. 비말은 일반적으로 호흡기를 통해 나오면 1m 정도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채기나 기침을 가리지 않고 하면 더 멀리도 날아갈 수 있다. 이렇게 날아간 비말의 바이러스는 건조한 표면에서 며칠간도 살아남는다.”
응답 :  질의 : 응답 :
 질의 : 인플루엔자도 한 번 걸리고 나면 면역력이 생기나.
응답 : “인플루엔자의 면역을 획득하는 방법은 실제로 감염이 되거나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다. 실제 감염돼 생기는 면역력은 몇 년까지 유지되지만, 백신에 의한 면역은 젊고 건강한 사람의 경우 1년 정도에 그친다. 고령이거나 만성질환자는 그보다도 더 짧게 면역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매년 예방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플루엔자 임상 표본감시현황. 가장 아래 빨간색 그래프가 2018~2019 절기. [사진 질병관리본부]

 질의 :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후 폐렴 검사는 언제 진행하나.
응답 : “폐렴은 인플루엔자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다. 인플루엔자 치료 중 발열이 지속되고 ,기침이 심해지고, 가래가 늘고, 흉통 등 호흡기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라면 폐렴 발생을 의심해 흉부 방사선 사진이나 CT를 찍어볼 수 있다. ”
 질의 : 인플루엔자 약을 꼭 5일간 복용해야 하나.
응답 : “ 인플루엔자 치료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많이 쓰는 ‘오셀타미비어(상품명 타미플루)’는 하루 2회 5일간 먹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한번만 맞는 주사 치료제인 ‘페라미비어’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치료제는 약물의 용법, 용량을 지켜야 하고 ‘오셀타비이버’ 역시 증상이 좋아져도 5일간 투약 기간을 지켜야 한다. 일본에는 ‘라미나미비어’라는 하루 1회 흡입하는 치료제도 보편화됐다. 또, 미국과 일본에서는 하루 1회 복용하는 ‘발록사비어’도 출시되는 등 앞으로는 하루 1회 사용하는 치료제가 더 널리 쓰일 것으로 보인다.”
 질의 :타미플루를 주의해서 써야 하는 사람이 있나.
응답 : “ 간 질환자, 신기능 저하자, 당뇨병 환자 등은 주의해야 한다. 간 질환자의 경우, . 타미플루를 복용한 사람 중 일부에서 간 효소치와 황달수치의 일시적인 상승이 보고돼 복용 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신기능 저하 환자 역시 의사와 상의해 투여 용량과 횟수를 조절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타미플루를 복용할 수 있지만, 인플루엔자 예방과 관련된 외국 임상연구에서 당뇨병 악화 또는 고혈당증이 보고돼 역시 의사와 상의 후 결정하는 게 안전하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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